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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손주들에게 받은 편지

손주들에게 받은 편지





지난 주에는 손녀 Sadie에게,

그리고 어제는  손자 Desi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손녀가 보낸 편지에는 

여자와 남자, 그리고 또 하나의 사람이 그려져 있었고

대 여섯 개의 아이스 크림 콘이 색색으로 나란히 배열이 되어 있었다.


애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의 모습과 함께

아이스 크림을 먹은 기억을 그린 것이라고 했다.


고개가 끄덕여 졌다.


그런데 어제 받은 Desi의 편지 안에는

형체를 짐작할 만한 아무런 단서도 없이

펜인지 그레용인지로

개발 쇠발 찍찍 선을 그은 낙서가 전부였다.


누가 보아도 그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그런데 나는 손자의 편지를 보며

피식하고 웃음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제법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지 누나 옆에서

Desi도 무언가 끄적거렸을 것이다.


누나가 그린 그림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보낸다고 하니까

Desi는 자기 그림도 보내라고 떼를 썼을 것이다.


누구의 설명이 없어도

그 모든 정황이 눈 앞에 떠 오른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무질서한 선들이

아름다운 음악의 악보처럼 보이고,

그 선들 사이로 Desi의 목소리가 음악처럼 흘러 나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의 Desi의 낙서가 보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Desi의 목소리와,

Desi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눈 안의 눈으로 보아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Desi의 편지.


따지고 보면 세상엔

수많은 암호가 있다.

그 암호 속의 진실의 모습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만 볼 수 있다.


내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로

마음의 눈은 밝아졌으면 좋겠다.

바쁘게 살아 오면서 놓치고 흘렸던

그 많은 세상과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이제부터는 진실로 느끼고 사랑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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