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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일요일 잡설

4 시 30 분 기상.


차를 타고 윌리암스 버그 다리를 건널 때

곁눈질 하며 본

하늘 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포함한

밴하탄의 높은 빌딩에 내려 앉는 

아침 첫 햇살이 신비로웠다.


동쪽 강의 물빛이 금빛으로 물 들었다.


축구장에 도착하니 내가 첫 번 째.

잔디 위로 안개가 띠 모양으로 퍼져 있었다.

햇살이 안개 사이를 비집고

사선으로 잔디 위에 떨어졌다.


이제 축구를 하시엔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나무의 잔가지며 나뭇 잎도 없이 

줄기만 남은 나무.


나무는 나무되 나무가 아닌 나무.


날씨에도 완벽함이 있다면

오늘 아침이 바로 그 완벽한 아침이다.


오늘은 Old Tapan의 St. Pius 성당에서 미사를 했다.

미사 시작 전 성당 앞 벤치에 잠시 앉았다.

그 성당은 마치 예수님이 팔을 벌려 

성당에 오는 사람들을 안는 형상으로 설계되었다.


눈을 감았다.

바람이 살랑거리며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초록 나뭇잎을 스치고 온.

바람은 온통 초록빛이었다.


오늘 같은 날은 주님께서도 성전을 빠져 나와

이렇게 벤치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실 것 같다.


숨결,

바람결에 그 분의 숨결이 느껴졌다.


돈오돈수頓悟頓修(깨달으면 더 이상 수행도 필요없다)


적어도 그 순간은 그랬다.


마침 성령강림주일이었다.


제 1 독서와 제 2 독서 모두 '일치'라는 

주제의 말씀이 봉독되었다.


나와 아내의 관계를 생각했다.

이인삼각.

부부의 삶은 서로 한 다리씩 묶고 앞으로 가는 일이다.


자발적인 구속.


획일이 아닌 서로 다른 다양성 안의 일치.

성령은 일치의 영이다.


St. Pius 성당은 천장이 8각형이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St. Joseph 성당도 올 해 

새로 성당을 지었는데 역시 8각형 천장을 하고 있다.


무얼까?


St. Pius 성당은 제대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설계되었다.

말하자면 둥근 식탁의 형상이다.

유리창을 통해 성당 밖의 자연을 볼 수 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엔

멀리 저수지의 눈 쌓인 풍경도 볼 수 있다.


원탁.


평등하게 일치를 이루는 원형의 식탁 형상을 한 

St. Pius 성당의 모습이

성경강림 축일에 더욱 깊은 의미로 

내게 온다.


일치.


내가 낮아어야 한다.


일치를 위해

저 높은 곳에서 

이 낮은 곳까지 내려 오신 분을 내가 믿는다면 말이다.


미사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상쾌하다.


숫자 888은 ‘구원자’를 뜻하는 헬라어 ‘예수’(’Ιησους)에서 찾을 수가 있다. 우리 구주 예수의 이름을 수치로 환산하면 ’Ι(10)+η(8)+σ(200)+ο(70)+υ(400)+ς(200)이 된다. 이 숫자들을 다 합하면 8을 세 번 십진법으로 증폭하는 888(800+80+8)이 된다. 이와 같은 증폭을 트리스메기스토스(trismegistos, '세 번 위대한‘)라 칭한다. 이는 복을 세 번씩이나 중첩하여 받거나 준다는 뜻으로써 완전한 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철수, {유대교와 예수}(도서출판 길, 2002), 345-346쪽].

고대 시빌린 신탁(Sibylline Oracle 1:324)에서는 예수를 숫자 8로 표기하고 있다. 8은 메시아를 상징하는 숫자이자 구원자를 상징하는 숫자이다. 구원과 복의 상징이기도 하다. 숫자 8이 쓰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메시아의 예표인 다윗 왕은 8번째 아들이었다.
  • 노아의 방주를 통해서 구원받은 사람의 수는 8명이었다.
  • 유대인들이 난지 8일 만에 하는 할례는 갓난아기의 복을 비는 의식이었다.
  • 구원의 표인 세례(벧전 3:21)를 베풀기 위해서 중세교회는 물통을 팔각형으로 만들었다.
다음은 아내가 찍은 사진
아침 첫 햇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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