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미국을 횡단하는여행을 계획했을 때,
그 출발점을 메인 주의 마카디아 국립공원에 있는
캐딜락 마운틴을 마음에 두었다.
그 곳은 미국에서 제일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이미 그 곳에서 세 번의 아침을 맞았다.
아주 장엄하고 멋진 일출을 본 적도 있지만
비가 오고 날이 흐려
구름에 가려진 희끄무레한 헤의 윤곽만을 보고 돌아 온 적도 있다.
장엄한 일출이 있는가 하면
보잘 것 없는 일출도 있다.
아예 해를 보지 못 할 때도 있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
그러나 해를 보지 못 한다고 해서
아침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가 뜨는 걸 볼 수 없어도
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
그리고 빛이 있는
아침은 소중하다.
일출이 위대하지 못 하다고 해서
아침이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일출이 어떠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승에서 삶의 아침을 맞았고,
내 삶의 아침 또한 소중했을 것이다.
누구나의 아침처럼.
대서양에서 해 뜨는 것을 바라보며
내 삶을 탄생부터 찬찬히 음미하며
해 지는 태평양까지의 여행,
그것은 곧 내 삶의 여정을 되 짚어 보는 일이었다.
아침이라고 해서 늘 해가 뜨는 것은 아니다.
떠나기 전 날 저녁의 일기예보는
다음 날 새벽의 날씨가 흐림을 예고하고 있었다.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설레임에 눈을 뜨니 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창 밖 하늘을 보니
도시의 불빛 사이로 별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행히 약간의 구름이 있긴 했지만
하늘의 8할은 맑았다.
여행 출발 지점은 우리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Rockaway Beach였다.
캐딜락 마운틴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현실적으로 여행 일정에 두 세 날을 덧 붙혀야 하기에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출발 지점을 바꾼 것이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내가 미국에 첫 박을 디딘 곳이
JFK 공항이었는데
Rockaway Beach는 그 곳에서 멀지 않았고,
처음으로 살았던 아파트도
30 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곳이라,
이민을 통해 제 2 의 삶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도착한 Rockaway Beach 동녘 하늘이
보랏빛으로 밝아오고 있었다.
바다의 빛보다는 파도 소리가 먼저 우릴 반겼다.
일출은 붉은 빛이 아니라
보랏빛 기다림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둠 속에서 한 물체 희미한 파도를 배경으로 움직였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나중에 우리에게
바다 한 켠을 가리키며
고래가 나타났다고 알려 주었지만
정작 보지 못 했다.
그 사람은 자기는 거기서 자주 낚시를 하고
따라서 그 지역을 잘 안다고 좀 으시대는 것 같았다.
바다를 보고 신기해 하는 우리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하듯
보여주면 더 신기해 것 같은 바다의 고래를 보라고
굳이 알려준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낚시꾼이 아무 상관 없는 우리에게
처음엔 아무 말 없다가
만남을 인식한 지 거의 30 분이나 지난 후에
고래를 보라고 알려 준 까닭이 궁금해졌다.
그냥 관심을 가지는 정도에서
어디어디 하기는 했지만
정작 고래는 못 보았다.
그 사람은 친절한 마을으로 고래의 존재를 알려 주었을까,
아니면 그 곳이 자기가 잘 아는 일종의
'나와바리'의식에서 우쭐대기 위해서 그럐을 것인가?
살아오면서 수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살아왔다.
친절한 의도를
친절함으로 받아들일 때
깊은 교감이 생긴다.
그리고 살아 있음의 고마움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느낀다.
교감을 위한 첫 걸음미 관심이다.
관심이 곧 사랑이다.
이 번 여행의 테마이기도 하다.
내가 길에서 만나는 자연,
그리고 사람들과의 교감.
그렇게 일출을 기다리며
파도 소리에 귀가 익숙해 지자
수평선 저 너머에서 노란 빛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가슴이 뛰었다.
내 삶의 일출 때에도
누군가 이렇게 가슴이 뛰었을까?
순식간에 해가 떠 올랐다.
그리고 사람들이 갑자기 해변에 몰려 왔다.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10워 7일,
철 지난 바닷가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할 줄은 생각하지 못 했다.
서핑은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난 보는 광경으로 생각했다.
내 인식의 협소함과 편협함이 드러났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무지.
나만 맞고,
내 생각만 옳은 줄 알며 살아 온 60 년 세월.
점점 단단해진 내 안의 성.
껍질을 깨고 조금은 새로워지기 위해
떠나는 여정.
앞으로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 될 것이다.
내 여정,
내 새로운 탄생을 축복하듯이
그렇게
장엄한 아침해가 바다 위로 떠 올랐다.
그 아침의 해는
내 새로운 아침의 첫 스승이었다.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42)
Rockaway Beach로 가는 다리.
다리 위의 불빛과 그 반영.
너무 어두웠다.
살짝 머리를 내 민 해.
고기를 낚으러?
아니면 해를 낚으러?
(맘에 드는 사진.)
첫 햇살 아래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청년도
멋진 일출을 그냥 지나치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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