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여행 떠나기 전)
내일(7월 26일)부터 일 주일 예정으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굳이 여행의 이유를 대라고 하면
바로 아랫 동서와 처제의 결혼 30주년 여행에 동행을 하는 것이다.
처제와 동서의 결혼은 순전히 아내의 '마담 뚜'적인 소질을
만천하에 드러나게 한 첫번 째 결과물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첫 번부터 월척을 낚은 것이다.
아내와 동서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동서를
남에게 주긴 아깝고
자긴 이미 결혼을 해서 임자가 있는 몸이니 안되겠고 하니
바로 아랫 동생에게 소개를 한 것이다.
예로부터 "중매를 잘 하면 금이 서 돈이요
잘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말도 있거니와
아내가 아직까지 동서부부에게
뺨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금을 선물로 받았다는 말은
더더욱 들은 적이 없다.
동서와 처제는 그렇게 입 딱 씼은 채 30년을 버텼다.
그러더니 올 초에 넌지시 여행갈 계획을 세우더니
우리 부부도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해 왔다.
여행경비를 다 댈테니 같이 가 주십사 하는데
아무리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도 그런 제안을 받고서도
배시시 입가에 웃음이 번지지 않고는
견딜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나야 한 일이 없어서 그냥 입 닫고 있었다.
내가 주제 넘게 '배 내놔라 감 내놔라'할 입장이 못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30년 전 금 서돈이면
금값이 오를대로 오른 현재의 시세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그리고 30년 동안 복리 이자로 따지자면?---------
한 일도 없이 애초에 나로서는 불가능한 계산을
머릿속으로 해대기가 바빴는데 결론적으로 모르겠다.
금 값도 모르거니와 서 돈이 얼마만한 양인지
그냥 산수도 안 되는 사람이 복리계산은
그야말로 Mission Impossible이었다.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걸
공연히 머릿속만 어지러워졌다.
그야말로
Buy one, and Get one Free!
난 뒤의 one 같은 신세로 그냥 묻어가는 입장인데
괜히 말 잘못해서 동서와 처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차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언제 어딜디로 가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것이 바로 Free로 따라가는 'one'의 숙명이다.
그렇게 올해는 벙어리, 장님, 귀머거리로 몇 달을 살았다.
그러면 어떠랴.
내일이면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걸------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게
다 처복이 있어서라고 말할 수 있는데
나는 거기에 대해서도 입 다물고 있다.
혹시라도 아내가
자기 덕에 여행 가는 줄 알라고 큰 소리를 친다면
내 귀머러기, 벙어리, 장님으로 산 인고의 시간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내가 중간에 초 쳤으면 이 여행도 산통 다 깨졌을 거라고,
그러니 내 덕에 여행 가는 줄 알라고
(조용히 말할 까, 아니면 큰 소리로 떠들까)
어느 쪽이 효과적일까를 저울질하며
아직도 고민 중이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오면
난 아내에게 넌지시 이를 것이다.
중매한 부부들에게 전화 한 통화 하라고 ----
잘 살고 있는 지 궁금하다고 하면서
여행 다녀온 이야기며
우리 동서와 처제의 모범적인 보은에 대해서도
잊지 말고 이르라고 말 할 것이다.
누가 아는가
넝쿨까지는 몰라도 호박 한 덩어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런지.
'여행 이야기 >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눈으로 본 이탈리아 - 첫날 (2) (0) | 2013.08.10 |
---|---|
베네치아 풍경 몇 (0) | 2013.08.09 |
내가 본 이탈리아 - 로마, 첫날 (1) (0) | 2013.08.09 |
이탈리아 - N.Y 출발에서 ROME 도착까지 (0) | 2013.08.07 |
베니스 인상 (0) | 2013.08.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