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Utah의 가을은 추웠다.
새벽 온도가 영하로 내려간
겨울 같은 가을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Arches National park로 방향을 잡고
호텔을 나왔다.
얼마 가지 않아
도로 표지판을 스쳐 지나갔다.
"National Forest' 라는 표지와 함께
'Birch Creek'라는 지명이
얼핏 눈을 스친 것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차량이 뜸한 틈을 타
U 턴을 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길은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으며
길 위로 돌멩이며 바위 같은 것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어서
운전을 하는 것이 여간 겁이 나지 않았다.
차가 동시에 지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였고
조금 넓은 곳에서
차 하나가 길 한 편으로 바짝 붙어 있다가
다른 차가 지나야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가 그 곳에 갔다가
다시 큰 길로 돌아오는 동안
다른 차와 마주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큼 차량 통행이 뜸한 곳이었다.
단지 돌아오는 길에 멀리 4륜구동의 'Dirt Bike'가
좁은 들길을 달리는 걸 보았을 뿐이다.
.
Birch Creek은
큰 길에서 4 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결코 짧지 않고 위험한 산 길을 간 것은
오로지 그 곳의 이름 때문이었다.
그 위험하고 불편한 돌과 자갈길을
위험도 무릅쓰고 간 이유를 묻는다면
오로지 'Birch'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명이 주는
환상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자작나무'
'자작나무 우거진 개울'이라는 지명은
내 마음을 홀딱 앗아가 버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흰 나무 껍질과
노란 나뭇잎의 자작나무는
언제부터인지 나의 로망이다.
노란 자작나무를 머릿 속에 떠 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자작자작 뛴다.
숲이 우거진 산길을 달린 지
5 분도 채 되지 않아
우리 차의 GPS 화면에서 우리의 위치가 사라졌다.
GPS 상에는 기록되지 않은
그런 길을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숲길의 모퉁이를 돌 때
해가 비치고 안개 같은 것이
차의 뒷거울에 비쳤다.
"안개인가?"
보이지 안개가 갑자기 나타난 까닭을 알아볼 여유도 없었다
나의 중얼거림에 아내는 차의 창문을 열고
뒷 쪽을 돌아 보더니
"아침 안개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 했다.
아무도 없는 숲 길에서
아침과 함께 만나는 안개는
낭만 충만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뭔 안개람?"
뭔가 이상했다.
"아, 그렇지."
우리가 흙먼지 길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먼지야, 흙먼지."
아내는 갑자기 풀이 죽었다.
나의 흙먼지라는 말은
아내의 낭만적인 아침이라는 환상에
초를 쳤다.
갑자기 말이 없어진 아내와
한참을 더 가서
제법 자작나무가 우거진 곳을 만났다.
그 곳이 'Birch Creek'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 곳을 지나 위험한 고갯길을 넘어가 보았지만
더 아름다운 곳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어서
다시 그 곳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잠시 머물렀다.
그리고 후회를 했다.
내가 '흙먼지''라는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더라면
아내에게 그 아침은
자작나무와 함께
아침 안개가 낀
환상적인 아침으로 기억될 수 있었을 텐데----
때로 침묵은 금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는 서부 여행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주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달리는 차 뒤로
안개가 일었다.
'아침 안개'
'낮 안개'
'밤 안개'
흙먼지 길을 달릴 때면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안개'를 보며
우리는 그 아침의 안개(?)를 떠 올리며 킬킬댔다.
꼭 안개여야만 낭만적일까?
흙먼지를 안개(?)라 부르며 낄낄대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고 떠 올리면
다 아름다운 낭만인 되는 것을---
https://blog.daum.net/hakseonkim1561/1847#none
안개라고 착각한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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