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는 '아름다운 5월'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아침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Van Saun Park로 향했습니다.
파란 잔디 위엔 밤 새 내린 이슬이
갓 솟아오른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축구장 주변의 나무엔 꽃들도 앞 다투어 피었습니다.
환한 얼굴로 우릴 맞아 주었습니다.
몸을 풉니다.
Warm-Up
잘 달리기 위해서는 조금씩 몸을 덥히고 서서히 달리기 시작해야 합니다.
게임에 앞서 기념 사진.
Norther valley 팀.
나의 친정 팀이도 합니다.
이십여년 전 처남들과 함께 주일 아침 건강을 위해 시작한 팀입니다.
아는 얼굴도 많고 새로운 얼굴도 있습니다.
나에게는 형제 같은 팀입니다.
경기 전 인사.
웃음 속에 가려진 비장한 결의가 보입니다.
'웃지만 웃는 게 아냐'
국제 심판.
회이팅.
경기 시작.
글쎄 열심히는 뛰는 것 같은데-----
처음, 체력에 문제가 없을땐 압박이 먹혔습니다.
'처음에만'이 문제입니다.
체력이 금새 방전되는게 문제입니다.
아빠와 아들이 한 컷 안에 들어왔네요.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간다.
이러니 팀이 이길 수 있나요?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운동도 마음이 맞아야 하는 거지요.
이상익 씨가 싫은 소리 좀 했다고 우리 처남 많이 삐쳤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요?
'궁금하면 오백원'
한 번 해 보자는 거야, 뭐야?
작지만 매서운 우리 장군님.
망연자실.
코뿔소 김상진씨.
운동장에 제일 먼저 나오는,
전형적인 성실남입니다.
왼쪽에서 기술적으로 감아찬 공이(?) 그대로 골대의 오른쪽 모서리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의도적이었는지 실수였는지 그건 알 길이 없습니다.
본인이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한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골입니다.
뭐라고 크게 외쳐대기는 하지만
그걸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뭐라고 그랬는지 기억하는 선수 있으면 나와 보세요.
그러니 신수철씨도 다음부터는 힘 빼질 말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리 말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우리 실력,
다 알잖아요.
말하는대로 다 할 수 있다면 우리 단독으로 MLS 우승도 넘볼 수 있습니다.
MLS 마켓팅 팀장인 우리 팀의 신승호씨 의견을 부탁 드립니다.
신승호씨
털모자에 무슨 비밀이?
팔짱 끼고 수수방관하는 감독님.
하기야 무슨 작전이라는게 있어야 소리칠 일도 있는 거지.
창단 이래 '무작전이 상작전'으로 일관해 왔는데
그런대로 재미 많이 보았습니다.
승률이 반은 넘는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현재씨
툴툴거리면서도 골 키퍼 역할을 아주 잘해냈습니다.
전날 밤에 마신 술 덕에 정신이 혼미해서
얼떨결에 공을 잘 막은 것 같은데,
이것도 본인의 양심선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우리팀에 헤딩하는 선수는 단 하나.
하기야 공에 머리를 맞추는 선수는
실수 아니면 사고,
둘 중의 하나인 우리 팀의 현 주소.
워매.
나는 똑바로 찼는데 공은 왜 저모양?
공이 술이 덜 깼나?
본인은 공이 술이 덜 깼다고 또 툴툴거립니다.
공을 던지는 것조차 규칙을 잘 몰라 파울을 당하는 우리팀.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서도 샌다고----
갈 길이 먼데도 갈 생각도 안 하는 우리 팀 선수들.
골 키퍼 하기 싫다고 툴툴대다가
드디어 운동장으로 나가니
그 기쁨 때문에 축구를 하는 건지
트위스트를 하는 건지--------
'앗싸'
멀리 가기 위해 신발끈을 질끈 동이듯,
잘 보기 위해서는 안경을 닦아야-----
우리의 기쁨 알렉스의 호쾌한 슈팅.
말 없이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는 선심.
우리끼리 경기를 할 때도 심판의 말보다는
일단 우기기에 길들여져서인지
이 날도 심판의 말은 듣지 않고
모두 각자 큰 소리로 우기고 심판 말은 무시하는 우리 팀.
그러면서도 팀이 유지되는 걸 보면
그건 신비입니다.
호빈이의 멋진 코너킥.
킥만 멋지면 뭐하냐고요, 글쎄.
축구에서 쎗트 피스가 중요한데 도대체 그런 걸 알기나 하는 건지.
'무작전이 상작전'은 이런 쎗트 피스 상황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혹시 골을 넣는 경우가 가뭄에 콩 나듯이 있긴 한데
'소 뒷걸음 치다 쥐 잡는' 격입니다.
공관 상관 없이 경기하는 우리 선수.
인간적인 면만은 알아줘야 하는 감독님.
근데 축구는 인간적인 면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데서
감독님의 비애가 시작됩니다.
답답하니 몸소 경기장에 들어가긴 갔는데
본인이 뛰니 경기가 더욱 더 답답해졌습니다.
도저히 사태수습 불가의 경지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상대 팀 단장인 루스(조성현)씨.
나의 형제와도 같습니다.
경기가 끝났습니다.
경기의 승패는 상관 없습니다.
(우리가 이긴 경기라면 큰 상관이 있습니다. 두고 두고 오징어 씹듯이 오랫동안 승리의 짜릿함을 울궈 먹습니다,)
축구라는 운동을 통해 우정을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축구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한 축구를 하기 때문에
무작전이 상작전이라는 전술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 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전술이 없으니
아무래도 '무작전이 상작전'이라는
우리팀의 하나 뿐인 전술 하나로
앞으로도 행복하게 갈 겁니다.
모두들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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