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sgiving Day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544
Thanksgiving Day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가장 큰 명절의 하나이다.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매 해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로 정해서 기념을 한다.
학교는 보통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기 때문에
멀리 있는 대학생들까지 집에 온다.
한 해중 가족들이 전부 만날 수 있는 날이
땅 덩어리가 큰 미국에서는
얼마 되질 않는다.
그러니 사람들은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Thanksgiving Day를 손꼽아 기다린다.
흔히 추수감사절이라고 불리는 Thanksgiving Day는
영국에서 이주해온 청교도들이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 짓는 법을 배워서 농사를 짓고
수확을 거둔 후에 원주민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신께 감사를 드린 것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비록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았어도
도움을 주었던 원주민과 신께 감사를 드렸다는 것이
추수감사절의 핵심이다.
그래서 추수감사절의 식탁엔
그 당시 먹었던 야생 터키와 스트링 빈, 감자, 얌 같은
음식이 오른다.
우리집에서도 그 전통은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동안은 잘 지켜졌다.
그런데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서
조금씩 전통이 바뀌어 갔다.
문제는 청교도들이 원주민들과 나누었던 음식이
별로 맛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올 해는 그 음식의 맥이 거의 끊어져 버렸다.
무엇보다도 딸들이 대학에 가면서부터
아내는 추수감사절 상차림에서 제외되었다.
그날은 아내와 나는 모처럼 함께 자유를 누리며
널널하게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그런데 올 해는 큰 딸은 아이를 낳았고,
둘 째 딸은 예비 시댁으로 갔고,
셋째는 연주 여행을 떠났다가 막 돌아온 관계로
상차림이 오롯이 아내의 몫으로 남은 것이다.
어깨가 아픈 아내는 제법 궁리를 했으나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카 영진이의 이야기를 듣고
칠면조 구이를 Boston Market이라는 식당에 맡겼다.
칠면조 한 마리와 함께
side dish가 몇이 따라오고
작은 파이가 둘이 포함되니
어느 정도 상을 채울 수 있으리라 예상했던 것 같다.
$100 로 식탁의 반 가량을 채울 수 있으니
아내가 힘들지 않은 댓가로 치면
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맛은 영 아니었다.
우리 딸들의 현란한 요리 솜씨를
거의 10년에 걸쳐 맛 보아 왔던 나에게는
영 실망할 수 밖에 없었던
추수감사절 식탁이었다.
아내가 한 것은 감자요리와
새우 튀김이었다.
감자는 추수감사절 전통요리이지만
새우 튀김은 영 쌩뚱맞은 메뉴였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집의 추수감사절은
서서히 변형되고 왜곡되어가고 있었는데
올 추수감사절은 그 절정인 것 같았다.
나중엔 뭔가 좀 빠진 것 같고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아내는 해물 파전을 구웠다.
헐!!!!!!!
하는 것도 없이 먹기만 하는
내 주제가 주제인지라 한 마디도 못 했다.
추수감사절 식탁의 꽃은
아무래도 칠면조 고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사람들은 추수감사절을
'Turkey Day'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칠면조 고기가 난 영 입에 맞질 않는다.
그런데 가만 눈치를 보니
나만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사위는 백년 손님이라고
칠면조 다리를 Robert에게 주었더니
다 먹지도 않고 남겼다.
나중에 사위에게 넌지시 물었다.
"Frankly speaking,
which one do you like better, chicken or turkey?"
예상대로 닭고기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가 아는 미국인들에게 물어도
대답은 거의 한 가지다.
닭이 대세다.
내년부터는 꿩 대신 닭이 아니라
칠면조 대신 닭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실 칠면조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그 전날부터부산을 떨어야 한다.
지방질이 없어서 퍽퍽한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참으로 손이 많이 가야 한다.
거기다 맛도 닭에 비해
현저히 못하니 답은 뻔하다.
칠면조 고기와 전통의 추수감사절 음식을 먹는 이유는
그 전통에 담긴 의미를 맛보기 위해서이다.
먹을 것이 없었던 그 시대에
맛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사랑을 나누고 신께 감사를 드렸던
그 정신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내년 우리집 추수감사절 식탁에서는
칠면조가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칠면조며 다른 전통 음식이 사라지면서
감사의 정신도 사라질까 걱정이다.
그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다.
난 다음 추수감사절을 맞을 때까지
우리 가정 안에서의 감사의 정신을
어떻게 식탁 위에 올릴 수 있을 지
가장으로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수요일부터 우리집에 와서 머무는 Sadie.
아무래도 올 우리집 추수감사절의 키워드는
Sadie가 아닐까 한다.
우리 집에 온 귀한 선물.
건강하게 우리 곁으로 온 것이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다.
해병대 사령부 군악대에 있는 막내 아들은
오랜 전통을 가진 Macy's 백화점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워낙 바순을 연주하지만
색스폰도 스스로 배워서
퍼레이드 할 때는 색스폰도 분다.
다른 친구들은 부대로 복귀하고 막내 아들은 특별히
며칠을 집에서 더 보낼 수 있도록 허락을 얻어서
가족과 함께 추수감사절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막내 아들이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도 감사한 일 중 하나.
Sadie와는 처음으로 만나는
처제와 동서.
이모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기분을
실감하고 있는 중.
큰 아들 보스가 준 와인.
고급 식당에서는 200달러가 넘게 판매된다고 하는데
내겐 동네 수퍼 마켓에서 파는
5달러 짜리 와인과 비교해도
다 그놈이 그놈이다.
이것이 바로 문제의 그 새우 튀김.
아들들이 디저트로 사온 멜론바.
사위와 예비 사위 모두
멜론바에 중독되었다.
헐, 갈비찜까지
전통 추수감사절 식탁을 훼손하는데 한 몫을-----
아들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도 갈비찜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못 말리는 우리 딸.
와인을 마시기 위해
미리 젖을 짜서 냉장고에 보관했단다.
아내가 그랬다면 무어라고 했을텐데
딸이니까 이해를 한다.
아침에 추수감사절 미사에 가서 받아온 빵.
거기에 기도문도 들었다.
사제가 축성해서 나누어 주는 것이
우리 St. Joseph 성당의 오랜 전통이다.
아침 미사에 가서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
나는 아내의 뺨에 입을 맞추며 속으로 말했다.
"당신이 이렇게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
사랑해, 그리고 Peace be with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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