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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Uninvited Guest(s)


봄이 돌아왔다.

황량하던 우리집 뜰에도 봄의 기운과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

Snow drop이 피었다 지고나니

히야신스며 이름 모르는 보라색 꽃,

그리고 잔디밭엔 냉이꽃들이 무더기로 피기 시작한다.

수선화의 꽃봉오리가

몽글몽글한 것이 이들 후면

노란 얼굴을 내밀며 해맑게 눈인사를 건넬 것이다.


이렇게 봄이 되면 굳이 초대를 하지 않아도

온갖 꽃들은 우리집 뜰을 아르답게 가꾸어주니

손님 중에서도 그런 손님이 없다.


그런데 봄이 와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주 작은 새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초대하지 않아도 매년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우리 집을 찾아오는 작은 새 때문에

봄이면 머리앓이를 한다.


그 새는 길이가 (하필이면) 내 가운데 손가락만 하다.

지저귀는 소리도 앙증맞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집 벽에 구멍을 내고

벽 속에  보금자리를 튼다는 것이다.


현관 앞에도 작기는 해도 새집이 있어서

어떤 녀석들은 한 철

새끼까지 낳고 잘 살다가 가는데

이 녀석들은 벽을 쫗아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들어가 산다는 것이다.


10여년 전에 집을 고치면서

벽을 stucco로 했다.

그 때는 한 동안 stucco가 유행을 했다.

stucco는 석고 같은 것이다.

합판으로 된 벽에 스틸로폴을 붙이고

그 위에 stucco를 얇게 입힌 것이 우리집 벽이다.

처음엔 보기에 깨끗하고

단열성이 뛰어나 만족했었는데

몇 년 지나니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집 보험을 드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어제 현장을 잡기 위해 잠복을 했다.

굳이 잠복이라는 말을 쓸 것 까지도 없었다.

녀석들은 제 집 들락거리듯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무단 점거?

현장을 잡긴 잡았어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이 녀석들이 뚫어놓은 구멍이 한 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이러다가 히치콕의 영화에서처럼

새들에게 공격당하는 악몽에 시달릴 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저귀는 노랫 소리로

집세를 대신하는 이 녀석들을 보며

속만 끓이고 있다.


아름다운 봄이고 뭐고

빨리 겨울이 돌아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아름답기 그지 없는 

봄날에 하고 있으니 이 무슨 황당한 경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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