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
환갑을 맞고 처음으로 축구를 했다.
60 대로 접어들면서 한 첫 축구였다.
거의 한 달 동안 동에서 서로,
다시 서에서 동으로 손수 운전을 하며 여행을 하느라
축구를 하지 못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숨이 턱턱 막혀서 애를 먹었다.
한 달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아
폐가 쪼그라 든 것 같았다.
다행히도 오랜 시간 축구를 해서 인지
무릎이 꺾이는 일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몸이 축구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축구를 하다 보면
역습의 기회가 생길 때가 있다.
우리팀의 한 선수가 공을 잡고
드리블을 하며 상대편 진영으로 빠르게 돌진해 갈 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외쳤다.
"혼자 해!" (이럴 때 누가 공을 몰고 가든 반말을 한다.)
뒤에서 거의 팔짱을 끼고
하프 라인 건너 편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외치는 이 소리가
축구를 하면서 제일 듣기 싫은 소리다.
물론 공을 잡은 선수의 능력에 따라
아무 도움 없이 혼자 골을 넣기도 한다.
사실 우리 같이 동네 축구를 하는 사람들과
프로 축구 선수들과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이다.
프로 선수는 앞에서 같은 편 선수가 공을 몰고 가면
뒤에서 "혼자 해!"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공격수는 공을 몰고 가는 선수의
양 옆으로 전력 질주를 하며
상대편 수비의 집중력을 흐트러 뜨리며
혹시 자신에게 올 수도 있는 골 득점 기회를 노린다.
마치 맹수가 먹이를 향해 돌진라는 것을
보는 것 같은 박진감이 넘친다.
미드 필더들도
파도처럼 앞에 가는 선수들을 엄호하며
빠르게 전진한다.
그러나 우리 팀은
대부분이 아재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다가
나같이 할배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그렇게 전력으로 같이 질주할 수 있는
능력이나 체력이
현실적으로 턱 없이 모자라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혼자 해!" 라는 외침이
외로이 달려가는 선수에게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신호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앞에서 상대방 수비수들의
저항에 맞서고 있는 선수에게는
"혼자 해!"라는 외침이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아주 허망하고 맥 빠지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 앞에 외롭게 질주하는
선수에게
"혼자 해!"
라는 외침을 그의 등 뒤에 남기기 보다는
말이 없어도
그와 함께 마음을 다해 함께 뛰어주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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