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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워싱톤 아들 방문

워싱톤 아들 방문

 

일요일엔 워싱톤에 다녀왔다.

큰 아들 준기가 9월 초부터 DC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사는 집 지하실 방에 머물다가

새로 집을 얻어 이사를 한다기에

아들이 쓰던 책상이며 의자 같은 작은 가구를 싣고

워싱톤으로 출발한 것이 아침 10시경.

날이 추워서인지 별로 지체함 없이

살던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두 시가 좀 넘어서였다.

이삿짐을 날라야 되니

먼저 차 안의 가구들을 새로 산 집에 옮기고

다시 와야 했다.

그래서 새로 이사한 집에 가구를 내려 놓고 잠시 집 안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이삿짐을 나르기 전에

워싱턴까지 왔으니 대통령 사는 곳도 한 번 들러보자고 해서

준기에게 운전을 맡겼다.

워싱턴에 몇 번 오기는 했지만

대통령 사는 곳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다.

가는 길에 아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

 

 

 

 

 

 

 

로비회사다.

본사는 시카고에 있고

전 세계적으로 3000 명이 넘는 직원이 있다고 한다.

이 사무실은 워싱톤 정가의 로비를 담당하는

일종의 워싱톤 지부 같은 성격을 지닌 것 같다.

 

 우리 아들?

아직 로비스트는 아니고

여기 사장 비서쯤 되는 막내로

이 일 저 일 닥치는 대로 한다.

사장 이하 사람들이 모두 자길 좋아한단다.

대학 다니면서

연방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인턴 생활을 한 것도 이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 관계.

즉 Networking이 아들의 장점이다.

보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는------

 

그래서 친구가 널렸다.

그리고 그 관계를 잘 끌고 간다.

 

 

 

아들에게 운전을 시키고

창 박으로 보이는 워싱톤 다운타운의

건물을 찍었다.

 

 

대통령 사는 곳에서 몇 블락 떨어지지 않은

아들의 사무실 근처에서 만난 홈레스 남자.

얼굴도 근사하고 몸매도 좋은데---

사연이 궁금하다.

 

 

 

거리 풍경.

 

 

 

백악관 주변의 공원.

날이 추워서인지 일요일인데도

아주 한산했다.

 

 

 

 

백악관 앞에서.

워싱턴까지 갔는데

대통령에게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갔는데

만날 길은 없는 듯.

영화 '내 이름은 칸'이였든가,

그 영화의 주인공처럼 대통령을 만날

강한 염원이 있지 않은 나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은행잎이 곱게 쌓였다.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벤치.

여름 가을 내 앉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솔솔 풀려 나올 듯.

 

 

 

Kosciuszko, Saratoga

참 친근한 이름들이다.

다른 곳도 이 사람의 이름이 지명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특히 우리 가게가 있는 Brooklyn 주변에

이 길 이름이 있어서 친근하다.

Kosciuszko는 미국의 장군인데,

과문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도 

거리며 초등학교,그리고 러시아워면 늘 막히는 다리도

다 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으로 보면

유명하긴 유명하다.

 

 

 

 

 

자전거를 탄 여인.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는 벌써 잎들이 다 지고

겨울로 접어 들었는데

워싱턴은 아직 가을이라고 믿고 있다가

갑자기 찾아온 추위로

뒷통수를 한 방 얻어 맞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단풍은 아직 저리 곱게 붉은데----

 

 

다시 터널을 지나

아들이 먼저 살던 집에서 이삿짐을 싣고

새 집으로 왔다.

 

 

 뒤에서 본 집.

3층 건물인데 한 달에 $3,000.

지하실이 있었고

1층엔 식당과 거실, 그리고 Family room이 있는 큰 집이다.

2층과 3층엔 아주  커다란 침실이 둘 씩 있는데

아들은 3층에 있는 제일 큰 방을 쓰기로 했다.

다른 세 방은 친구들 하나씩 들여서

Four's Company가 되었다.

다들 자기가 살던 고향에서

굵직하게 한 몫을 하는 집의 자식들이란다.

친구들은 워싱턴에서 국회라든가

콘설팅 같은 일을 하며

사회 생활을 갓 시작한 사회 초년병들이다.

 

 

 

 

 

이사 하기도 전에 모여서 파티부터.

아마도 주동자는 우리 아들인 것 같다.

물어 보지 않는다.

 

 

아내가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치우고 있다.

 

 

침대 정리.

 

며칠 전에 아들이 보스에게 말했다.

 

"일요일에 부모님이 오세요."

 

'왜?"

 

"새로 이사한 곳에 놓을 침대랑, 몇 가지 가구를 가지고 이삿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시려구요."

 

'침대 하나 때문에 부모님을 번거롭게 해 드리냐?

침대는 크리사 마스 선물로 내가 사 줄께."

 

그렇게 해서 침대 걱정은 하지 않았다.

 

얼마 전엔 연회에 참석한 사진에서

턱시도를 입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빌려서 입은 건 줄 알았는데

그것도 보스가 사주었단다.

졸지에 크리스 마스 선물을 둘씩이나 받았다.

 

하기야 보스에게 있는 건 돈이고

없는 건 마누라와 자식이다.

 

다른 직원도 해외 여행을 하는데

돈도 부쳐주었다고 한다.

 

 

 

 

이사하고 어쩌고 하다 보면

같이 나가서 식사할 시간도 없을 것 같아

아내가 밥과 반찬을 만들었다.

김, 김치 찌개, 어묵 조림,새우 튀김, 그리고 장조림.

 

 

 

점심 식사는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한다고 한다.

한 주일에 두 세번은 보스가 

근사한 식당에 데리고 가서

멋진 식사를  대접하곤 한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가 해 준 음식이

역시 이 세상에서 최고'라며

싸들고 간 음식을 맛 있게 먹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멘트로

엄마 마음을 녹이는 센스.

 

'아 이녀석 제법이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어도 좀 과장이 있는

이 말이 자기 엄마의 피로를 싸악 가시게 했다.

내가 수 십년 걸려 터득한 삶의 지혜를

우리 아들은

천성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것 같았다.

더 이상 해 줄 말도 없었다.

하산해도 될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로비스트가 될 자력은 충분하지 않을까?

 

세상 살아가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아도

아들의 그런 마음, 그런 태도는

험한 세파를 헤쳐나갈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다.

 

 

창 밖을 보니

탑이 높은 건물 뒷편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네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시 방향을 틀어 와야 했다.

아들과의 아쉬운 회포는

Tanksgiving Day에 다시 풀기로 하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 길이 

그다지 어둡다거나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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