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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추수감사절 유감


식탁에 둘러서서

감사의 기도.




추수 감사절.

Thanksgiving Day는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매사추세츠 주의 플리므스에 도착한 청교도들은

혹심한 겨울의 추위와 만나야 했다.


겨울의 추위와 식량 부족 때문에

봄이 되기 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새로 정착한 청교도들은 봄이 되면서

인근에 살던 인디안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짓게 되었고,

가을이 되자 제법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도움을 준 인디안들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3 일 동안 감사의 축제를 열었는데

그것이 바로 미국 추수감사절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 감사의 축제 동안 먹었던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야생 칠면조(Turkey)다.

그런데 칠면조 요리는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좋아 하질 않는 것 같다.


우리 사위들에게 물어 보아도 대답은 한결 같이

'칠면조보다 닭'이다.


요리하는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지방질이 적어 닭보다는

퍽퍽하고 맛이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한 이 주 전부터 식구들끼리 여론조사를 거치더니

드디어 우리 집 올 해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칠면조 요리가 사라졌다..


그 칠면조 대신 한국에서 건너온 브랜드인 ' X촌 치킨'이 

치고 들어 떡하니 자리를 잡았다.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사다 먹는 닭 튀김은

간장 양념을 한 것과, 매운 양념 두 가지가 있는데

둘 다 두루 맛이 좋았다.


매 해 인사치레로 마지 못해 먹던 

칠면조와는 맛의 레벨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청교도들이 이 땅에 와서

먹을 것이 제대로 없을 때

칠면조 요리는 요긴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을 것이다.


양념도 제대로 없던 시절

야생 칠면조 요리는

지금의 기준으로만 보면 맛이 형편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칠면조 요리가

처음 추수 감사절이 시작 된 1621 년 이래

500 년이 지난 요즘까지 

추수감사절 식탁의 중앙에 위치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 때문에---'가 아니라

'---임에도--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진정이 스며 있는 마음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용할 양식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맛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맛이 없음에도' 

감사의 마음이 우러 나왔던 이 땅의 조상들,

그 마음을 간직하려는 마음이

맛 난 닭고기가 있음에도

맛 없는 칠면조 요리를 지금까지 

추수감사절의 으뜸 요리로 남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우리 집 식탁에서 칠면조 요리가 사라진 것은

우리 식구들 마음 속에서

'--임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로지 맛이 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추수감사절 식탁에서 내몰렸던

칠면조 요리를 내년부터는 

추수감사절 식탁의 가장 가운데 자리에

다시 모셔올 궁리를 해 본다.


매콤한 양념이 맛나게 밴

닭다리 튀김을 먹으며 생각한다.


-내 년 추수감사절엔 칠면조 고기를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딸들이 대학에 간 뒤부터는

'아이들이 음식 준비를 맡아서 한다.




집에 온 손주들

말 태우기

아이들 입에서 또 해달라고

'again'이라는 말이 나온다.


힘이 들어도 기쁜

손주들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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