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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미국 여기저기

봄 나들이 - Cold Spring

봄 나들이 - Cold Spring


아내는 기차를 타고 싶어 했다.

미국에 와서 30년이 넘게 살면서 기차를 한 번 타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오슬로까지 비행기를 놓쳐서

꿩 대신 닭이라고 기차를 타긴 했다.

그래도 뉴욕시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가는

Metro North를 타고 싶어 했다.

허드슨 강을 끼고 북쪽으로 향하는 Metro North 선은 

가을 단풍 든 경치가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터,

가을에 북쪽으로 기차 여행을 하기로 하고

지난 일요일엔 예행 연습 삼아

Cold Spring까지 기차를 타기로 했다.

Cold Spring은 우리 집에서 차를 타고 가면 4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우리는 Tapan Zee 다리를 건너 강 옆에 있는

Tarry Town 기차역으로 향했다.





Sadie가 창문까지 와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창 너머에 있는  Sadie

늘 그립고 보고 싶은  Sadie.

출발하기 위해 차에 앉으면 바로 그리워진다.



소풍 가는 기분.

김밥과 단팥 빵을 손에 든 아내의 얼굴엔

기쁨 가득.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북쪽으로 향하는 기차역은 한산했다.

두 사람 왕복 기차표를 구입했다.

$25.00




기차가 막 출발하면서

창 밖에는 그 전 주에 다녀왔던 등대가 스쳐 지나갔다.

Tarry Town Light House



만약 운전을 하고 갔더라면

저 다리를 건넜을 것이다.

Bear Mountain Bridge.



아주 짧은 터널도 지나고----


드디어 도착한 Cold Spring.

내리는 승객이 우리 밖에 없었던가?

타고 온 기차의 유리창에 비친 우리 모습.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계단을 올라야 한다.

노란 선.

스며든 빛이 우릴 이끌었다.





Cold Spring은 추운 지역이다.

눈과 얼을을 녹이기 위해 뿌려진 소금이

그대로 남아 있다.




기차가 신기한지

아내는 연신 기차 사진을 찍기 바쁘다.



좁고 긴 산책길 같은 길을 걸어 나오니

이런 카페가 보였다.

탱고.

나중에 보니 

아르헨티나에서 이민 온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자작나무로 만든 벤치



티 테이블.

골동품인 것 같은데

집 앞에 그냥 놓여 있다.



강 옆에는 갈매기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다.



사람이 갈매기 구경을 하는 건지

갈매기가 사람 구경을 하는 건지--



이 마을의 상징물인 듯 싶은 정자.



머지 않아 문을 열 빵과 과자,

커피 등등을 라는 가게.

우리 부부도 그 안에---



마을은 철길을 중심으로

강 마을과 윗 동네로 구분이 되어 있다.

이 터널은 두 마을을 잇는 통로다.



터널 안에 누군가가 낙서를 했다.



터널 안으로 스며든 빛,

그림자.






Main Street이 시작되는 곳.

골동품 상.

골동품을 파는 곳이 꽤 여러 곳이 있다.





Mystery Bag 안에 무엇이 들었을까?




차고였던 곳을 개조해서

골동품을 진열해 놓았다.

Irish인 듯.


장년의 두 남자가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작품성이며 가격 같은 것?




아내는 그 동네 부동산 광고를 보고 있다.

가는 곳 마다 찍어둔 집이

 국제적으로 수 십 채.

단풍 숲 속의 한 집에 눈이 끌렸다.

90만 달러.




문과 문 턱이 만나는 곳.

가장 많이 너덜너덜해진다.




골동품 가게의 주차장 문.

이 철문도 오래된 것이어서

제대로 서 있지 않고 슬쩍 벽에 기대어 있다.



어느 식당 앞



상가가 끝나고 언덕 위에 자리한

성공회 성당.




Cold Spring의 Main Street에는

19 세기의 건물들이 모여 있고

사적지로 지정이 되어 있다.


어느 건물의 문.

Rainbow Door



히피들은 옆문을 이용하기 바람.



인위적으로 벽에 고정한 것들

자연적으로 벽에 달라 붙은 것의 대비



Abie-누굴까?



모서리.


두 개의 면이 만나는 곳.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한 쪽은 빛,

한 쪽은 그림자의 세계.


