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길------ (2014, 2 03)
밤 사이 눈이 내렸다.
다섯 시 반, 집을 나서니 차 위엔 젖은 눈이 벌써 1 인치 가량 쌓였다.
우리 동네의 눈길을 지나간 흔적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늘 새벽 첫 눈 길을 지난 것이다.
어릴 적, 일찍 일어나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길을 처음으로 밟는 일은 얼마나 흥분스러웠던가.
마음을 모아 발 뒷꿈치는고정 시킨 채,
콤파스처럼 발을 한 바퀴 돌리면
해바라기 꽃 같은 것이 국화 빵처럼 눈 위에 찍혔고
거기에 줄기와 잎을 만들어 붙히곤 했다.
그걸 바라보는 건 환희였다.
그리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길 위에
거꾸로 돤 'ㅅ'자 모양을 만들어 가며
꼭꼭 눈을 다지고 걷곤 했다.
발자국 모양이 어떤지 궁금해서
한 열 발자국을 떼곤
뒤를 돌아보곤 했다.
눈 위는 아니지만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온 세월.
그 시간을 돌아 본다.
발자국 하나 하나를
어린 시절처럼 정성껏 예쁘게 밟으며 살아왔던가.
예쁜 발자국도 있었을 것이다.
마구 찍힌 발자국도,
바르지 못한 모양으로 생긴 발자국들도------
나이들어가면서는
아무 생각도 없이 걸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늘 아무도 밟지 않은 곳을 찾아
예쁜 꽃 모양도 만들고
꼭꼭 눈을 밟으며
야무진 내 발자국을 몇이라도 눈 위에 남기고 싶다,
그것이 비록 뒤에 내리는 눈에 덮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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