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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세먼지와 3.1절 유감

미세먼지와 3.1절 유감


2 월 마지막 날 0 시 50 분,

나와 아내를 실은 비행기는 한국을 향해 어둠을 가르고 

지상보다 더 어두운 하늘로 솟아 올랐다.


밤으로의 긴 여로


한 자리에 앉아 열 네 시간 가량을 Seat Belt에 묶인 채

거의 열 네 시간을 꼼짝 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수감 생활을 하는 죄수 중 다시 죄를 지어

아주 좁은 공간에 갇힌 흉악범의 처지를 연상하게 한다.


비행기 안에서는 괜찮은 음식과 음료, 그리고 술까지 제공이 되고

영화를 볼 수도 있으며, 음악을 들을 수도 있지만

비행기가 하늘에 뜨고 두어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온 몸이 마치 윤할유가 거의 소멸된 오래된 자동차의 엔진 같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 한 뒤

그 이후에 펼쳐질 세상과 시간이라는 기대가 없다면

나의 자리는 가시방석일 뿐이고

비행기는 단지 헤어날 수 없는 지옥일 뿐이다.


이런 고통때문에

아내는 한국에 갈 때마다

번번이 다시는 한국에 가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지만

그 다짐은 늘 빈 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비행기 안에서 겪어야 하는 신체 구속의 고통보다는 

그런 시간을 겪고 난 뒤에 펼쳐지는 신세계의 매력은 

나로 하여금 아내의 그런 빈 말을 아예 무시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는 한국행에 대한

아내의 불평 리스트에 2-3 전부터

하나가 더 추가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가 풍경사진을 찍을 때만 내게 불편함을 줄 뿐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약간의 천식기를 가지고 있는 아내는

미세먼지 때문에 생명 유지에 필수인 호흡이 곤란을 느끼기에

아무리 비행 뒤에 펼쳐질 신세계가 매력이 있어도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행은 

이제 조금은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아내가 미세먼지 이야기를 하면서

상태가 더 나빠지면

한국을 가지 않겠다는 아내의 굳은 결심 내지는 의지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어제 밤으로의 긴 여로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네 시 반이었다.


비행기라는 감옥 안에서 해방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3.1 절이었다.


밖은 어두웠고

우리는 그 어둠을 뚫고 김포 공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김포로 가는 길에 창 박으로 희끄무레하게 아침이 찾아 오고 있었다.


제주 가는 비행기 check in을 마치고

공항 안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제주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뿌옇게 해가 떴는데

비행장 창 멀리 있는 풍경은 안개 속 환영처럼 보였다.


비행기가 제주에 가까이 갔을 때도

멀리 한라산 봉우리만 환상처럼

뿌연 구름과 먼지 속에 외롭게 떠 있는 것 같았다.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 와서 창문을 내다 보니

정상적인 날씨라면

푸른 나무가 보일 거리에 있는 산방사가

수묵화 속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의 환영처럼 보였다.

제주의 한라산 중턱마저도 미세먼지에게 포위를 당한 채

유령처럼 우릴 맞았다.


아 제주마저!


나는 거의 울 뻔했다.

제주는 나에게는 신화의 세계 같은 곳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그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번이 네 번 째 제주 방문인데

이제는 더 이상 제주에 올 일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는 신화로 남아 있어야 했다.

내 신화를 깨버린 미세먼지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내 조국의 3.1 절은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제의 잔재와 함께

모든 한국인들의 몸과 마음을 구속하고 있는 

미세먼지의 청산이 되어야 

진정한 해방과 광복이 이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운 이들과의 만남과 함께

미세먼지가 주는 아쉽고 안타까움이

날실과 씨줄이 되어 어둠과 함께 묻어왔다.


내일은 날이 좀 맑으려나?




뉴욕 JFK 공항에서

떠나기 전 




김포공항에서 먹은 아침 식사.

깁밥과 라면





김포 공항에서 출발 직전 비행기 안에서

조리개를 많이 당았음에도

먼 풍경이 미세먼지 때문에 흐릿하다.




제주 근처 하늘에서

한라산 꼭대기만 흐릿하게 보인다.




제주 공항.




애월 바닷가도 걷고---



바닷가 올레길을 걷는데

뜬금없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학선아"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만난 친구.

KBS PD로 일하다가 은퇴를 하고

제주에서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생 2모작을 꿈꾸며 탐색전 중. 






점심으로 먹은 전복 뚝배기

어패류와 새우, 전복이 그득.

얼큰한 국물.









카멜리아.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각 나라의 여러 종류의 동백나무와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진 

정원, 혹은 공원.





카멜리아 안의 카페

동백을 주제로 한 여러가지 그림과 선물 용품들이 전시 및 판매되고 있다.








우리가 묵고 있는 포도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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