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Exit to Brooklyn 2 - East Williamsburg
영화 'Last Exit to Brooklyn'의 무대가 되었음직한 곳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East Williamsburg다.
Wiliamsburg 다리를 건너 차로 7-8 분이면 닿는 거리니
꼭 부둣가는 아니어도 영화의 배경과 그리 다르지 않은 곳이다.
공장과 창고, 그리고 풀들이 허리까지 자란 빈 터들.
무엇이든 낡고 허름한 이 곳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아마도 개발업자들이 로비를 해서
공장지대였던 곳을 주거지로도 할 수 있게 zoning 변경을 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아직도 삭막하다.
어디 정 붙힐 만한 곳이라곤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곳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철을 타고 몇 정거장만 지나면 맨하탄이니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이 비교적 싼 주거지를 제공하는 까닭이다.
우리 둘 째와 셋 째가 이곳에 아파트를 구해
일 년 동안 산 적이 있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지나다닌 기억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자꾸 얼굴을 보다보면
정이드는 것 처럼
이 곳도 슬슬 정이 가고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고 어둡고 쓸쓸해서
처음엔 무척 걱정이 되었다.
특별히 셋째 딸은 맨하탄 브로드 웨이에 있는 'Symphony Space'라는 곳에서
프로듀서로 일을 하고 있을 때여서
자기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공연될 때면
보통 밤 한 두시를 넘겨 되근하기 일쑤였다.
그곳에 아파트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딸 가진 부모로서 늘 걱정이 되었다.
물론 아이들이 다 알아보고 한 결정이어서
뭐라고 참견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 안전만은 궁금했다.
셋째에게 넌지시 물었다.
"밤에 늦게 끝나고 집에 갈 때 안 무서워?"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올 걸로 생각했었는데
뜻밖의 대답이 들렸다.
"아니."
대답하는 딸 아이의 목소리가 참 명랑했다.
안심이 되었지만
궁금증은 다 마시고 난 막걸리 사발 밑에 남은
막걸리 진액처럼 그리 끈적했다.
"왜 안 무서워?"
막걸리 사발에 남은 막걸리 진액을 마저 마셔버려야 될 것 같은
기세로 따지듯이 다시 물었다.
딸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East Williamsburg에 주민들 자체적으로 만든 조직이 있는데
전철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 까지만 전화를 하면
누군가가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 역까지 나와 마중을 나와
집에까지 에스코트를 해서 데려다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임무를 마친 후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단다.
물론 돈을 받지 않는 봉사 차원의 일이라는 거였다.
그 곳은 지금 담벼락마다
예술적인 벽화로 채워지고 있고
젊은이들의 거리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8월 어느 일요일인가에 가 보았는데
관광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식당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Last Exit to Brooklyn
전혀 희망이 없을 것만 같이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나는 곳이
밝고 희망찬 거리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배려와 사랑 때문일 것이다.
영화 'Last Exit to Brooklyn'이 끝날 무렵
윤간을 당해 만신창이가 된
트랄의 몸에 자기 옷을 둘러주는
소년의 맑은 사랑의 마음처럼
사랑과 배려가 있는 곳이 곧 천국으로 가는 'Exit'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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