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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예순 즈음에



새로 발급 받은 운전 면허증

앞으로 4 년간 쓸 수 있다.



아내가 예약해 둔

Malibu 해변가의 집.

아이들과 2 박 3 일을 보낼 예정이다.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1826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의 가사다.

서른 즈음의 최대 관심사는 아마 사랑인 것 같다.

그러나 예순 즈음의 나는

노래 가사 중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시간', 혹은 '세월'이라는 말로 바꾸어 본다.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나는 어느새 예순 언저리에 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10 여년 전부터

예순 즈음에 여행을 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전 세계를 갈 수는 없으니

미국 횡단 여행을 하려는 계획이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의 긴 여행.


해가 뜨는 곳에서 해가 지는 곳까지의 여정,

다시 말해서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길을 

한 번 가 보겠다는 거였다.


이민 와서 바쁘게 사느라 그렇게 긴 시간을

쪼개어 쓸 수도 없었지만

예순 즈음에는 

60 년을 이승에서 살아 온 나에게 

맘 먹고 통 큰 선물을 하고 싶었다.


4 년 전 새로운 면허증을 받으며

결심을 굳혔다.

예순 언저리에 새로 받는 면허증으로

나로서는 한 번도 해 보지 못 한 여행을 떠나리라고---


그래서 언젠가 아이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공표를 했다.


아이들은 모두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툭별히 셋 째 딸이

아빠의 여행이 끝나는 곳에서

자기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아빠를 환영하며

환갑을 축하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좋다고 했다.


나로서는 미안하고도 고마웠다.


한창 바쁘게 일 해야 할 때

시간과 경비를 써서 기쁜 마음으로 

그리 하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주었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그 시간이 

아주 가까이 와서 나를 빤히 보고 있다.


이 글을 미루고 미루며 쓰지 않았던 이유는

혹시 이루어지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스스로 결정을 잘 못 하는 나를 

너무나 잘 아는 아내는

두어 달 전에 대서양에 닿아 있는

Malibu라는 곳에 Beach Front House 한 채를

덜컥 빌렸다.


우리 식구가 2 박 3 일을 함께 지낼 집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덜컥 내게 족쇄를 채운 것이다.


나는 아무 계획 없이 길을 떠날 것이다.

내 삶과 죽음에

내 의지가 개입되지 않는 것 처럼----


해가 뜰 때 대서양을 떠나서 

해가 질 무렵에 태평양 바닷가에 도착할 것이라는 게

내가 구상한 여행의 유일한 아웃라인이며 전부다.


길을 가면

길은 내게로 걸어 들어 온다.


그래서 길이 내가 되고

내가 길이 된다.


길은 길로 이어지고----


나는 죽음으로의 길을 떠난다.

그러나 떠나는

유일한 목적은

'다시 돌아 오기' 위함이다.


'환갑'


하늘이 내게 주신 한 평생을 살고,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 온 내가 죽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것이 환갑이 아닐까?


아무 걱정 없이 길을 떠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지나 간 길이지만

그것은 나만의 길이 될 것이다.


육십 년을 살아 오면서

내가 배반하지 않는 한

길이 먼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죽기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나로 태어나기 위해서


나는 길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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