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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침 하늘빛 때문에-----





아파트 3층에서 바라 본 하늘.

지상의 전철과 내 가 사는 곳의 키가 같다.

마침 지나는 전철에 아침 햇살이 묻었다.





큰. 일 .났.다.


그제 저녁,

고등학교 친구 어머님의 '천국 환송 예배'에 가려고

검정 색 양복을 찾아 보니

맞는 게 없었다.


하기야 양복을 입어 본 지가 3 년은 지난 것 같다.


그 동안,

그 시간 동안

내 허리가, 내 배가 나를 배반한 것이었다.


몇 벌 되지도 않는 양복 중

어둔 계통을 두어 벌 골라서

막상 입으려 보니

윗도리는 몰라도 바지와 나의 허리 둘레가 

전혀 타협할 기색이 없는 것이다.


-아, 이것 참 큰 일 났다.-


지난 1 월 동안 우리 세탁소는 적자의 연속이었다.

그러니 가게에 나와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게 나의 일과였다.


바쁠 때는 

손님 옷 받으랴, 

세탁이 끝나고 말끔히 다려져 나온 옷들을 검사하랴

앞 뒤 길이가 30 미터가 넘는 세탁소를

종횡무진잰 걸음으로 누비느라 

내허리가 나에 대한 반란을 일으킬 여유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 그랬다지.


"벌꿀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고


얼마나 바쁘면 꿀벌을 벌꿀이라고 했으랴만은

나는 바쁘지 않아도

꿀벌을 벌꿀로 천연덕스레 사용하면서도

그 과오를 깨닫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축구를 하면서

지난 몇 달 동안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몸도 정신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머니 사정도 점점 쇠락해지는 까닭에

모든 게 시들해져 가는 요즘,

양복 바지들의 반란은

한 마디로 나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친구 어머니 Vewing에 입고 갈 옷이 없다는 절박함은

곧 내 삶의 허탈함으로 이어졌다.


그 허탈함은 한 동안 꾸준히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오던 것이

바지를 입어 본 순간에 폭발한 것이었다.


마치 9999 개의 눈송이가 쌓여도 끄떡도 않던 나뭇가지가 

만 번 쨰의 눈송이 무게가 내려 앉을 때

탁 소리와 함께 꺾여지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나는 설해목(害木)처럼 아팠다..


누가 보면

내가 엄살을 떠는 줄 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아픔은 객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철저히 주관적이다.

나의 뾰로지가 다른이의 암세포보다

더 크고 아픈 법이다.


아무도 내 몸에 생긴 뽀로지의 아픔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벌꿀처럼아프고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색상과 스타일이 맞지 않는 

윗도리와 바지를 입고라도 

퀸즈의 교회로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양복 상의와 다른 바지 하나를 골라

적당히 타협해서 입었다.

그리고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코트를 위에 걸쳤다.

그 코트는 교회 안이 별로 춥지 않았어도

예배를 드리는 동안 단추 하나 풀지 않은 채로

굳건하게 내 양복의 방패막이 역할을 수행했다.


코트까지 걸쳤어도

어머니를 여읜 친구의 마음보다

내 마음이 더 으슬으슬 허기진 것은

하루 종일그리고 밥 늦게까지 세차게 내리던 

겨울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파트 창문의 블라인드가 빠알갛게 물이 들었다.

창 밖을 보니 아침 하늘빛이 참으로 고왔다.


뉴저지 집에서 출근할 때

허드슨 강 저 편으로 그런 맑고 황홀한 하늘빛이 보일 때면

우리집 뜰의 Snow Drop이 꼬물꼬물

땅 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붉은 하늘빛은 봄이 멀지 않았다고

내게 눈짓을 건네는 것 같았다.

갑자기 성경 구절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Kingdom of Heaven is at Hand.'


무심히 지나치던 그 구절이

오늘은 밑 줄이라도 쳐 놓았던 것처럼

내 머릿속에 선명히 떠 올라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 


오늘 아침의 하늘빛은 봄이,

희망이 가까이 왔다고,

아니 벌써 봄은 시작되었다고

아주 황홀한 미소와 눈짓을 내게 건네는 것 같았다.


바지의 허리를 늘리려던 마음을 접었다.

바지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바지의 허리를 늘리기 보다

내 허리의 반란을 제압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은

모두 모두 오늘 아침 하늘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 은밀하고 황홀한 하늘빛이

내게 던진 추파 때문에----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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