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내 미소는 나의 명함

 

미소는 나의 명함

 지난 한국을 방문했을 나로서는참  낯선 경험을 했습니다.

사람둘을 만나면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장씩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명함을 주고 받는 일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미국으로 이민 와서 4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일터에 나가서 자리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명함이라는 것이 필요없을 뿐더러 명함을 받는 일도 거의 없기에, 명함을 주고 받는 일은  참으로 어색하고도 낯설기만한 의식(?)으로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명함을 받기만 하고는 상대방에게 내밀 명함 장이 없다는 사실에 참으로 난감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사실 명함을 받아보면 어느어느 대기업의 상무니, 전무니 하는 내가 모르는 직책에서부터,

영어 이름이 들어간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다양했는데,

친구들의 경우, 서로 만나지 못한 30년도 훌쩍 넘긴  세월 동안 얼굴엔 시간의 나이테가 새겨지고,

머리엔 서리가 내리도록 열심히 일해서 자신의 직책이 새겨진 명함 장으로 자기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명함을 받아들면서, “그럼 나도 명함을 만든다면 뭐라고 넣을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았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 근사한 명함을 하나 만드려고 해도 고작 내가 운영하는세탁소 사장 정도인데

종업원 서너명과 함께 근근히 꾸려나가는 세탁소 주인에게 사장이란 직책이 너무나 거창한 같아서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지천명을 훨씬 넘긴 오늘까지 살아왔어도,

남들에게 변변히 내밀 명함 없이 살아온 주변머리 없는 모습만이 명함을 대신하고 있는 같아 웃음만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비록 남에게 내밀 변변한 명함은 없어도, 지금까지 남에게 부끄럼 없이 가정과 일터를 가꾸며 살아온  것이

오히려 번듯한 직함이 새겨진 명함보다  근사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언젠가는 아무도 갖지 못하는 아주 멋진 나만의 명함을 만들어 보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우연찮게 찾아왔습니다.

지난 가족들의 성탄 파티를 때였습니다.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아무래도 모두의 관심은 가장 어린 영서에게 집중되었습니다.

영서는 처남네 막내딸로 세살이 지났는데 재롱이 혼자 보기는 참으로 아까울 정도로 재미 있고  흥겹습니다.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와 허리를 제각기 움직이며 춤을 때는 모습이 하도 앙증맞고도 귀여운데다가 우스워서

평소엔 웃지 않는 나도, 체면이고 뭐고 생갈할 틈도 없이 입이 찢어져라 웃었습니다.

그리고 바탕 춤판이 끝난 , 영서 언니인 영신이가 엄마 얼굴하니까 영서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5 정도 숙이며

오른 검지를 뺨에 대면서 아주 예쁘게 방긋 웃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본명이 안젤라인데 정말이지 이름처럼 천사의 얼굴을 하며 짓는 미소는 가슴 깊은 곳까지 흘러들어와

나를 기쁨과 행복으로 흥건히 적셔주었습니다.

이어 영신이가 아빠 얼굴하고 영서에게 주문을 하니 눈꼬리도 밑으로 처지고 입도 굳게 다문 채로, 아주 굳고 어두운 표정을 짓는데

얼마나 그럴싸하던지 마구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영서 아빠인 처남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요즈음 회사를 꾸려나가느라 아침 일찍부터 늦게까지 동분서주 정신 없이 일만 합니다.

그러니 처남의 얼굴엔 웃음보다는 근심과 고단함으로 먹구름이 끼어 있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영서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당연히 우울하고 맥이 빠진 모습이었을 겁니다.

그러면서 영서에게는 큰고모부가 되는 나를 가리키며 고모부 얼굴하고 주문을 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런지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자기 아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명함을 직책이나 지위가 인쇄된 작은 종이이가 아니라 나의 미소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어머어마한 직책이 인쇄된  화려한 명함도 그것을 받아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어린 조카 영서의 웃음이 아이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주듯이 

나의 미소가 담긴 나의 얼굴로 명함을 만들어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나누어줄 있다면

세상은 그만큼 밝고 행복한 곳이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라는 말도 있듯이 미소를 통해 나도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해 목표는 웃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내가 일하는 세탁소의 카운터에 작은 손거울 하나를 놓아두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거울을 보며 미소 짓는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세탁소에 오는 손님들에게 연습해서 보기 좋은 미소를 선물하려고 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영서 생각을 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갈 있는 인터뷰를 주어지는 질문중에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았는가'?’ ‘남을 행복하게 주었는가?'’라는 내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언제고 하늘나라 입구에서 질문을 받으면 아무 설명없이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연습한 환한 웃음, 나만의 명함 장만 달랑 내미렵니다.

 (올크리스마스 가족파티에서는 엄마 얼굴’, ‘아빠 얼굴에다가 고모부 얼굴 영서 재롱 메뉴에 추가해서 간단하나마 중간시험을 치르려 합니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에 쓰는 편지  (0) 2012.02.22
밀양  (0) 2012.02.20
2월의 아카시아 향기 - 내 스무 살의 사랑  (0) 2012.02.16
참된 피난처  (0) 2012.02.11
눈을 치우며 2  (0) 2012.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