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ie의 커피
어제는 축구를 마치고 손주 집으로 향했다.
손주의 친 할 머니가 돌아가신 관계로 큰 딸과 사위가
집을 비워야 해서
손주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출현은
자기 엄마 아빠와 얼마 동안 헤어져야 함을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고
아주 익숙하게 이별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자기 부모들과 잠깐의 이별이
아이들에게 서운함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주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도
결코 손해보지 않는 거래라는 것은
헤어질 때 표현하는 서운함을 보면 알 수 있으니
선뜻 자기 엄마 아빠의 손을 놓아 주었다.
그래서 손주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엄마 아빠를 포기하는 대신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나름 정성을 다 해서 같이 손주들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물론 아내는 나보다 그 정도가 더 하다.)
딸과 사위가 집을 나간 뒤
아내는 주일 미사를 위해 동네 성당으로 향했다.
아내가 없는 동안 나는 아이들과 'Play Dough'를 가지고 놀았다.
그것을 가지고 피자 반죽처럼 얇은 원형을 만들어 손바닥에 올리고
빙글빙글 돌리며
공중으로 살짝 던졌다 손바닥으로 다시 받는 묘기(?)를 부렸는데
참으로 단순한 놀이임에도 아이들은 열광을 했다.
다시 Play Dough를 이용해 비행기도 만들고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Sadie도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데
다섯 살 아이가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귀엽고 앙증맞았다.
종이 비행기를 만들어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날렸는데
비행거리며 비행상태가 전혀 양호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번갈아 가며
날리며 실제로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더 즐거워 했다.
그런데 나는 손주네 집에 가면
무엇보다도 먼저 Sadie에게 나를 위해
커피 한 잔을 가져다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물론 다섯 살짜리 꼬마가 진짜 커피를 끓여내오지는 않는다.
놀이방에 있는 장난감 부엌에서
커피를 내려다 주는데
주문을 하고는 1- 2 분 기다려야 한다.
나는 그 동안 Sadie가 무엇을 하는지 훔쳐 본 적이 없다.
어차피 진짜로 커피를 끓이는 것이 아님에도
뜸을 들인 후 이 할아버지에게 커피를 대령한다.
비록 장난감으도 된 빈 커피 잔이긴 해도
그 안에 자기의 마음과 정성을 담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는 받아들인다.
실제로는 마실 수 없는 커피이긴 해도
자기의 시간과 마음과 생각을 담은 커피 한 잔이
바로 Sadie의 커피인 것이다.
그냥 대충 빈 잔을 가져와도 되는데도
굳이 시간을 들이는 것은
그 아이의 시간과 마음을 우려내기 위함일 것이다.
대충 해도 될 일을
시간과 마음을 쏟아서 하는 일이기에
나는 Sadie의 커피를 마시며
"This is the most delicious coffee in the world!"라고 하며
Sadie의 노력에 경의를 표시한다.
살아가며
대충 해도 되는 일일지라도
시간과 마음을 쏟아서 하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아
나도 정성스럽고 진지한 태도롤
그리 말을 하는 것이다.
언제고 Sadie가 정말로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이 '하버지'에게 대접할 날이 올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 속의 겨울산책 (0) | 2018.12.03 |
---|---|
터키냐,치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0) | 2018.12.01 |
첫눈 (0) | 2018.11.17 |
그 애비에 그 아드님 (Like father, like SON) (0) | 2018.11.14 |
아! 겨울인가요 (0) | 2018.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