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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노을산책

너무나 한가한 8월.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녁 산책을 가기로 했다.

부르클린의 아파트에서 차를 타고 10 분 이내에 

아주 큰 공원이 있다.

아내가 돌아다니며 찾은 곳.


주차장에 빈 자리가 없어

Far Rockaway로 드라이브를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루 종일 흐리고 구름 낀 날씨가

반짝 개었다.


아름다운 일몰과 만났다.




바닷가로 가던 중

우연히 주택가를 지나다

사적지 표시를 지나쳤다.

내가 발견했고 무심히 지나쳤는데

아내 입에서 'Betty Smith'라는 이름이 

자신 없이 흘러 나왔다.


순간 내 귀가 활짝 열렸다.


'A tree grows in Brooklyn'의 작가가

'betty smith'였다.


내가 읽었던 책에 저자 이름이 소문자로 인쇄되었던 기억이 났다.


내가 30 년 넘게 일하고 있는 

곳과 그 주변이 배경이 되었던 소설.


가난한 이민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동화되어

웃고 울며 읽었던 소설.


바로 그 소설을 사진의 집에서

1943 년에 썼다고 한다.


수 많은 사적지를 그냥 지나쳤지만

Betty가 살았던,

그리고, 내가 감동을 받았던 소설이 쓰여진

그 집은 특별한 의미로 내 기억 속으로 흘러 들어 왔다.


장인 장모님과 함께여서

더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바닷가로 가던 중

힐끗 옆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렸다.


해바라기,

그런데 해바라기가 해에게서 얼굴을 돌리고

나만 쳐다 보는 것인지.


사실 나도 해(SUN)이다.

내가 샀던 모든 책에는 'SUN'이라고 써 놓았다.


내 이름 김학선(SUN)


그러니 해바라기들이 나를 

열렬히 사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









다시 자리를 옯긴 곳은

선착장.

해가 졌다.

해가 진 이후로 하늘이 황홀했다.


멀리 맨하탄의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이 눈에 들어왔다.


다운 타운의 Freedom Building

미드타운의 Empire State Building.




한 노인이 장미를 앞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특별했다.


노인은 내게 노을을 배경으로 찍은 

장미 사진을 보여 주었다.


노을을 배경으로 찍은 장미 사진.


그 노인은 거의 매일 그리 한다고 했다.

사연이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지독한 외로움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노을을 볼 때마다 그 노인의 사연이 생각날 것이다.


그 노인은 'Rosy Sunset'이라는 말로 

노을을 표현했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어둠이 내려 앉은 

Far Rockaway를 떠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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