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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낌 없이 주는 나무 (The Giving Tree)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서

훌륭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들을 보면서 감탄을 하고 또 감동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가 그렇게 훌륭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많은 스태프들의 헌신이 꼭 필요하다.
그들은 보수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더더군다나 대중들의 눈길은 거의 받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의 도움과 헌신이 없다면 걸작도 탄생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엔 과수원에 갔었다

600 에이커에땅에 배며, 사과, 복숭아, 포도 같은 과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하얀 배꽃도 에뻤지만

아무래도 핑크빛이 나는 복숭아꽃은 그만큼 고혹적이었다.

발그스름한 복숭아꽃의 유혹에 이끌려

복숭아 밭으로 들어갔다.

빛깔에 취해서 꽃만 바라보던 나의 눈에

범상치 않은 장면이 들어왔다.

 

한 나무의 줄기에서 가지가 뻗었는데

시작한 높이는 내 무릎과 허리 중간 어디쯤에서였다.

그러나 그 가지는 굵고 길게 자라는 바람에

스스로 제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농부는 아주 굵은 참나무로

지지대를 만들어 그 가지 밑에 받쳐 두었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새총 모양이었는데

아주 든든해 보였다.

 

그만 꺾여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이 버려질 뻔했던 가지는

그 나무 지지대 덕에 굵고 길게 자라

예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달디단 복숭아를 먹으며

복숭아나무 가지 밑에서

자신의 존재 전부를 헌신해서

무거운 가지의 무게를 지탱해준

지지대의 노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엇일까?

 

가지와 같은 존재일까?

아니면 그 가지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지지대 같은 존재일까?

 

이제 그 어느 것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아는 나이에 이르렀다.

다섯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

나보다 키 작은 아이들을 보다 보니

결국 시선을 꽃이 핀 윗부분만 아니라

가지의 가장 아랫부분을

고개 숙여 

바라보는 걸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난 과연 튼튼한 지지대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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