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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이탈리아 - N.Y 출발에서 ROME 도착까지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 출발에서 도착까지

 

드디어 출발.

 

긴 시간 기다린 여행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무덤덤하게 이시간을 기다려오면서

출발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좀 설레이려나 하고 은근히 기대를 했다.

그런데 막상 떠난다고 해도 너무나 무덤덤했다.

 

말로만 듣던 이탈리아의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를 간다는데

무슨 기대나 설레임 같은 것이 내 속에서 꼼지락거려야 정상이 아닌가.

어릴 적엔 하다 못해 관악산으로 소풍을 간다고 해도

설레임으로 밤잠을 설쳤는데

그보다 훨씬 먼 이탈리아에 간다면

한 달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한 주일은 뜬 눈으로 지새워야 정상일 것 같았다.

누구나가 가보고 싶어하는 곳,

그곳에 간다면 모두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긴 했다.

그리고 그 뿐이었다.

난 기대감이나 설레임 같은 것의 불감증에 걸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입국 요건에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다면

난 입국 거절 감에 틀림 없었다.

 

많은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여행을 가는데

적어도 이탈리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가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일 듯한데

그런 것에 관해서도 난 전혀 무지했다.

그냥 이탈리아 사람들이

축구를 그냥도 아니고 과격하게 좋아한다는 것과

대표적인 음식이 피자와 파스타,

마피아의 고향이라는 것이

내 이탈리아 지식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지나치니 않을 것이다.

아 그리고 또 있다.

'Life is beautiful' . 'Cinema Paradiso', '자전거 도둑'같은 눈물나게 아름다운

영화가 만들어진 나라.

음악과 건축과 미술에서 빼어난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태어난 곳.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

아,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도 이탈리이아에 관한

내 작은 지식의 하나를 차지한다.

차이코프스키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느낀 '이태리 기상곡'처럼

이탈리아는 밝고 명랑함으로 그득할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 하나, 그리고 카메라만  달랑 든 채로

내 이탈리아에로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무식해도 여행은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선영이가 공항까지 우릴 태워다 주었다.

출발 시간이 5시 몇 분이라고 했는데 공항에 도착한 것이 오후 2시쯤이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하염 없이 앉아서 기다리는데 바로 옆의 대한항공의 안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기체 결함을 수리하고 있는데

출발 여부를 한 시간 후에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었다.

인천으로 벌써 출발했어야 할 비행기가 저러고 있으니

자연 우리 비행기도 출발이 늦어지게 되었다.

공항 안에 머물러야 하니 매점 수입이 올랐다.

대한항공 탑승구 옆 매점의 쓰레기 통에는 컵라면 용기가 쌓여가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비행기 옆에 우리를 탸우고 갈 AlItalia 항공기가 나란히 서 있었는데

비행기 꼬리에 그려진 로고가

우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Seven eleven 상점을 떠올리게 했다.

-마피아가 이 두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쓰잘데 없는 공상이다.

(백해무익하니 따라하지 마시길-----)

공항에 일찍 도착한 데다가 비행기 출발마저 늦어지니

이런 하잘 것 없는 생각으로 네 시간 넘는 동안 내 머릿 속을 채웠다.

탑승구가 몇 번 바뀌더니

결국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5월 둘째 생일에 저녁식사를 하러 맨하탄에 갔다가

젤라또를 사 먹기 위해 갔던 곳.

 

'Eataly'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커다란 빌딩의 한 층이 온갖 이탈리아식 먹거리로 채워져 있었다.

야채와 과일, 해산물, 고기와 이탈리안 소세지와 치즈,

와인, 파스타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고

와인바와 식당들로 그득 채워져 있었다.

밤 열 시가 넘었는데도 그 큰 공간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내는 거기서 이 가방을 샀다.

아내의 가방 속에는 아마도 설레임으로 그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방 안에는 온갖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 돌아올 것을 꿈꾸었을 것이다.

 

 

 

비행기에가 이륙을 하고 얼마 있어서

멀리 구름 아래로 해가 지고 있었다.

창가 자리가 아니어서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구름 사이로 삐져나오는 햇빛이 황홀했다.

 

 

 

 

 

이탈리아 산 레드 와인 한 잔.

한 잔 마시고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잠은 안 오고 눈만 말똥말똥.

그래서 와인 한 잔 더 달라고 청했다.

마시다가 남은 포도주를 컵 홀더에 놓았다가

나중에 실수로 내 옷에 다 쏟았다.

로마에 도착해서 붉게 물든 옷을 입고

하루 종일 시내를 활보했다.

 

 

영화나 음악도 돈을 내야 틀어주는 것 같았다.

어떤 좌석에도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국제선이 이렇게 인심 야박한 것은 처음 경험했다.

 

작년 파리 갈 때 탔던 Air France는 정말 인심이 후했다.

포도주를 달라고 하면 한국의 소줏병만한 포도주를 병째 주었다.

