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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노르웨이 여행

노르웨이 여행 - 오슬로에 도착.

베르겐을 출발한 기차는

산과 골을 오르고 내리며 7시간을 넘겨서야 오슬로 역에 도착했다.

눈에 덮인 전나무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최면에 걸린 것처럼 우리들의 마음은 동화 속을 헤매는 것 같았다.

베르겐을 출발한 지 다섯 시간 정도 지나며

어둠이 안개처럼 스물스물 몰려왔다.

창 밖을 보면 어둠에 반사된 형광등 불빛을 받은

내 모습만 보였다.

두어 군데 불빛 반짝이는 도시도 지나고

7시간 반을 꽉 채우고서야

기차는 비로소 우릴 역에 내려 놓았다.


오슬로는 베르겐 보다 훨씬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도

베르겐보다 훨씬 더 추웠다.

호텔로 가는 택시를 타기 위해 역사 밖으로 나왔는데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반 팔 셔츠 차림으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 남자는 역사 옆 건물에 있는 식당의 종웝원인 듯 했다.

춥지 않냐고 물었다.

춥지 않다는 대답과 함께 환한 미소가 되돌아 왔다.

잠시 어둠이 걷히는 듯 했다.

섭씨 영하 15도의 날씨가 춥지 않게 느껴진다는 그의 말에 

새삼스레 절대와 상대 사이엔 분명 무언가

살아가면서 깨달아야 할 심오한 진리가 있음을 느꼈다.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니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약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담당 직원의 말이었다.

여기 저기 전화가 오가다가

결국 20달러 정도 더 내고 그 호텔에 묵기로 했다.

비수기라 방은 빈 곳이 훨씬 많은 것 같았다.


짐을 풀고 딱히 저녁 식사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호텔 식당을 이용하기로 했다.

로비에서 두 층을 내려가니 식당이 있었는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웨이트레스 한 명만이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 말고 두 서너 테이블에 젊은이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어서

식사보다 술을 마시는 풍경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묵었던 호텔 부근이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자리에 앉은 지 20 여분이 지나서야 웨이트레스가 주문을 받으러 왔다.

일반적으로 맛이 없는 노르웨이 식당 중에서

그래도 이 곳은 괜찮은 편이었다.

비교적 내 입에 저항이 적은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머릿 속에서는 얼큰한 라면 한 그릇에 대한 열망이 가시질 않았다.

먹거리를 기억하는 유전자는

얼마나 강력하기에

미국 땅에서 산 세월이 30년을 넘었음에도 

여전히 매콤하고 얼큰한 한국 음식을 오매불망 그리워 하게 만드는가.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한국 음식 맛에 대한 일편단심은 가실 줄이 없으리라.


비행기를 탔으면

하루를 오슬로를 구경하며 다닐 수 있었으련만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기차 여행을 한 탓으로

우리는 저녁식사를 하고

하루 일정을 접어야 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손에서 놓아야 한다는 사실.


그렇게 가벼운 아쉬움과 함께

오슬로의 밤은 깊어갔다.





오슬로 역에 내리는 마님.







오슬로 역의 벽.



호텔 방에서 찍었음.

보이는 건물 안에는 온갖 음식이며 술 같은 것을 파는 곳이

몰려 있다.

다음 날에 가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호텔 식당에서 먹은 햄버거.

먹으면서도 라면 생각이 끊이지 않고 났음.



호텔 로비에 걸린 사진.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서

창문을 내다 보니

햇살이 구름에 묻어 있다.



호텔 이름이 'Scandic'

노르웨이 전역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