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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일요일 아침 - 새로운 봄을 맞으며


눈을 뜨니 일요일 아침 5시.

일요일은 다른 날 보다 더 일찍 일어난다.

축구 때문에 마음이 설레서 그런가?


아니면 일 주일에 오직 하룻밤,

내 집에서 잠을 자서 그런가?

원래의 내 자리가 낯이 설어서인지 잠자는 일도

집에서는 점점 어색해지기 시작한다.

하기야 원래 내 것이 어디 있겠는가.

정 붙이고 살다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그것이 내 것인양 착각을 하게 되는 거지.

원래 나의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섯 시라고는 해도

하늘 저 편엔 아침의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카메라와 축구화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지난 주말엔 막내 아들 때문에 Savannah에 다녀오는라

한 주를 거르고 집에 돌아오니

그 사이 봄은 성큼 우리 집 뜰에도 발을 들여 놓았다.




집 앞의 나무에도

연록의 나무꽃이 피었다.



수선화도 피었다.


걸음을 돌네 어귀의 저수지로 옮겼다.


해 뜰 무렵에 지나치다 보면

거기엔 늘 오리나, 거위

때론 재 두루미 같은 조류들이 있어서

그럴듯한 풍경을 만들어주곤  했는데

어젠 적막강산이었다.


텅 빈 고요 위에 붉은 물이 든 하늘이

내려 앉았다.




말 해가 오르기 전의 하늘'

구름에 살짝 물이 든 것이

우리 손녀 Sadie의 뺨 같았다.



저수지의 다른 쪽

한 귀퉁이에도 붉은 해의 기운이

살랑대는 것 같았다.



나뭇가지와 물그림자.

어디가 경계인지



해가 좀 더 위로 솟아오르니

하늘이며 물에 비치는 하늘의 색이

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분 단위로 색조가 변하는 걸 바라보면

늘 신비롭다.


같은 하늘이라도

늘 다르다.



해가 다 오르고 나면

재미가 없다.

동네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사슴들이 풀이며 풀꽃들을 뜯어먹고 있다.

우리집의 옥잠화며 히야신스 같은 꽃들은

이 녀석들의 아주 좋은 메뉴가 된다.



키 큰 나무 윗 쪽에 햇살이 앉았다.


색과 명암의 콘트라스트.



축구하러 가는 길 옆의 목련.

가지가 어찌 저 꽃들을 지탱하고 있는지 궁금.



붉은 기운이 도는 나무꽃과

초록의 나무꽃이 보여주는 색의 대비.



축구장에도

아침이-------

더 이상 푸를 수 없을 정도로 푸르게 자라난 잔디.



겨우내 말라 있던 풀

그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왔다.

다시 푸르게 소생하려나?



마른 갈대.

푸르게 새 꽃잎이 돋아난 나무.



잔디 위엔 early bird 한 마리.



이슬.

밤과 아침의 기온 차가 만들어내는 이슬.

숨이라도 크게 내쉬면

또르르 굴러 떨어질 것 같아

숨쉬기도 조심스런 봄 날 아침.



집에 돌아오니

우리집의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

벌레가 먹어 큰 가지 몇 개를 베어내고

남은 한 가지에서 꽃을 피워냈다.


곷을 보면서도 아플 때가 있다.




흰 빛의 벚꽃



앞 뜰엔 못 보던 꽃(?)이 피었다.

눈 인사를 나누긴 했는데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집 뜰에서 사라진 목련,

금낭화,

크로커스 생각이 났다.


아쉽고 

그립다.


언젠가 아내에게 말했더니

"당신이 그 꽃들을 위해 한 게 뭐 있어요?"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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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아무 것도-----


올해도 그 말을 하려다 말았다.


어찌 내 부족한 사랑이 꽃에만 해당하랴,

사람에게도 턱 없이 

인색하고 부족한 내 사랑의 잔고가 들어나는 게 부끄러워서였다. 



건너집 뒷편의 키 큰 나무에도 잎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잔디밭 가장자리엔

못 보던 보라색 들꽃이

몇 군데 피어 났다.


올 봄의 새 손님.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다시 내 곁에 왔다.

비슷한 시기면 찾아오는 봄이지만

봄은 늘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올해는 올해의 봄으로 다시 왔다.


금낭화도, 크로커스도 없는 봄이지지만

그들의 빈 자리를 보라색 꽃이 대신 차지했다.


새롭게 봄은 또 오고

 그 새로운 봄을 맞을 수 있도록

나의 눈도 새로와지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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