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유리와 준기가 약혼을 했다.
유리네 식구, 그리고 우리 식구와
내 동생네가 모여서 식사를 하며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다.
아마 우리 두 집의 인연은
유리와 준기가 4 학년 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유리네가 퀸즈에서 우리 이웃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같은 한인 성당에 다닌 관게로 자주 만나며
정을 주고 받은 관계로 형제처럼 지내며 지금껏 살아왔다.
유리와 준기는 친구로 지내다가
몇 년 전부터 더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상황이 안정되면 결혼을 할 예정이다.
준기는 이 모든 것이 엄마의 계획 안에
있었다고 열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첫 영성체를 비롯해 중요한 순간에 같이 있었고
유리 엄마를 꼬드겨 유리에게 오보를 가르치게 했는데
그런 관계로 둘이 함께 연습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헉교 콘서트에서 유리와 준기는 오보에 듀엣을 한 적도 있다.)
그래도 그냥 친구려니 했었는데
친구가 연인으로 발전될 기회가 생겼다.
준기가 워싱턴에 있을 동안
유리가 직장을 잡아 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일이 있었다.
준기는 엄마의 지령에 따라 유리 이삿짐을 날라 주었는데
그 때부터 유리가 여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리도 마찬가지로 그 때 준기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
유리의 키가 한 뼘 가령 더 컸었는데
지금은 준기가 유리보다 조금 더 크다고 한다.
사실 유리네는 엄마가 아빠보다 키가 더 크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아름답게 잘 지내오고 있다.
그러니 키가 누가 더 크고 작음이
살아가는데 무슨 문제가 될 것인가.
그저 두 사람의 마음의 키를 잘 맞추어
하나 둘, 하나 둘 발 맞추어 살면
서로 위로가 되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준기는 이 달 15 일 첫 출근을 한다.
속된 말로 밥벌이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큰 로펌에서 Corporation 관게의 일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회사의 인수합병 같은 일을 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무얼 하든 나는 관심이 별로 없다.
유리와 준기의 약혼으로
아이들에 대한 나의 물질적인 원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두 사람의 약혼을 축하하며
동시에 아빠로서의 임무를 완수한 것에 대한
축하를 내 스스로 하며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기고 있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벙긋하고 꽃처럼 벌어지는 내 입은
40%는 유리와 준기의 약혼 때문이고
60%는 순전히 나의 해방감 때문인 것을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있을까?
내 동생네 식구
.
'식구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die's 5th Birthday (0) | 2018.10.29 |
---|---|
경축! (0) | 2018.10.23 |
학교 첫 날 (0) | 2018.09.17 |
예술인(?) 아내의 환갑 (0) | 2018.09.09 |
아니 벌써! (0) | 2018.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