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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소를 사수하라!

큰 아들 준기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으로 떠나기 일 주일 전에

준기 친구인 Kevin의 부모로부터 Tea party에 초대를 받았다.


Tea Party는 Kevin이 대학으로 떠나기 바로 전 날 저녁에

Kevin네 집에서 열렸다.


우리 아들 준기는 두루두루 친구들이 많기는 하지만

특별히 Kevin을 비롯한 Pat, Casey와 Tyler등 다섯이 똘똘 뭉쳐서

정말 친하게 지냈다.


Tyler는 다른 타운에 살고 있어서 고등학교에 가서야 친해진 경우지만

나머지 셋은 유치원부터 함께 해서 

고등학교까지 주욱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자랐다.


얼마나 자기들끼리 뭉쳐 다녔으면

모두 여자 친구 하나 변변히 사귀지 못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했을까?

그들의 울타리가 너무 견고해서

여자 아이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친한데

부모들끼리는 가끔 스치고 지나며

인사만 할 정도여서

아이들 대학으로 떠나기 전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자는 게 Kevin 부모의 Tea Party 초대의 이유였다.


Kevin은 남자 형제가 둘이 더 있는데

큰 덩치에 늘 싱글싱글 미소가 순진한 아이였다.

Kevin을 기억할 때면

그 미소가 이름보다 먼저 떠 올라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Kevin 집으로 향했다.


Kevin의 집까지는

준기를 데려다 주고 데려 오느라

셀 수도 없이 다녀 왔지만

정작 집 안으로 들어가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집 안응접실에는 촛불을 밝혀 은은한 분위기가 났다.

케잌과 과자를 구운 냄새가 집 안에

향기롭게 배어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그 집에서 준비한 과자와 티, 커피를 마시며 

어른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 순간 여러 종류의 과자와 예쁜 치즈 케익에 

수다의 초점이 모아졌다.

그 모두가 집에서 만든, 

말하자면 홈 메이드였는데

맛 쁀 아니라 모양새도 뛰어났다.


입에 넣고 씹는게 너무 불경스럽고

하나씩 아름다운 존재들이 소멸해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모두들 Kevin 엄마의 솜씨에 감탄하며

한 마디씩 했는데

Kevin 엄마는 그 모든 게 남편이 한 것이라고

Kevin 아빠를 추켜 세웠다.


다른 사람들은 다시 Kevin 아빠의 놀라운 솜씨를 칭찬하며

"Kevin 엄마는 복두 많네요, 저런 남편을 두어서--"

라며 아낌 없는 덕담을 건넸다.


이 때 Kevin 엄마가 남편에게 은근히 물었다.


"나만 복이 많은 건가요?"


Kevin 아빠는 정색을 하며 대답을 했다.


"복이라면 당시보다는 내가 더 많이 받았지. 

어디 당신같은 아내를 맞을 수 있는게 보통 일이야?"


난 그 때 알았다.

Kevin의 그 순진무구한 미소의 비밀을.


다음 날이면 대학으로 떠나는 Kevin에게

헤어지면서 이런 말을 했다.

"네 미소를 사수해라!"고.


대학에 가서 무엇을 공부하고

나중에 세상에 나가 어떤 종류의 출세를 하건

Kevin이 가진 그 미소의 가치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모의 상호 존경과 사랑이

Kevin의 아름다운 미소로 피어난 것이기에,

그래서 그 미소는 세상 어떤 가치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기에

난 미소를 '사수하라고' Kevin에게 말 한 것인데

Kevin이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문득 Kevin의 미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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