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newaska
7-8년 전에 찍은 사진.
윗 사진은 Minnewaska 호수에 빛이 냐리는 장면이고
아랫 사진은 Minnewaska 호수로 가는 길.
날이 너무 어두웠고 추웠었건 기억이 남아 있는 사진이다.
내겐 늘 신비로움으로 남아 있는 호수이다.
지난 일요일에 Minnewaska 호수에 다녀왔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집에서 7시 30분 출발.
도착하니 9시가 채 되질 않았다.
우리 앞으로 차가 다섯 대 쯤 있었는데
공원 당국이 문을 열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는 맑았고
호수는 깊은 푸르름으로 우릴 맞았다.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길섶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늘 미안하다.
꽃이름을 몰라서.
사랑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호숫가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
궁금하다.
무슨 이야기가 오갈까.
나도 한 자리 끼고 싶은 풍경.
"하늘만큼, 땅만큼,
저 호수만큼 사랑해요."
그래. 그대가 만든 하트는
그런 걸 다 담을 수 있을 만큼 크다는 걸
난 알지.
물가엔 오리 일가족이
물놀이를 나왔다.
자맥질을 하기도 하고
어린 오리 녀석은
수면 위를 낮게 날고 있는 잠자리를 잡으려
물 속에서 점프를 하기도 한다.
아주 한가로운 아침.
호수 주변길엔
이런 아치 형태의 나무 다리도 있다.
숲 속의 바위엔 이끼가 끼었다.
응달의 시간, 혹은 세월.
응달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은
비단 이끼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 중에도 응달의 어둔 시간을 보내는 이도 많을 것이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나는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나의 생이 끝난 곳에서
새로이 시작되는
또 하나의 생.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주적으로 보면
죽음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죽음인 것을------
얼마를 더 살아야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삶의 한 부분으로 들어와
자리할 수 있을까 .
이 꽃이 호수 주변을 온통 뒤덮다시피
피어 있었다.
핑크와 흰 빛.
꽃이 벌어지기 전의 봉오리가
별사탕을 닮았다.
군대에서 배급되던 건빵 봉지 속에 들어 있던 별사탕.
꽃봉오리를 따서
입 안에 털어넣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 꽃을 먹으면
마법처럼 별사탕을 먹던 시절로
되 돌아갈 수 있을까
이 나무는 딱따구리의 공습을 받았다.
날이 더워서 호수 한 바퀴 도는 건 포기.
소나무 그늘 아래 넓은 바위에 앉았다.
볕 아래는 견딜 수 없이 더워도
그늘에 들어서니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었다.
소나무 스치는 바람소리 (송뢰)도 들었다.
가슴 속으로 싸한 소나무 바람소리가
들어왔다.
응달의 시간, 응달의 세월이
천당이 되기도 한다.
더 바랄 것 없는 열락의 시간이다.
오리 가족들이 놀던 자리를
사람들이 차지했다.
스쿠버 다이빙 강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벼랑의 바위 틈바구니에서
나무가 자라기도 하고 꽃이 피기도 한다.
신라시대의 향가인 '헌화가'가 떠올랐다.
헌화가
붉은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날 아니 부끄러워 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라.
절세의 미인이었던 수로부인이
동해안의 길을 가고 있을 때
벼랑 위에 핀 예쁜 꽃을 보았다.
수하들에게 누가 조저 벼랑 위의 꽃을
내게 따다 줄 수 있느냐고 청했다지.
벼랑을 기어오르는일이
목숨을 거는 일이라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을 것이고,
잠시 머뭇머뭇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암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이
벼랑위를 기어올라 꽃을 따다
수로 부인에게 바쳤다는 삼국유사에 전하는 설화.
-그 노인은 전생에 수로부인을 사랑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차마 못다한한 사랑을 이루려
다시 이승에 태어나
한 평생을 기다려 그 원을 이룬 게지.-
Minnewaska호수의 벼랑에 핀 꽃을 보며
참 으로 가벼운 사랑밖에
하지 못하는 초라한 나를 만났다.
누구를 위해 목숨을 걸고
벼랑 위의 꽃을 꺾을 수 있을까.
목숨을 걸고 벼랑을 기어오르는 사랑은
몇 생을 더 살아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Minnewaska 벼랑에 핀 꽃은
이제 그만 돌아 가라고, 돌아가라고
내 등을 떠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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