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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공원 한 바퀴


집에서 걸으면 3-4 분, 

차를 타면 stop 사인에서 한 번 쉬고 가면 1분이 채 안 걸린다.


우리 동네 Pond Side Park.


못 속이 깊지는 않은것 같은데 내 손바닥 두 개를 함친 것만한 물고기가 제 법 많다.

물 가를 걸으면 언거푸 흙탕물을 일으키며 도망을 가니 말이다.

지난 일요일엔 모처럼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그건 대개 계절 하나를 보내고 새로 맞을 때의 통과 의식 같은 것이다.

젊은 아빠 하나가 대 여섯 살 쯤 억은 딸 아이를 데리고 나와

그네를 태워주고 있고,

썬 글라스를 쓴 중년의 남자는 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을 했다.

개가 나에게 접근하자 걱정 말라고 한다.

불독이었다.

그 남자는 까닭 없이 내게 친절히 대했다.

사실 개를 줄 없이 데리고 다니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과 만나기 위해

사람들은 공원을 찾는 것 같았다.


놀이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손녀 Sadie가 아파서 데리고 나오질 못했다.

Sadie 그네 태우주기는 한 주를 미루어야 할 것 같다.

약을 사다 주고 나 혼자 천천히 걸었다.






아직 푸른 잎들 가운데

벌써 빨갛게 물이든 잎도 있다.

우리네 삶도 그런 것 같다.

한 가지에 같이 돋았어도

어느 녀석들은 벌써 붉은 물이 들었다.


시작은 같아도 끝나는 시간은 각자 다 다른 것을----

그리고 언젠가는 다 떨어질 것을----

그래서 가을을 'Fall'이라고 하는 것 같다


가을은 그렇게 존재의 떨어짐을 넌지시 보여준다.






물가에 핀 보라색 풀꽃.

꽃잎이 많이 떨어져

내 머릿 속을 보는 것 처럼 휑하다.


조금씩 존재를 비워가는 계



엄한 데를 바라보느라

잠시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발 밑에 수북하게 떨어진 도토리를 보고야

상수리 나무 밑임을 깨달았다

열매가 맺고 익으면 떨어지는 

자연의 순리


그런데 그 많던 다람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연 못 가장자리엔 망초꽃이 피

마치 꽃으로 테두리에 수를 놓은 것 같았다.


찰랑거리는 물결,

그 위로 아주 게으르게 

햇살이 쏟아지는 가을 날 오후.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도망치는 물고기.


흙탕물과 거풀으로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그 흔적도 얼마 후 다 사라졌다.


흔적을 남기고

곧 그 흔적도 사라지는고 마는 계절.




바람이 불었다.

물 위에 떨어진 햇살이 솜처럼 부서졌다.

솜같은 물결에서 찰랑찰랑 소리가 났다.



거위들은 따스한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고---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는 범을 배우는 게절- 가을이다.

머지 않아 바람 불고 추운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여기 이 거위들과

오리들은 터줏대감들이다.

늘 여기 있다.


그러다가 얼음이 얼면 어디론가 떠났다가도

조금만 얼음이 녹고

물이 보이면 어김 없이 돌아온다.


마치 계절이 그러하듯.



이 자라들은 초면이다.

기척이 나자 물 속으로 풍덩.

그리 겁이 많아서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 속에도 가을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는 중.




이끼 낀 물 속.

물 위의 빨간 낙엽 한 잎.

머무는 것과 떠나는 것,


그리고 이미 떠난 것.







햇살은 따스한데 물빛은 이미 차다.

잘 더워지지 않는 가을의 물.


내 마음은 마치 가을 연못의 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달아오르던 여름날의

내 마음 - 나도 인생의 가을 속에 있어서인가 보다.




저 잎새의 빛깔처럼

딱 그만큼의 가을이 왔다.


시간이 가면 더 붉어지고, 

그리고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더 받아아야 햇살이, 

그리고 시간이 남아 있다.


그래서 가을은 더 늦기 전에

조바심 내며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 게절.



계절이 그러하듯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집에 돌아왔다.

집 앞 국화꽃이

햇살을 담뿍 받고 있다.


가을은 주저함 없이

누군가의 어깨에 팔을 둘러 감싸 안아야 할 때이다.


아직 어깨에 내려 앉는 햇살의 무게가

기분 좋게 느껴질 때,

나의 팔을 둘러 감싸 안아야 할 때이다, 가을은


서로 감싸 안은 체온이면

시린 겨울바람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사랑을 시작하자.

내일이면 늦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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