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에 도착한 다음 날 오전에는
피요르드를 한 바퀴 도는
크루즈 관광을 했다.
날씨가 흐리고
눈발이 희끗희끗 날렸다.
갑판에서 사진을 찍으려니
배가 달리는 속도 때문에 몸을 바로 세울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추웠다.
돌아오는 길에 눈이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베르겐 사람들은 겨울 들어
처음으로 눈이 오는 것처럼 온다고들 했다.
점심을 먹고
동서와 처제는 베르겐 시내를 한 바퀴 돌고
우리는 노르웨이가 낳은 위대한 작곡가 그리그가 살았던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출발하려던 시간에는
눈이 작정을 하고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택시를 잡았다.
갑자기 내린 눈 때문에 지체되긴 했어도
그리그가 살던 집까지는 그리 먼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어딜 가도
그 정도 눈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 것 같았다.
택시는 코너를 돌 때마다 이리 저리 휘청거렸다.
제설 작업을 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염화칼슘은 더더울 뿌리지 않았다.
차마다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고 겨울을 난다고 했다.
그리고 도시는 땅굴로 연결되어
차들이 땅굴을 이용한다.
땅굴 안에 교차로도 있고 신호등도 있다.
큰 길을 빠져 나와
주택가를 얼마간 가다 보니 막다른 곳에 이르렀다.
내가 좋아하는 솔베이지의 노래와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그리그가 살던 집이었다.
눈 속에서 내 가슴이 뛰었다.
우리 앞으로 차가 지나간 흔적이 없었다.
베르겐 시내에서 찾아가기엔 좀 외진 곳이었다.
더군다나 눈까지 무자비 하게 내리니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황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아내는 사무실과 기념품 파는 곳을 겸한 곳에서
CD 다섯 장을 샀다.
나는 그리그에 대해 아는 체를 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일하는 청년이
우리를 그리그가 살던 집 안을 보여주겠다고 자청을 했다.
어쩐 일이지 입장료도 받지 않았다.
(나는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집 안에는 그가 쓰던 피아노며 지팡이 같은 것들과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 협주곡이 들리는 듯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뭐라드라, 버스와 기차를 합친 것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했다.
하루치 베르겐 패스를 끊으면 무제한 사용이 가능했다.
또 택시를 타기엔
패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경험일 것 같았다.
역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눈 내리는 풍경이 '삼포 가는 길'을 떠오르게 했다.
길을 모르니 삼포가 아니라 삼천포로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 물어 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에 푹 젖어서
기차에 올랐다.
표를 검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눈 때문에
동화속으로 음악 여행을 다녀온 횡재를 했다.
그리고 내가 듣는 인터넷 음악 방송 'Pandora'의 즐겨 찾기에
'그리그'를 추가 했다.
노르웨이 돈.
단위며 환율을 하나도 모른다.
택시비를 지불하고 많이 남았다.
그리그 기념관 안내판과 조형물.
조형물은 그리그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그리그가 살던 집.
철조망 저 편 아래는
호수인지 바다인지 물이 얼어서
눈이 쌓여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물 가 쪽으로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다.
그리그가 물을 보면서
작곡도 하고 쉬기도 했던 작은 오두막.
책상과, 작은 침대가 하나 있었다.
유리창에 반사되어 찍힌 사진.
나도 어찌 된 영문이지 잘 모르겠다.
위에 보이는 것은 연주회장.
직므은 닫혀 있지만
로칼 음악가들이 연주를 하는 곳이다.
물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음악엔 어떤 묘미가 있을까?
그런 것까지 체험할 수 있는 행운은
한 겨울엔 만날 수 없었다.
뜰에 있는 그리그의 실물 크기의 동상.
152 센티 미터.
아내와 키 동갑.
연주회장 입구.
문이 닫혀 있었다.
그리그의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
그리그가 살던 집 안에서---
현관 앞 댓돌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그 날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던 집.
그 고요와 만났다.
이 스티커가 입장 패스.
사람들이 기둥에 붙혀 놓았다.
우체통에도---
기차 타러 돌아오는 길.
아이 썰매를 끌던 부부에게 길을 물었다.
대합실 천장.
낙엽 그 위에 눈이 쌓이고----
언제자 눈이 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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