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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이야기

이별,만남, 그리고 함께 하는 여정

민기가 13주 동안 South Carolina에서

해병대 기초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우리 식구는 민기를 보내면서 7월에이 곳으로 이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10월 초에는 민기를 환영하는 하이킹 다녀왔습니다.

민기를 보내고 석달이 조금 지났습니다.

가을이 막 물들기시작하는 산 길을

우리 식구 일곱이 다녀 왔습니다.

 

 

 

하이킹 트레일을 시작하는 곳에 있는 관리소 부근에도

가을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강아지 풀의 초록물이 빠졌습니다.

이젠 바람이 불면 마른 풀잎 소리가 날 것 같습니다.

가을에 소리가 있다면

이렇게 서걱이는 소리일 겁니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나무들은 조금씩 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다리 위에 아이 다섯이 섰습니다.

해가 잘 들지 않아서인지 이 곳엔

아직 가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훈련소에서 사 온

해병대 셔츠로 통일을 했습니다.

 

 

 

통나무 다리도 건너고----

 

 

 

큰 아들 준기가 뒤에 오는 누나들의 손을 잡아

나무 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원래 이 자리엔 나무로 된 다리가 있었는데

지난 9월의 허리케인으로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다리가 없어서 불편하지만

손잡아 건네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픔과 어려움이 닥칠 때

사랑은 더욱 더 도드라집니다.

 

 

 

냇물 속에 가을이, 하늘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 다섯이 잠겼습니다.

 

 

 

다섯 아이들

무슨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지------

나도 슬며시 끼어들고 싶어집니다.

 

 

 

오늘따라 물도 얌전히 흘러갑니다.

하늘빛이 고운 가을날입니다.

 

 

 

쭉쭉 뻗은 나무, 노란 잎이

헷빛에 반짝입니다.

 

 

 

이 나뭇잎은 빨갛게 물이 들었습니다.

 

 

 

엄마와 딸들.

너럭바위 위에 앉았습니다.

늘 여기서 쉬어 갑니다.

함게 쉬었던 기억들이 모여 추억이 되고

우리의 삶이 됩니다.

 

 

 

바위 틈새에서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나무를 키우고 양분을 제공하는

저 바위의 모습을 보고

내 아내가 연상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 다 내어주는 저 바위같은

나의 아내.

 

 

 

한 걸음씩 위를 향하여---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지 않고

단 번에 정상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인내와 겸손을 배우는 일입니다.

 

 

 

자작나무들이 아치를 만들어

우리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나무와 우리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훈련소에 가기 전에 민기는 돌을 하나 올려 놓으며

소원을 말했습니다.

아마도 하나의 소원은 이루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 번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민기가 소원을 비는 동안

우리 식구 모두 한 마음이 되어 같이 소원을 빌고 있습니다.

 

 

 

흐르던 물이 돌과 나무를 만났습니다.

물에 나이테가 생깁니다.

우리의 삷에도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 나타납니다.

그것을 넘으려고 애를 쓸 때

저런 나이테가 생길 것 같습니다.

훈련소릉 마친 우리 민기에게도

훈장처럼 저런 나이테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아주 옹골진-----

 

 

 

푸른 숲길을 함께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햇살마저 반짝입니다.

 

아이들, 푸른 나무 같습니다.

 

 

 

 

 

 

 

한 걸음씩 오르다 보니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호숫가의 나무에는

사춘기 여자아이들이 몰래한 화장만큼,

꼭 그만큼의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이 호수 바로 옆에서

호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도, 호수도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사물을, 그리고 삶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것과 같습니다.

 

 

 

카메라를 돌로 괴고

가족사진도 한장.

2011년 가을 속에 우리 식구가 웃고 있습니다.

 

 

 

 

 

 

 

올라왔으니 다시 내려가야 합니다.

 오르기만 하고 내려갈 줄 모를 때

비극이 탄생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내려가는 법을 잘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했던 가을날의 하이킹

 

 

 

흐르는 냇물에 가을물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물이 들었습니다.

몇 개의 가을이 지나야

또 이렇게 가을빛으로 물드는

식구들 끼리의 산행을 할 수 있을지------

 

냇물은 무심히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