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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 로마 첫 날 (콜롯세움)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 로마 첫 날 (콜롯세움)

 

내가 로마를 걸어다니면서 초면에 알아볼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이 곳 콜롯세움이었다.

여기 저기서 조금씩 귀동냥 해서 들은 것과

사진을 통해 여러 번 본 경험을 합치니

마치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친근감이 들었다.

멋진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해가 한창 하늘 가운데 있는 때라 포기했다.

 

 

 

일단 앞에 가서 보니 규모가 대단했다.

2,000여년 전에 저런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던 로마인들은

도애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여행에서 돌아와 'History'채널에서 방영되었던

로마의 건축과, 토목에 관한 비디오를 찾아보았다.

기원전에 벌써 하수도 시설을 만들어 지금껏 쓰고 있다고 한다.

시멘트를 발명해서 저런 거대한 규모의 건물을 축조할 수 있었고

군대와 마차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이 길은 로마가 중앙 집권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 로마는 시민을 통제할 수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시민들을 하나로 묶어 일치감을 느끼게 하고

때론 공포심을 맛보게 해줄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하고

격투기를 보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영리한 통치자는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할 줄 안다.

 

 

콜롯세움 안에 입장한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여행온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저 아이들은 훗날 이 사진을 보며 무슨 행각을 할까.

 

사진에 과거까지 찍힌다면

그리고 소리까지 재생이 된다면,

그래서 맹수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죽어가는 검투사의 고통스런 신음과

그런 광경을 보고 흥분한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린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나중에 황제가 된 티투스가 유대아와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면서

10만 명을 포로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 중 4만 명을 동원해서 4년인가 8년 동안 지었다고 하는데

 저 돌이며 기둥 하나하나엔

고향을 떠나 잡혀온 포로들의 눈물과 땀이 묻어 있을 것이다.

이 더운 날에도 쉬엄쉬엄 하라고

그늘에서 쉴 틈을 주기나 했을까.

맹수들의 포효소리와 창칼이 부딛치는 소리 뿐만이 아니라

포로들의 한숨 소리마저 뒤섞여 묻어 있는

저 건물을 똑바로 본다는 것은 조금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아치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땅에 누워 죽어가는 검투사의 눈에도

하늘은 파랗게 보였을까.

이겨서 살아남은 검투사에게는 자유가 주어졌다.

 

그렇게 사람을 죽이고 자유인이 된 검투사에게

진정한 자유가 있었을까?

누군가를 죽이고 획득한 자유를 정말로

자유로이 누릴 수 있었을까.

 

엄지 손가락을 위를 향하느냐

땅을 가르키느냐에 따라

생명이 오락가락하던 찰라.

 

오히려 파란 하늘을 보며

죽어간 검투사가 진정한 자유를 얻은 것은 아닌지------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기만 하다.

 

 

일본 사람들이다.

단체관광인 것 같은데

가이드의 설명을 질서정연하게 듣고 있다.

일본 사람들임을 금새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여러 군데서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보았다.

가이드는 열심히 설명하는데

제각기 사진 찍느라 바빠서

제대로 가이드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드물었다.

 

내 모습도 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콜롯세움 옆 작은 언덕에도

사람들은 콜롯세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콜롯세움은 훗날 기독교인들을 박해한 장소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부활 전 성 금요일엔 이 부근에서

교황이 직접 '십자가의 길'을  한다고 한다.

 

많은 고통과 죽음이 서려 있는 이 곳.

 

 

엄마와 어린 딸,

이 아이도 언젠가 자기 뒤에 찍힌 건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지 아는 날이 올까?

 

 

그늘엔 사람들이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다.

상인들은 우산이며 모자 같은 것들을 팔고 있다.

해가 나도 우산, 비가 와도 우산.

로마엔 우산 장사가 아주 많다.

여름의 '로마 거리는온통 우산으로 뒤덮여 있다'라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언덕을 오르는 집시 여인.

 

언덕,

지팡이.

 

삶이라는 언덕을 오르는 데

필요한 지팡이.

 

나는 어떤 지팡이를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누군가에게 지팡이가 되고 있을까?

 

여인의 걸음걸이가 뒤뚱거렸다.

 

 

 

그리 급하지 않은 경사인데도

날이 더워서인지 여인은 잠시 길 가에 걸터 앉았다.

등에 맨 가방엔 삶의 무게가 담겨 있다.

 

삶의 무게.

내 삶의 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저 신랑 신부는 하필이면 이 곳을 찾았을까?

자유를 얻기 위해 피 튀는 싸움을 별여야 했던 검투사처럼

서로를 제압하기 위한 전의를 다지기 위해서?

 

저 커플의 평탄한 결혼을 위해 잠시 빌었다.

 

 

 

 

 

 

검투사와 로마 군인의 복장을 하고

여행객과 사진을 같이 찍어주며 돈을 버는 사람들.

더위에 지친 모습이다.

더운 날에 저 복장을 하고 있으니 오죽 더울까.

삶의 무게는 갑옷과 투구만큼 버거운 것을------

 

 

어디로 갔을까.

두 아이와 부모는?

빈 자리.

 

'쿠오바 디스 도미네'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은 로마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물결 속에 있었던 베드로 사도의 눈에

사람들의 물결을 거슬러 로마로 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보였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모두들 떠나는 로마로 순교하러 간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꿔 로마로 돌아간 베드로는

결국 거꾸로 매달려 순교를 했다.

 

로마는, 그리고 콜롯세움은 사람들로 차고 넘쳤지만

순교자는

없었다.

 

빈 자리.

 

로마로 향하는 사람은 많았어도

예수와 함께 순교하러 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콜롯세움도 로마도

텅 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