그래서 모서리의 꼭지점엔 늘 긴장이 존재한다.



봄이 되었으니

머리며 피부를 새로이 하라는 광고.


나도 저 곳에 들어가면

머리며 피부 나이를

 젊은 시절로 되 돌릴 수 있는 것일까?


봄이면 새롭게 태어나는 파란 싹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어는 집인가 입구를 돌로 쌓아 아치를 마들었다.

그 위에는 꽃을 심을 수 있는 

화분 같은 걸 만들었고--



철길 바로 옆에 있는 Irish Pub

예전엔 여기가 기차 역이었다.

날이 풀리면 뜰에 있는 바도 무척 바쁠 것 같았다.



아내는 오믈렛,

나는 하우스 버거를 주문했다.

한 뼘 높이의 버거 안에는 소고기 뿐 아니라

손가락 마디 반 두께의 삼겹살도 들어 있었다.







다시 터널을 지나

강 쪽으로 가면서 마주친 아르헨티나 카페.

우리는 젤라또를 사서 먹었다.

벽에는 각국 언어로 '고맙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영어와 불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어와 노르웨이어 그리고 스패니쉬어 등이었다.

다녀간 손님들의 언어를

받아 적었다가 주인 아저씨가 다시 그린(?) 것이었다.


이 정도면 주인 아저씨가 대략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운터 뒤에는 메시의 사진들.



아내는 한국어도 소개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종이에 적어놓고 가면

나중에 그려넣겠다는 주인 아저씨를 설득해서

본인이 직접 벽에 적어 넣는 영광을 누렸다.

옆에 앉아 있던

아르헨티나 아줌마는 신기하다고 사진을 찍었다.

오른 쪽 상단의 초상화는

주인 아저씨의 작품으로

미국으로 치면 프랑크 시나트라 격인

아르헨티나의 국민가수라고 했다



의자 등받이에도

커피잔을 새겨 놓았다.












Watch the Gap.


Platform과 기차 사이의 한 뼘 가량의 

벌어진 틈을 조심하라는 말인데

나는 장난을 좀 쳤다.

Watch가 조심하라는 뜻 말고도 

보라는 뜻도 있으니 나의 장난이 무엇이지는

각자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우리의 반나절 여행은 이 정도로 마무리를 해야 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스웨터로

꽃샘바람이 무자비하게 들어왔다.


Cold Spring


지명에 일단 'cold'란 단어가 들어가서인지

바람이 아주 찼다.

어딘가에 아주 찬 샘물이 있어서

그 곳의 지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을 찾진 않았다.

조지 워싱톤 장군도 즐겨 마셨다는 그 찬 샘물에서 

찬 바람도 흘러나오는 지

Cold Spring은 봄이어도 여전히 추웠다.

Spring이란 단어도 샘이라는 뜻 외에 봄이라는 뜻도 있다.


결국 우리의 반나절 봄나들이는

'Cold Spring (추운 봄)에 Cold Spring(찬 샘물)으로의

짧은 기차 여행이었다.


차로 가면 45분 거리인데

기차로 가면 기다리는 시간을 포햠해 

두 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다.


왜 차로 가지 않느냐고 묻지 말길 바란다.

이건 순전히 실존의 문제다.


천천히 돌아가는 삶.

쉬어가는 시간도

살아가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효율만이 

최고의 가치라는 최면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느리게

돌아가는 삶.


먼 거리 둥글게 돌아가면

직선으로 갈 때 보지 못하는 것들이

가슴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추운 날 승객들을 위해 이런 온실이

플랫폼에 두어 군데 있다.

버튼을 누르면 더운 공기가 나왔다.

햇살 하나만으로도 따스한 온실.

Cold Spring에 꼭 필요한 구조물



 

나는 골동품 가게에서 카메라를 한 대 샀다.

Kodak Duaflex 4.


대충 1955년에서 1960년 대의 물건이다.

그러니 내 나이 또래다.

나는 이 카메라를 곁에 두고

느릿느릿 사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기대감도 숙성이 되어야

기쁨이 큰데

요즈음은 숙성 기간이 생략된다.

살아가는 기쁨은 점점 작아진다.


구식 카메라를 보면서

천천히 즐겁게 익어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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