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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쉼은 숨이다 - Allen Town에서


쉼은 숨이다 - Allen Town 에서


늘 푸른 농장을 가기 위해서는

Allen Town이라는 작고 고풍스런 마을을 지나야 했다.

농촌에 접한 마을이어서인지

아주 작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Allen Town은 고풍스런 건물과 

새로 돋아나는 나뭇잎과 봄꽃들이 어우러져

소담스런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마을도 인구 5천이 안 되는 곳이지만

이 곳은 우리 마을의 절반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것 같았다.


우린 차를 세우고 범상치 않은 건물 앞에 섰다.

전엔 물레방아가 있던 건물이었을 것이다.






차를 세우고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차를 세우고

무슨일인가 궁금해 했다.

그 차를 뒤따라 오던 차는 엉겁결에 서서

우리들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주었다.


이건 여유가 있는 소도시의 모습이다.

만약 뉴욕 시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따발총 처럼 쏘아대는 경적소리를 견뎌야 했을 것이다.


작고 적은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흠뻑 번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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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일단 늘 푸른 농장으로 향했다.


늘 푸른 농장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600에이커나 되는 과수원의 일부를 천천히 걸었다.

운동을 하기 위함이 아닌

걷기를 위한 걸음을 걸었다.


자연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많았고

민들레 같은 작은 풀꽃들과도

하나하나 눈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빠른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Allen Town을 지나야 했다.

우리는 호수 옆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




제법 많은 양의 구름이 하늘에 퍼졌다.

호숫가의 나무에도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살랑살랑 봄바람이 물 위를 쓸고 지나갔다.





몰래 카메라

동서와 처제



다리 위에서

물을 내려다 보는 커플.

이럴 때 쓰라고 말한 건 아니지만

'사랑은 둘이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울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쌩떽쥐베리의 말이 생각났다.



아내를 모델로 몇 장.

우리는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났다.


그 작은 마을에 그리 바쁠 일이 없을텐데

아이스 크림 가게 안은 길게 줄이 늘어져 있었다.


가게 앞의 포치에 놓인 자리에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며 차들을 무심하게 바라 보았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없이

그야말로 무심히 바라보았다.


아이스 크림을 먹었다.

아이스 크림을 먹는 사이 차 두 대가 몇 분 간격을 두고 섰다.

두 차에서 내린 야구 선수 복장을 한 아이가 아빠와 같이

아이스 크림을 사 들고 떠났다.


그곳에서 시간은

아이스 크림이 목구멍을 통과하듯 

부드럽게 흘러갔다.

'


아이스 크림 가게 건너 편의 집.

튜울립 몇이 바람에 하늘거렸다.

튜울립을 닮은 예쁜 아이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이스 크림 가게의 포치에서 위를 올려다 보니

굵은 전깃줄이 지나가고

전등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아이스 크림 가게의 간판이 공중에 무심히 걸려 있었다.


그 동네에선 아무도 아이스 크림 가게의 간판을 보고

찾아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래 전부터 거기에 그렇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풍경의 한 부분이니까 말이다.


간판도 간판일 뿐, 

이 거리에 있어야 할 극히 당연한

풍경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전등의 갓은 간판을 향한 쪽이 올라가게

모자를 기울여 쓴 형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밤이 되어서 불이 켜져도

사람들은 이 간판의 밝음을 보고 오지는 않을 것이다.

간판이야 그냥 풍경의 일부로 있는 것이니까.


러니 일부러 간판에 빛이 잘  모아지도록 

기울어진 형상을 한 전등의 갓도 

그리 자신의 멋드러짐을 뽐내지도 않을 것이다.

뽐내 보아야 사람들은 보아주지도 않을 것이기에.


아무 영양가고 없는 생각들이

바람처럼 왔다가 꽃잎처럼 흩어졌다.


그렇게 시간도 흩어졌다.


별 쓸모 없는 생각들로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걸 

난 '쉼'이라고 부르고 싶다.

머리를 비우고, 생각을 비우니

빈 가지에 연록의 새잎이 돋듯,

새록새록 마음 속에 새 순이 돋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걸으며 보낸 하루는

온전한 쉼이 되었다.


그레서 올바른 쉼은 곧 '숨'이다.

새로운 공기를 내 안에 가득 채우는,

그래서 새로이 걸음을 뗄 수 있는,


그런-----

쉼,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