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위스키
아버지 살아 계실 적에
한국에 갈 때면 비행기 안에서 파는 면세품 중
위스키 한 병을 사곤 했다.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몫이었다.
그러나 그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의 일이다.
부모님을 찾아 뵈면서
난 위스키 한 병으로 내 한 해의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완수하는 셈을 쳤다.
슬그머니 내미는 위스키 한 병에
아버지는 '이런 걸 뭐하러 사오느냐고'하셨지만
속웃음을 감추는데는 늘 실패하셨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신 후론
한국에 도착해서 비행기에서 내릴 때면
양주가 들렸어야할 왼 손이 늘 허전했다.
왼 손에 든 양주 한 병의 무게는
아버지에 대한 내 마음의 무게였던 것이다.
양주의 무게는
내 마음 뿐 아니라 아버지 마음도
그득 채워줄 정도로 묵직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신 지 4년,
그렇게 빈 손으로 난 두 해를 한국에 다녀왔다.
물론 내 빈 손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허전했다.
그래서 두어 해 전부터는 한국에 갈 때
아버지 생전에 늘 사던
Chivas Regal 18년 짜리 한 병을 사기로 했다.
한 손엔 짐가방,
다른 한 손엔 위스키 한 병을 들어서
비록 짐이 늘어도
내 마음은 풍선처럼 흐뭇하게 부풀어 올랐다.
집에는 이제는 더 이상 그 위스키를 드실
아버지는계시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가 되었든 내 손에 들린 위스키는
누군가의 입 안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아무렴 어떠랴,
내가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이 남아 있고,
누군가가 그 위스키를 마시며 행복해질 생각을 하며
아버지가 안 계신 허전함을
떨쳐버릴 수 있으면 그만이 아닌가.
올 해 한국에 갈 때도
내 왼 손엔 위스키 한 병이 들려 있을 것이다.
누군가 그 술을 마시는 이는
아버지에 대한 내 마음을 받아주는 이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술을 마셔 줄 누군가에게
이 아침 두 손 모아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연신 허리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Whenever I visited Korea, I used to buy a bottle of duty-free whisky,
It was for my father who was a whisky lover.
A bottle of whisky was the only yearly filial piety that I offered to my father.
When I handed whisky to my father, he used to say, "You don't have to---".
But it was certain that he was so happy.
Why? Because he could't hide his smile.
Since he passed away, it's no use buying whisky.
So I skipped buying whisky for a year.In ond hand was a carrier, but the other hand was empty.
That made me so sorry and sorrowful.
Empty hand stands for the fact that my father's non existence on earth.
So I decided to buy a bottle of whisky again with a thought of my father.
Even though my father can't drink whisky, somebody will be happy drinking whisky instead of my father.
Whoever drinks whisky will accept my love for father.
Of course I'll buy a bottle of whisky this year when I visit Korea,
in the hope that the person whoever drink whisky will be happy as my father was.
So I appreciate the person who will drink whisky for me and my father in advance.
Because he(they maybe) still makes me to miss and love my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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