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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노르웨이 여행

노르웨이 여행 -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


우리가 노르웨이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 온 날은 일요일이었다.


베르겐에서 기차를 타고 밤 늦게 도착한 오슬로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일요일 아침 미사를 하고 호텔로 걸어 가던 길이었는데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알아 보니 왕궁에서

아이들을 위한 축제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오후 4시가 비행기 출발 시각이니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구경을 가기로 했다.


미사를 드리는 도중 신부님이

그 날이 노르위이 국왕의 즉위 25주년이라고 하며

국왕 내외를 위한 기도를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 행사가 일종의 축하 행사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왕궁으로 가는 길 주변은

음식을 파는 상인들과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가수들의 콘서트도 열리고 있었다.


왕궁은 성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벌써 아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행사가 시작된 상태였다.


썰매와 스키,

그리고 청소년들의 스노우 보드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국왕은 오후 한 시에

밖으로 나와 시민들과 인사를 할 예정이라 했는데

우리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어서

노르웨이 국왕을 만날 수는 없었다.


국왕이 머무는 곳에는

담장도 없을 뿐더러

경호도 느슨했다.


말하자면 그 날의 행사는

즉위 25주년을 맞은 국왕이 

아이들을 위해 한 턱 쓰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라는 글이 생각났다.


큰 정원을 갖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가

담장을 두르고 집에 들어가 잠만 자다 보니

그 정원엔 겨울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정원에 들어 와 놀게 되었는데

때 맞추어 꽃도 피고, 새들도 날아들었다.

담장을 허무니

봄이 키다리 아저씨의 정원으로 스며들었다는 이야기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해 준다.


그 글과 함께 삽화로 그려 분홍색 꽃나무가

아련히 떠오른다.


자신의 정원을 

아이들에게 선뜻 내어 놓은 국왕은 

이야기 속의 키다리 아저씨와 같다.


아무리 추운 오슬로의 겨울이지만

하얀 눈꽃이 피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들의 노래처럼

아름답게 울려 퍼지던 

국왕의 정원은 봄의 환희로 가득한 것 같았다.























 

 옛날 옛날에 키다리 아저씨가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키다리 아저씨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놀곤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키다리 아저씨는 아이들이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못 들어오게 담을 쳐버렸습니다.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는 정원은 적막해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떠나자 새들도 더 이상 날아들지 않았고, 나무들도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새들이 떠난 정원,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진 정원에는 쓸쓸히 낙엽만 뒹굴었습니다. 마침내 겨울이 왔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문을 걸어 잠그고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세월이 지나도 봄은 오지 않고 눈만 쌓여갔습니다. 분명히 봄이 올 때가 되었는데도 겨울만 계속되었습니다. “이상하다. 벌써 여름이 왔어야 하는데!” 그러나 봄은 오지 않고 찬바람만 불어왔습니다. 그렇게 겨울만 계속되자 키다리 아저씨는 더욱 우울해졌고, 고독해졌습니다. 겨울만 계속되는 세월이 빠르게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가 들려와서 창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정원에는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고, 꽃향기가 가득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원에는 세월이 흘러  무너진 담 사이로 아이들이 들어와 놀고 있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반가워 아이들에게 성큼 성큼 다가갔습니다. 아이들은 키다리 아저씨가 야단을 치려는 줄 알고 도망을 갔습니다. 그런데 한 어린 아이가 나무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울고 있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그 아이들 사랑스럽게 안아 내려주었습니다. 도망가던 아이들도 조심스럽게 돌아와 키다리 아저씨와 함께 어울려 놀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