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toga Spa State Park 모습- 사진은 빌려온 것임.
Lake George를 떠나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Saratoga라는 곳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Saratoga는 내 귀에 익은 지명이었다.
여름에 이 곳에서 큰 규모의 콘서트가 열리는데
큰 아들이 매 해 친구들과 다녀오던 곳이어서,
그리고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
가끔씩 어르신들이 온천욕하러 가는 곳이어서
비교적 귀에는 친분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게다가 87번 도로를 다니다 Saratoga를 지날 때면
갈색 표지판에 'Historic'이라는 문구가 들어가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갈색으로 된 표지판은 사적지를 의미한다. 비록 역사가 길진 않아도 )
일단 고속도로보다는 지방도로를 골랐다.
빨리 달리다 보면
정말 소중한 풍경들을 놓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가면서 마음 속에 느릿한 시간을 품기로 했다.
Saratoga로 가는 길에 Glen Falls라는 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지명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마님이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더 높은 폭포가
뉴욕 북부 어디 있다는 말을 아침에 했기 때문이었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건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작은 마을과 상가만 계속 보이는 것이었다.
폭포라고 하면 일단 심산유곡으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
길 가에 차름 세우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여기 지명 말고 진짜 말 그대로 폭포가 어디 있냐고.
가는 길 그대로주욱 가다보면 나온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뒤 따라 오던 처제가 거들었다.
검색해 보니 폭포가 멋들어지다는 것이었다.
gps에 입력한 폭포에 도착했지만
어디에도 멋진 폭포는 나타나지 않고
십여 미터 되는 다리가 있고
그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해서 다리를 지나 옆 길로 들어갔다.
마침 집 앞에서 세차를 하고 있던 노인에게 물었다.
그 노인은 우리가 방금 지나친 다리 아래 폭포가 있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폭포는 왜 찾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Glen Falls는 미국 여러 곳에 있었고
그 중에는 멋진 폭포도 있었지만
우리가 지나친 곳은 고작해야 1-2 미터,
그것도 다리 밑에 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물이 흐르지 않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이 폭포이고
길이가 고작 1 미터가 넘지 않아도
폭포는 폭포였다.
머리와 마음으로 민드는 신기루.
살아아가면서 우리가 만드는 허상은 또 얼마나 될까.
깨우치지 못 하고 무덤까지
그걸 안고 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머쓱하게 Glen Falls라는 마을을 지나고
또 다른 마을을 지났다.
Saratoga 근방의 마을들은 모두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봄이지만 겨울을 살고 있는 삶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칠이 벗겨진 상태로
아무 희망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또 맞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낡은 다리를 지나서 차를 멈추었다.
거리는 조용했고
차들만 경건하다고 할 정도로 정숙하게 거리를 지나다녔다.
벽화의 오른 쪽 상단을 보고
이 곳이 'Fort Edward'라는 동네임을 알 수 있었다.
도로와 철길, 그리고 물길이 닿는 곳,
따라서 한 때는 교역과 물류가 활발했던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리가 조용했다.
가게들은 폐업을 하고
새로운 가게는 언제 문을 열지 기약이 없었다.
'FOR RENT' 싸인은 페인트 색이 바래고 칠이 벗겨졌다.
술집이었던 것 같은데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없다.
아주 오래된 다이너.
일요일 아침 그래도 이 곳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희망처럼 꼭 잡고 있는 곳.
텅 비고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거리에
유모차 한 대가 풍경처럼 나타났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유모차에는 '희망'이라는 License Plate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칠 벗겨진 가게터.
새로운 주인이 올 기약도 없이
빛이 바래고 있다.
누군가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과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이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중에서-
아름다운 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꿈도 흩어지고
부를 이름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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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toga 지방은 곳곳이
미국 독립전쟁의 격전지가 있는 곳이다.
이 나무 아래서 영국 장군이 항복 문서에 싸인을 했다고 한다.
싸움에 이긴 장군의 이름은
이 고장 곳곳에서 발견되었다.공원, 운하 등등---
싸움에 이긴 자의 이름과 지 자의 이름.
어릴 때는 명예롭게 죽어서 이름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
다 부질없다.-----
드디어 도착한 Saratoga Spa State park.
그 안에는 자동차 박물관도 있었고,
국립 댄스 박물관과 명예의 전딩도 있다고 하지만 다 지나쳤다.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건
쭉쭉빵빵 위로 치솟은 소나무 숲이었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Lincoln 대통령 이름을 딴
대형 온천탕 앞에 차를 세웠다.
