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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폭설 일기-살아 내기

어제는 눈이 내렸다

'snow storm'이라고 하는 폭설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내려다 보니

눈이 인도를 제법 덮은 상태였는데

다른 날에 비해 인적이 뜸했다.


학교도 문을 닫았다.

직원 하나는 말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일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었다.


모든 게 '폭설' 하나로 다 설명이 되는 날이었다.


출근한 직원들은 두 서너 시간 일을 한 뒤

모두 집으로 돌려 보냈다.


혼자 남아 문 밖을 내다 보며

오후 시간을 무심하게 채워 나갔다.

오지도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날이 어둑해지며

눈발도 잦아들었다.


세탁소 문을 일찍 닫았다.

어차피 올 손님도 없을 것이다.

보일러가 꺼진 세탁소 안의 썰렁함으로부터

서둘러 빠져 나왔다.


게이트를 내리며

폭설 때문에 일찍 문을 닫는 마음에도

게이트가 닫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폭설 때문이 아니라

너무 장사가 안 되어서

게이트를 내리는 사람의 마음을 잠시 느껴 보았다.


아파트로 걸어 가는 길,

같은 블록의 가게 두어 곳은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아파트에 들어서니

어둔 아파트 창문에 눈이 쌓여 있었다.

아파트 3 층까지 올라오는

기린 같이 키가 큰 가로등 불빛이 눈 사이를 비집고 들어 왔다.


가로등 불빛,

차들의 불빛이 있는 곳을 빼고는

세상은 하얗게 어두웠다.


이 번 주는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 해 첫 날 하루를 쉬었고

추위와 폭설로 

매출이 평소의 반을 넘기기 힘들 것이니 말이다.



어둔 생각을 차단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하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넋 놓고 보았다.

작은 오렌지 열 개쯤 까 먹고

감도 세 개나 먹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니

먼 데 동쪽 하늘이 발그스레 물이 들었다.


오늘 아침엔 오늘의 해가 떠 올랐다.


그러고 보니

아, 난 어제 하루도 참 잘 살아낸 것이다.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82




어젯 밤 아파트 창문.



오늘 아침 아파트 창문

눈이 많이 흘러 내렸고 먼 동이 텄다.

다육이는 진홍색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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