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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내 마음에 드는)

비의 나그네


비의 나그네.


 

----  오는 날엔사랑하는 사람들은 더욱더 사랑을 하게 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도 사랑을 하게 된다-----

 
1

고등학교  학년  읽었던 고은 시인의 글이 나를 빗속으로  몰았습니다.

비가 오면 비의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사랑하고 싶었고  그만큼 사랑 받고 싶었던 젊음이

빗속을  돌았습니다.
비를 맞으며 사랑에 흠씬 젖고 싶었습니다.
어느 빗속에서 깨우침을 얻게 되었습니다.

 오는   사랑하게 되는 지를------
깨달음을 얻은 스님이 게송을 짓듯이,

고은 시인이 던진  화두에 답하는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삼십여 ------
기억 속에 묻혀 있던  화두를 꺼내 시를 쓰려  보았지만,

시는 되어지지 않고,

시작 노트의 언저리에서만 맴도는 잡문 밖엔 남은 것이 없네요.
그렇지만 사랑은 구도의  같은 ,

사랑이란 화두를  앉고 평생 풀고

 이루어 가야 겠지요.

2

젊은 시절비가 내리면비를 맞으며 무작정 걷곤 했습니다.

교외선을 타거나 경춘선에 몸을 싣기도 했지요
아무 역이나 물이 흐르는 곳에서 내렸습니다.

일영’, ‘송추’, ‘장호원’ 같은  이름이  오르고,

강촌’ 같은 곳에서 비를 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강물 옆에서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 보았습니다.

갈대 숲이라도 있는 곳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습니다.

빗속에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속삭이기도 하고,

세차게 비바람이  몰아  때면,

득음을 하기 위해 폭포 옆에서 소리 연습을 하는 소리꾼처럼

목청에 피가 맺히도록 ‘사랑한다 외쳐대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대상은 ‘어떤 누구였어도 좋았고, ‘

아무 누구여도 상관 없었습니다.

그저 사랑하고 싶었고,

 그만큼 외로웠으니까요

 사랑의 언어는 비에 녹아서 냇물로 흐르고,

 강물이 되어 흐르다가 바다에 이르겠지요.

그리고 하늘에 올라 구름이 되었다가,

오늘처럼 다시 비가 되어 내리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옛날어느 누군가가 나처럼,

비가 내리면,

빗속에서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외쳤을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의 비를 맞고 자란 나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저절로 사랑하게 되었으니까요.
 훗날 누군가도 비를 맞으면,

내가 그랬듯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절로 사랑을 하게 되겠지요.


3

오늘 오후엔 Hudson 강가,

Piermont 갈대 숲에 나가 보렵니다.

 쪽을 향해 그리움 만큼의 목을 빼어  갈대들은

 어느새  키의   배는 자라 있겠지요.

  숲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갈대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에서

 젊은 날의 사랑의 언어들과 만날  있을  같으니까요.

빗방울에 서걱이는 갈대들이 들려주는  숱한 사랑의 언어들을-------
비에 젖어서,

그래서 다시 온몸과 영혼까지  젖는 그런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P.S 오늘  곳에는 봄비가 내립니다.

       이런 날은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이 제격입니다.

       커피  잔의 향기와 함께 빗소리가 깔린 첼로의 선율이

       어우러지면------

        

        이 지상에서 맛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열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