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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가을 텃밭에서

올 여름은 내가 경험했던 

가장 혹독한 여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기분만은 아닐 것이다.

객관적인 기상 자료들도 그렇다고 한다.


그 여름의 중간에 우린 덥고 끈적끈적한 도시,

뉴 올리언즈릉 다녀왔다.

며칠 집을 비운 사이

텃밭에 도둑이 들었다.


사슴들이 범인(?)이었다.

증거?

그 놈들이 싸고 간 분비물이 그 증거였다.


우리 손녀 몫인 방울 토마토며,

호박 오이. 켸일까지 다 따 먹어서 거의 폐허를 만들어 놓았다.

망연자실.


마님도 텃밭에 더 이상 희망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요사이는 그 녀석들이 다시 오지 않는 것 같다.

단 물 다 빨아 먹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텃밭엔 익지 않은 방울 토마토가 주저리 열리고

고추도 열리기 시작했다.

호박도 열렸다.


마님은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텃밭을 정리하며 얼마간의 농작물을 수확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주일에는 

텃밭에 열린 호박 몇 개를 따라고

지시를 했다.


말씀대로 호박을 따러 텃밭에 들어 갔는데

내 눈에 호박이 보이질 않는 거였다.


집 안에 있는 물건도 제대로 못 찾는 나의 무능함이

텃밭에서도 재현되었다.

하릴 없이 텃밭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 철수.


텃밭도 마르고 비어가기 시작한다.


가을 텃밭.


꿈이 떨어지고 있는 곳,

그 꿈이 다시 싹 트기 위해 겨울 잠을 준비하는 곳.


내 꿈도 다시 싹 틀 수 있을까?




사다 심은 국화.

아직 덜 벌어졌다.

별같아서 난 이럴 때의 국화가 더 좋다.

사랑하고 싶다.



몇 송이 남지 않은 장미.

남은 장미는 여름보다 더 샐이 진하다고 느껴진다.



누군가가 우리집 텃밭에 심었다는 돼지감자 꽃.

너무 키가 커서

텃밭 담장을 넘어

텃 밭 옆 서재의 창문에 닿았다.



여뀌는 가을이라도

엄청나게 그 세를 더하고 있다.

텃밭에서 그 세가 아주 크다.







깻잎도 슬슬 빛이 바래기 시작한다.

꽃이 피고

꽃이 진 자리의 씨방에서 씨가 익는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에서 풍기는 깨 향기.

그런 사람이 있다.

지고 나서 향기를 남기는----



도라지 꽃은 여름보다

더 싱그럽다.



마님이 쪽파를 심어 놓았다.

파릇파릇 잘도 자란다.

'소영 아빠'가 좋아한고 장모님께서 주신 뿌리를 심었다.

입에 침이 고인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쪽파의 새콤달콤한 향.

장모님 마음이 텃밭에 널렸다.



사슴들이 훑어 먹고 남은 대에서

다시 푸른 케일 잎이 자란다.




망초꽃이 흐드러졌다.

왜인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직 호박꽃도 계속 피어 난다.

암꽃도 있고 수꽃도 있다는데---

마님이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난 모르겠다.

그럭 알아야 어디서 호박이 열리는 지 알 수 있을 텐데----




우리 집 텃밭의 큰 세력 중의 하나인 강아지 풀.









돼지 감자 꽃은 내 키의 두 배 쯤 자랐다.

뿌리가 번식력이 좋다고 한다.

당뇨에 아주 좋은 음식이라고도 한다.


그렇게 거룩한 식물이 돼지감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니----

누군가 좀 고상한 이름을 지어 주면 좋겠다.


찾으라는 호박은 찾지도 못 한 채

딴 짓만 하다 텃밭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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