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축구를 다녀와서
오랜만에 교적이 있는 성당에서 미사를 했다.
점심을 먹고 텅 빈 거실에 이불 깔고 누워
푸른 하늘에 흰 뭉게구름 흐르는 걸 바라보며 멍때리기를 했다.
슬며시 유리창을 지나 들어와
내 얼굴을 살포시 덮은 구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눈꺼풀이 스르르 닫히고---
얼마 지나 또 구름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헤가 질 시간이 되었다.
아내와 Piermont로 산책을 나갔다.
일몰이 너무 싱거웠다.
해는 지는 것 같지도 않게
희끄무레하게 구름 속에 덮여서 산을 넘어갔다.
그리고 어둠이 노골적으로 몰려오기 전 30 여분 동안
부분적으로 구름 사이로
빨간 노을이 보였다.
일몰보다
그 이후가 아름다웠던 저녁.
삶보다
삶 이후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면----
사진 몇 장과 함께
모기가 남긴 가려운 상처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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