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피곤했었나 보다.
일요일 저녁에 부르클린으로 나올까 하다
집에서 자고 나오기로 했다.
아침 다섯 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이 들었다.
눈을 뜬 건 개벽 네 시.
그냥 짐에서 나와 부르클린으로 향했다.
아파트에서 샤워도 하고
아침 점심 먹을 준비를 하다 보니 가게 문 열 시간이 되었다.
세탁소 문을 열고 한 바퀴를 둘러 보았다.
보통은 뒤에 가질 않는데
지난 주 스팀 건에서 물이 새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스팀건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었다.
바닥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일단 플라스틱 드럼통에 물이 흘러 들어가게 했으니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일러를 가동시키면
스팀 건에서 물이 새는 건 멈춘다는 게
지난 주에 얻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 날은 아침 8 시에 보일러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에 보일러의 몇 부분을 열어 놓고
검사관을 기다리는데 9시가 되어도 나타나질 않는 것이었다.
보일러 검사를 담당하는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직원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여기 저기 전화를 하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토요일부터 들어 오기 시작한 세탁물은
거의 융단 폭격의 수준이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손님들이 들고 오는 옷의 양은
이미 반갑기 보단 처리해야 할 숙제처럼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빨리 일을 시작해도 힘 겨운데
검사관은 연락도 없이 코빼기도 비치질 않고----
결단을 내려야 했다.
회사에 전화를 해서 검사를 취소 하고 다른 날로 약속을 잡기로 했다.
전화통을 붙들고 계속 들어 오는 손님들을 맞았다.
다시 보일러의 부품을 결합하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열 시 반이 넘어서야 보일러의 스위치를 올렸다.
앞 뒤를 오가느라 이미 다리가 풀렸다.
얼마 뒤에 Efren이 나에게 왔다.
무심한 표정으로 보일러가 작동되질 않는다고 했다.
심 오륙 년을 같이 일을 했어도
문제를 좀 더 풀 생각을 하지 않고
나에게 떠민다.
나는 기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기계치다.
그런데 모든 직원들이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는 노력은 시늉 뿐
내게 모든 걸 미루고
등을 돌려 버린다.
예전 엔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잘도 문제 더미 속을 헤쳐 나왔는데
이젠 모든 상황을 짜증스러워 하기만 한다.
어쩌랴, 일단 불은 꺼야 하니
걸음을 보일러 실 쪽으로 옮겼다.
일단 보일러를 살펴 보았다.
그리고 보일러의 물을 얼마간 빼냈다.
그리고 스팀 관 속에 들어 있는 물도 다 빼 내었다.
그리고 보일러 스위치를 올렸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차게 작동을 시작했다.
직원들과 힘들고 어려운 걸 함께 나누어야 하는데
내가 모든 짐을 나 혼자 져야 하는 것 같은 부담감이
나날이 커져만 간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문제를 차근히 풀기 보다는 그냥 주저 안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여기 저기 몸에도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
앞으로 이어질 삶도
우리 세탁소처럼
아픈 곳이 조금씩 늘어 날 뿐 좋아질 희망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조금 여유가 생긴 점심 때
우리 식구의 페북을 열어 보았다.
둘째가 저녁 때 아파트에 와서 저녁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셋 째는 다음 날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다.
다 차갑게 거절했다.
힘들게 일 하고
쉬어야 할
딸들의 저녁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려움이 닥치면 그냥 주저 안고 싶은데도
그냥 살아내는 것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들을 배반해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잔인한 것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정도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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