한 사람씩 들어가는 온천욕을 하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 하고 두어 시간 기다려야 했다.
단순히 온천욕만 하는 데 40 분에 $40.
피부 케어니 전신 맛사지 같은 여러 메뉴가 있는데
300달러가 훨씬 넘어가는 것도 있었다.
로마의 소나무와는 영 다른 분위기.
한국의 소나무와도 다른 멋.
딱따구리 등쌀에
생명을 포기한 나무도----
말을 타는 한 떼의 여성 그룹.
그런데 한결같이 말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몸매.
이것이 Geyser Island Spouter.
광천수가 분수처럼----
소나무 숲길.
햇살 비치는 이끼를 배경으로 마른 풀꽃.
처음엔 이랬다.
샘물이 솟아오르는데
색이 이상하다.
궁금한 걸 못 참는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꽤 있다.
어허, 지하 암반의 물이 솟아나는데
미네랄이 엄청 함유되었단다.
뭐냐, 사이다처럼 톡 쏘는 탄산 가스도 들어 있다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그런가 보다-
그런데 돈 버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다르다.
여기 저기 땅에 구엉을 내고 물을 끌어올렸다.
그걸 팔아서 돈을 챙겼다.
봉이 김선달이 한국에 태어난 것이 한이 될 정도.
아무리 많은 물이라도 욕심 앞에는 용 빼는 재주 없다.
물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뉴욕 주 정부에서 관리에 나섰다.
그래서 지금의 주립 공원이 탄생된 것이다.
몇 군데 샘물이 흘러 넘치고 있다.
이 나무를 볼 때마다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 피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안타까움 같은그런 느낌을 가지고.
개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 만난 Orenda Spring.
손바닥을 오므려 종지를 만들어 물맛을 보았다.
녹 맛과 약한 탄산 가스가 녹아 있는 찝찌름한 맛이었다.
어린 여자 아이가 맛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다시는 이 물과는 상종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여자 아이의 할아버지인 듯한 노인은
연신 "Not Bad"이라고 하며 몇 모금을 들이켰다.
사실 물맛으로만 치면 그리 상쾌하다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걸 아는 노인은
그런 선입견을 물에 섞어 마셨을 것이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면 '벌거숭이 임금님'이지만
세월을 입은 노인의 눈에는
치렁치렁한 옷을 걸친 임금님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나이에 이르고 보니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말하기가 겁이 난다.
다 옳다.
나에게
세월은
약인지
아니면 독인지 ----
모르겠다.
Orenda Spring에서 넘친 물은
이 바위를 흘러 내려 저 아래 냇물로 흘러 들어간다.
처제와 아내는 흐르는 물에 손 담그며
흙으로 황토 맛사지를 했다.
한 5 분 정도 그러더니 아내는
"손가락 관절염이 다 나았다."고 장엄하게 선언을 했다.
이럴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기적을 체험한 분에게 그에 상응하는 예를 갖추어야 한다.
"와, 그래에--?, 그 정도야?"
하고 제법 호들갑스런 반을으로 화답해야 한다.
집에 돌아가서 얼마 있으면
아내는 손가락이 다시 아플 것이다.
"왜 다 나았다면서?"
하고 어리석은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
"기분이 그렇다는 거지."
라며 다소 답답하다는 듯이 나를 처다 보며 대답할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아니라
나는'옷 입은 벌거숭이 임금님'이 보이기 때문이다.
세월은 약이가, 독인가.
Jaws!
광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물이
바위의 색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다.
젖은 낙엽이 무늬를 수 놓았다.
날이풀리고 머지 않아
이렇게 광천수가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는 날이 곧 올것이다.
플라타너스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어릴 적 저걸로 친구들의 머리통을 치며 장난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녀석들은 장난이 아니라
실제 상황, 아프라고 내리치던 녀석들도 있었으니
갑자기 그 통증이 느껴지며 눈물이 찔끔 솟았다.
정말 아팠냐고 묻지 말길-----
'옷 입은 벌거숭이 임금님' 화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 안엔 아직도 곳곳에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어서
봄이 먼 줄 알았다.
갓 봄이 오기 시작한 우리 동네에서
북 쪽으로 두 세 시간 올라갔으니
아직도 봄이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갈 틈 사이로
노란 꽃이 몇 송이 피었다.
친구가 보내준 글에 등장하는 보순토바하가
이 땅에 떨어져 피어난 것은 아닐까
무명을 밝히는 등불 같은 꽃.
갑자기 마음 속으로 봄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소나무 숲길을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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