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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예술인(?) 아내의 환갑


예술인(?) 아내의 환갑




9 월 1 일 토요일 아내가 환갑을 맞았다.


우리식구는 Rhode Island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9월 1 일부터 2 박 3 일을 함께 지냈다.


큰 딸네 식구가 전 날부터 가서 머물렀고

둘 째 딸은 새벽 세 시에 도착한 막내 아들과 셌 째 딸을 픽업해서 

우리보다 두어 시간 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와 큰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마지막으로 도착했을 때는 해가 넘어가기

바로 전이었다.


우리가 도착하면서 저녁 준비가 시작되었다.


큰 아들과 예비 며느리가 

오븐에 구운 이탈리언 브레드 위에

토마토 등의 야채를 얹고 드레싱을 한 애피타이저를 준비했다.

베이즐이 향기로웠다.


그리고 해물 파스타를 아이들이 혐심해서 만들어 

아내의 환갑 저녁상을 차렸다.

메인 메뉴인 셈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케이크를 자른 뒤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을 진상하는 시간에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는데

아내의 사진을 표지로 한 앨범 같은 것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사진첩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책장을 열고 보니

아이들마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엄마와 함께 했던 기억이며, 

엄마에게서 받은 교훈,

자기들이 바라보는 엄마의 내적인 모습, 

등등을 적어 놓은 기념 책자였다.

말하자면 엄마의 환갑을 맞아 헌정하는

자신들의 마음이 들어 있는 앨범이었다.


그 중에 아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것은

셋째 딸이 엄마가 자기에게 했던 말 중

가장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 놓은 페이지였다.


"Do whatever YOU want."


아내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가진 꿈을 

살아가면서 당당하게 실현하라고 늘 가르쳤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아내는 김밥을 만들면서

김밥 재료를 늘어 놓고

아이들마다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하고

아이들마다 다 다른 내용물의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획일화 되지 않고

만드는 사람의 편리함보다는

먹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김밥을 말았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다 유별나기는 하다.


"남을 해롭게하지 않고,

죄가 안 된다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


거창하게 말하면 아내의 교육철학이다.


아내가 아이들 먹을 김밥을 마는 동안 나는 뭘 했을까?


나는 김밥 재료 대느라

일벌처럼 바쁘게 살았다.


아내는 가끔씩 말한다.


"죽을 힘을 다 해서 열심히 일 할테니

당신은 집에서 아이들 질 키워."

라고 내가 말 했다고.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이들 태어나 자랄 때

10 년 이상 우리는 어디 나가서 외식 한 번 제대로 하지 못 했고,

더더욱 여행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면 살았다.


아이들이 다 자기 갈 길을 찾아 떠나고 나니

요즘 여유가 좀 생겨서 미뤄두었던 여행도 자주 다니며 살고 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바라는 것도

여유를 갖고 여행 많이 다니라는 바람 뿐이다.

(여행 경비 보태주겠다는 아이는 아찍 하나도 없다.)


나는 우리 식구가 무지개라는 생각을 늘 해 왔다.

아내와 나, 그리고 다섯 아이들이

각자의 빛깔을 간직하고 식구라는 이름으로 모이면

아름답고 희망이 있는 무지개라는 그런 생각.


그런 무지개 가족이 되는 데

아내가 그 중심에 있어 왔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난 아내에게 늘 이렇게 말 한다.


"당신은 예술가이고, 나는 기술자야."


우리는 첨단 기술을 보며 감탄을 한다.

그러나 기술은 감동의 눔물을 흘리게 하지는 못한다.

사람들의 가슴을 덥히고, 감동을 주는 것은 예술가의 몫이다.

아내의 삶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내는 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나의 (버는) 기술이 

아내의 (쓰는) 예술에 버금하기에는 아주 역부족이긴 해도

아내는 내 기술을 감안해서

오늘도 예술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이쯤해서 내가 아내에게 무엇을 선물했는지 궁금한 이도 있을 것이다.


건강한 내 존재 - 이 것이 아내에게 바치는 내 환갑 선물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픈 내게 신경 쓰다 보면

제대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없기에

건강한 존재가 되는 노력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선물이라고 하면

여론의 지탄을 받을까?


어제 하루 바쁘게 장모님 생신상을 차려

식구들을 즐겁게 하고

그 많은 뒷정리까지 말끔히 하고 잠 든 아내 곁을,

아내의 (쓰는) 예술을 뒷받침 하기 위해

(버는)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기척내지 않고 오늘 아침 슬그머니 빠져 나온 것도

기술이라 할 수 있을까?




앨범의 표지.

앞면은 작년 내 환갑 맞이 대률 여행하면서 비 오는 날 Smoky Mountain에서

뒷 면은 3 년 전 퀘벡에서 찍은 사진.




아내가 제일 좋아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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