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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내 마음에 드는)

큰 아들의 사랑 레시피


큰 아들의 사랑의 레시피





 “아빠 집에 시쯤 되어서 오실 있어요?”


퇴근 시간이 되어서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글쎄 8 20 ?”


그러면 조지 워싱톤 다리 건너면서 다시 전화해 주실래요?”


알았어.”


세탁소의 심장이라고 있는 보일러가 하루 종일 말썽을 부려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다 날씨까지 무더워,

아들의 전화를 받았을 이미 몸과 맘이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전부터 자기가 스테이크를 굽겠다고 하더니

내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추려는 모양이라고 짐작을 했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스테이크 굽는 냄새가 음악처럼 향기롭게 집안에 퍼지고 있었다.

다른 날보다도 바쁘고 허리 아픈 하루를 보낸 까닭인지 시장기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스테이크와 함께 스트링 빈과 버섯이 하얀 접시에 정갈하게 담겨 식탁에 올려져 있었다.

바야흐로 입이 동시에 식욕이라는 소실점에서 만나는 같았다.

 

맛있게 드세요~!”하는 아들의 말이 끝났을 ,

손에 쥐어진 포크와 나이프가 이미 활동을 개시한 상태였다.

그런데 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는 순간 깜작 놀랐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샀던 성당 바자회의 래플 티겟이 아이폰에 당첨되었을 때처럼

그날 저녁의 스테이크는 마디로 대박이었다.


아들이 끓여주는 라면은 가끔 먹어보았어도 

초보 요리사의 스테이크 맛이 그렇게 근사하리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들은 조바심 기대감 반의 심정으로 반응을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내가 먹어본 스테이크 최고!”라고 말하는 순간

아들의 표정이 환해지며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아들이 구워준 스테이크엔 나의 시장기뿐 아니라 하루의 피로마저 날려버리는 힘이 있었다.

배고픔과 피로가 물러간 자리엔 행복감이 밀려 들었다.

아들은 자기만의 레시피로 스테이크의 양념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양념도 함께 넣었음에 틀림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아들에게 제법 심각하게 말했다.

준기야 요리사가 되면 어떻겠니?”

뜬금없이 요리사가 되라는 아빠의 말에 아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제법 진지하고 심각하게 말을 꺼낸 것이었다.


네가 만들어준 스테이크는 맛도 최고였지만 먹고 나서아빠가 너무 행복해졌어

아빠가 행복하니 준기너도 행복하지

그러니 네가 요리사가 되면 요리를 먹는 사람뿐 아니라 그걸 보고 너도 행복해질 아니니

 아빤 네가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아들은 지금 전공하고 있는 ‘정치행정 너무 재미 있어서 공부를 것이라고 대답했다.

요리는 취미로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흔히 우리는 ‘살림이라는 말을 한다.

주부들이 단순히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며 아이들 키우는 일을 일컫는 말이지만

깊이 생각하면 ‘살림 누군가에게 생명을 주는 일이다.

 

그냥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생명을 주고 살리는 것이 살림이다.

살림은 주부들만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일이 아닐까 싶다.

 살림은 살림을 하는 사람과 살림을 받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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