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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 날 스케치

지난 토요일엔 큰 동서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Dadie와 Desi,

두 손주와 함께 Sleepover를 했다.


동서는 학교일로 이스라엘에,

큰 조카는 유럽에,

작은 조카 세연이는 London에서 열공중.

(7 월에 London Business School에서 박사 학위)


당연히 처제만 집에 있으니

우리 식구가 가서 자리 차지 하고

하룻밤을 맘 편히 묵을 수 있었다.


막내 동생을 보러 Sadie와 Desi 엄마가

금요일 부터 집을 비웠기에

아내는 벌써 이틀 밤을 손주들과 보냈다.


거실에 넓게 이불을 깔고 넷이 누웠다.


환경이 바뀐 탓인지 

아이들 잠을 재우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겨우 잠을 재웠는데

한 밤중에 갑자기 Desi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서 잠을 깼다.

Desi는 함머니를 먼저 찾았고

할머니의 존재를 확인 후 

누나인 Sadie를 불렀다.

Sadie가 자리에 있음을 확인한 후

다시 하버지를 찾았다.

나는Desi 옆에 누웠다가 소파 위로 올라와 잠을 자던 중이었다.

자기 옆에 있어야 할 하버지가 보이지 않아 잠시 당황하셨던 것 같다.


모두가 옆에 있음을 확인한 후, 

Desi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다시 잠 속으로 기어 들어 갔다.


엄마를 찾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아이들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아주 짧게 하고 나도 다시 잡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축구를 다녀 와서는

아이들과 함께 놀았다.


동네 공원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미끄럼도 타며 놀았는데

날이 무자비하게 더워지기 시작했다.


못 속에는 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자기들끼리 장난을 하는지

흙탕물을 일으키며 Desi의 눈을 잡아 끌었다.

가끔씩 물 위로 튀어 오르기도 했는데

Desi의 눈은 그 놈들을 추적하는데 늘 실패를 했다.


어린 아이들은 현실적으로 시야가 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에서 나와

우리는 막내 처남 집으로 갔다.

집 뒷 뜰에 있는 수영장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집 막내 영채가

아이들과 잘 놀아 주어서

나는 그저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얼마 후에 큰 처남네 막내 딸 영서까지 합세하니

수영장은 활기가 넘쳤다.


날은 점점 더워졌다.


중간에

Desi는 가지고 놀던 물총을 고쳐 달라고 했다.

전에도 무슨 부탁을 한 적이 있는데

손이 둔한 나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번에도 Desi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벌써 두 번이나 Desi를 실망시켰으니

Desi가 하버지를 어떻게 생각할 지 근심이 되었다.

맥가이버 수준이 되어야 만점 하부지가 될 텐데

50 점 짜리 하부지나 겨우 될까 말까 ----


손주들에게는

마음 같아서는 만점짜리 하버지가 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 하다.


물 속에서 한 참을 놀던 Desi가 물 밖으로 나왔다.


'하버지, Can I sit on your lap?"


내 무릎에 앉고 싶다는 거였다.


-그 많은 의자를 두고

하필이면 내 무릎에 앉을 건 뭐람.-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Desi를 무릎에 앉혔다.


물총도 못 고쳐 준 하버지에게

Desi가 좋은 하버지가 될 기회를 준 것이었다.


물에 푹 젖은 Desi의 수영복으로부터

많은 양의 물이 내 바지로 이동을 했다.

결국 나는 내 바지에 실례를 한 형상으로

아랫도리 축축한 두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버지 날 아침,


멀리 떠난 아이들로부터 아무 대접도 받지 못 한 채,

손자 녀석의 물세례만을 받았다.


그런데 손주들과 지냈던 기억을 끄집어 내면

늘씬 젖었던 내 바지도

잘 말라서 포근하게 느껴지고

입가로 뽀송뽀송한 웃음이

시도 때도 없이 삐져 나오는 건 왜일까?




























아버지 날 선물 중 하나인 

아이들 사진.

New Orleans French Quarter의 어느 건물 앞에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