이탈리아 항공사는 일찍 Check-in을 했음에도

우리 일행을 갈갈이 흩어놓았는데

그런일은 AlItalia 항공이 처음이었다.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마음 자세는 로마에 도착해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다.

그러고도 G7이라니

순전히 조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비행기 안, 그것도 좁은 좌석에 갇혀 있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심심했다.

게다가 로마에 도착하면 아침이라 바로 우리의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니 잠을 자두어야 했는데 앞 뒤 좌석의 거리가 너무 좁아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고개를 떨구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나니

잠을 자는 것이 참 고통스러웠다.

눈을 뜨고 블라인드를 살짝 올리니

구름과 하늘이 맞나는 곳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해가 지는가 싶더니 다시 해가 뜨는 것이었다.

 

-구름과 하늘이 만나는 곳을 운평선이라고 해야 하나-

 

 

 

비행기 창에는 성에가 끼었다.

밖은 추운가 보다.

내가 춥지 않다고 해서

창 밖의 세상도 춥지 않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자주 범하고 있는지-------

 

창 밖의 성에를 보면서 겸손을 생각했다.

 

 

 

 

 

한 낮에 해를 보고 장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해가 뜨고 질 때

그 광경을 바라보노라면 정말 장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의 장엄함은 적당한 어둠이 그 배경에 깔려야 한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해같은 존재,

그리고 그 배경이 된 어둠같은 존재.

 

-난 어떤 존재일까-

 

 

구름 사이로 보이는 햇빛의 황홀함에 취해서 넋을 잃었다.

그러다 보나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운해- 구름이 이룬 바다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것 같았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구름의 모습에 머릿속이 텅 비고

온갖 잡념이 사라졌다.

 

New York에서 로마까지의 거리가 4.8200 마일이라는 내용이 스크린에 떴다.

무척 먼 거리라고만 막연하게 느끼던 그 거리를 따져보았다.

우리 집에서 세탁소까지의 거리가 30마일이 조금 넘는다.

왕복하면 대략 하루에 60마일을 운전하는 셈이다.

그러니 집에서 가게까지 왕복하기를 약 80여일,

꼬박 석 달 이상을 출퇴근 하는 거리다.

 

정말 멀다.

 

 

대서양이 끝나고 육지의 어는 곳인가를 지나고 있었는데

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그런 장관이 펼쳐졌다.

해가 비스듬히 비추어서 시야가 무척 흐린데다가

구름마저 낀 상태라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인지

신비로움이 더 했다.

 

 

 

높은 산 밑, 가장 낮은 게곡 사이로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의 이동.

 

나이 들어가면서 물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의 날개.

모두가 잠든 밤에도 날개는 쉬지 않는다.

 

접고 싶어도 접지 못하는

날개와 같은 존재 때문에 세상은

오늘도 아침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날이 많이 밝아졌다.

지상에도 아침이 밝아왔다.

밭과 밭, 그리고 물이 보였다.

누군가가 눈을 비비고 나와 땅을 일구고

씨를 심고 경작을 할 것이다.

평야 지대가 나타나면서

사람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로마 가까이 온 것 같았다.

햇살이 바다 위에 힘차게 쏟아졌다.

그 사이로 배 한 척이 여유롭게 지나가고------

 

완벽한 평화,

혹은 완전한 고요.

 

 

베행기의 고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바다 위에 비치는

우리가 탄 비행기의 그림자.

 

 

로마가까이 왔다.

바다와 밭들과 집.

로마도 사람들이 삶을 가꾸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풍경이었다.

 

 

집들은 오렌지와 베이지 색으로 되어 있었다.

로마의 첫인상은 오렌지와 베이지 색으로 칠해졌다.

 

 

 

비행기는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를 보았다.

Boeing 777

지난 번 사고가 났던 아시아아 항공사의 비행기와 같은 기종이었다.

 

일체 유심조.

 

마음이 온갖 조화를 만들어낸다.

모르면 아무렇지도 않았을텐데

알고 나니 공연히 기분이 섬찟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공항 건물로 이동해야 했다.

처제와 동서는 먼저 떠나고

아내와 나는 뒷 차를 탔다.

그런데 플라스틱 타는듯한 고약한 냄새가 나면서 버스 안이 연기로 자욱했다.

모두 내리라고 해서 내려보니 버스가의 엔진 부근에서

연기가 풀풀 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외국의 관광객이 드나드는 국제 공항의 버스가 그 모양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나중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그런 것이 다 '이탈리아식'의 한 모습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장난 버스에서 내려 다시 올 버스를 기다리며

활주로 멀리 보이는 소나무 숲을

바라보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사람들 때문에 망친 기분이

자연을 통해 치유되는 것을 깨달았다.

 

로마의 소나무

 

몇 시간 후 로마 시내를 거닐며 로마의 소나무를 바라보는 것은

무척이나 더웠던 날씨에도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해주었다.

 

그렇게 불괘함과 상괘함으로

로마는 우리를 맞았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어찌어찌 해서 50년도 훌쩍 넘는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우리 일행은 드디어 로마 땅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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