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믈러그에서 옯겨온 글)
Hovig는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이다.
레바논에서 이민온 부모님 아래서 자라,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작년에 JP Morgan에 인턴으로 입사하였다.
사진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포기하였고
육군사관학교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지만 군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부모님의 만류로 결국
코넬에서 비지니스를 전공하게 되었단다.
살 것이 없을 때도 가게를 가끔씩 찾아오는 이유가
내가 편하고 쉽게 해줄 수 있었던 충고와 격려가 힘이 되었던 모양이다.
내 말의 뜻은 부모들은 자식을 가장 사랑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충고와 격려를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찾아온 호비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멋지게 차려입고 맨하탄 월스트리트로 출근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샤워도 안 한 듯한 부석부석한 얼굴에 후즐근하게 차려입고 나타났으니.
염려하였던 바,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 지가 가늠되었다.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더 화가 났을 수도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몇 마디 충고에 위로와 격려를 더 하였다.
호비그야! 안 되었지만, 그러나 또 참 잘 되었구나!
너는 한창 젊은 청년이 아니냐! 서둘지말고, 천천히 지내려 노력하며 너의 먼 미래를 한동안 바라봐라.
그리고 이제 새로운 길을 결정할 때는
그 때의 네 모습을 바라보며 후회없을 결정이라는 확신을 갖고
두려움, 남의 눈치, 세속적인 계산을 떠나서
진실하게 하길 바래.
지금의 어려운 시간을 소중한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너에게 달렸다.
이런 시간을 겪지않고 탄탄하게 나갔다면
훨씬 후에 이 보다 더 큰 후회와 그로 인한 고통을 견뎌내야 할 지도 모르는데
네 인생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잖니?
그래서 나는 축하한다.
훨씬 기분이 나아졌고, 힘이 생기는 것 같다며
가게를 나가다 뒤돌아보더니
Mrs. Kim, 고마워요~하며 손을 흔들었다.
...................
Isabel(선영)/ 2012 Spring Season에 이 그룹이 Symphony Space에서 콘서트를 한다
토요일과 주일을 집에서 쉬고 월요일 아침에는 서둘러 가게에 나와야 했지만
콘서트 일로 주말 내내 바빴던 이사벨(선영)과 아침도 먹고, 천천히 나가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덕분에 커피 한 잔에 크로상 하나 먹는 시간이었지만
참으로 오랫만에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은 남자친구와의 사이를 염려하며 온가족들이 반기질 못하였는데...
그만 헤어지자고 한 지 며칠 되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콘서트를 마친 무대 뒤로 찾아와 인사를 나누며 시작된 사이였고,
작곡을 하는 사람이라 서로 대화도 통하고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솔직함과 너그러움에 끌렸다고 한다.
그래 서로 정말 다시 만날 사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거다.
노력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니까...그러니 그저 견뎌봐...
엄마가 이 나이가 되도록 살아서 생긴 통찰력,
그리고 너를 아직까지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엄마로서 하는 충고잖니.
친구같은 남편이 좋다.
엄마 아빠도 젊을 때는 서로 자존심 대결도 하였고, 실망하고 답답할 때도 많았고...
엄마도 네 아빠보다 더 넓고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의 가슴에 기대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
속상할 때, 아빠에게 '딸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할 거'란 말을 한 적도 있었다.
부부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면 제일 복된 것이다.
엄마 아빠만큼만 살기를 바래.
엄마랑 아빠는 책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고, 글 쓰는 거 좋아하는 거 빼고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서로 배우려고 많이 노력하며 잘 살아왔잖아...
정말, 평생 친구지!
등을 쓰다듬자 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픔은 진실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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