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 - 삶의 메모리 카드

아침산책 - 삶의 메모리 카드

 

새벽 네 시에 잠에서 깨어났다.

나쁘지 않다.

혼자서 자는 잠에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다섯 시 반에 집을 나섰다.

느린 템포로 해 뜨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무 이른 탓인지 boardwalk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동쪽 하늘엔 넓게 검은 구름이 퍼져 있었고

구름과 구름 사이의 빈 틈 사이로 붉은빛이 새어 나왔다.

얼마간 더 걸음을 옮기니 조금씩 붉은빛의 명도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카메라의 노출을 점검하기 위해 스위치를 on의 위치로 돌렸다.

 

Viewfind를 들여다보니 'card'라는 사인이 깜빡거렸다.

"아뿔싸!!!"

메모리 카드를 컴퓨터에 연결시켜 놓고는 다시 카메라로 옮기는 걸 잊었다.

구름이 빨긋빨긋하게 물이 들기 시작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졌다.

집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걷기 시작했다.

adagio의 걸음속도가 Allegro로 자연히 바뀌었다.

나중엔 겅중겅중 뛰었다.

 

메모리 카드를 카메라에 넣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너무 늦지는 않았다.

 

이럴 때 풍경은 빛에 따라 1 분 정도 단위로 바뀐다.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순간이 감탄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새벽산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새벽이 주는 황홀함에 머물 수 있었다.

 

삶에서도 순간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마음의 메모리 카드를 잊지 않고 장착해야 할 것 같다.

 

소중한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도

얼마나 자주 마음의 메모리 카드를 잊고 건성건성 살아왔을까?

 

'아뿔싸!!!'

 

정말 소중한 삶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서도

누군가와 만날 때 삶의 메모리 카드를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살아가면서  '아뿔싸'라는 탄식의 언어는

내 사전에서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Morning Walk – Life's Memory Card

I woke up at 4 a.m.
Not bad.
It seems I’m slowly getting used to sleeping alone.

At 5:30 a.m., I stepped out of the house.
With a slow tempo, I walked towards the direction of the sunrise.

Perhaps because it was too early, there were hardly any people on the boardwalk.
The eastern sky was spread with dark clouds,
and between the gaps in those clouds, a red hue seeped through.
As I walked further, the brightness of the red glow gradually increased.
To check the camera’s exposure, I switched it to the "on" position.

Looking through the viewfinder, a flashing "card" sign appeared.
"Oh no!"
I had left the memory card connected to the computer, forgetting to return it to the camera.
The clouds began to blush with vivid red hues.

I lost my sense of ease.
I turned back towards home.
The pace of my adagio walk naturally turned into allegro.
Before I knew it, I was bounding along.

I inserted the memory card into the camera
and went back outside.
Thankfully, I wasn’t too late.

At times like these, the scenery changes with the light in intervals of about a minute.
Each moment of looking at the view becomes a series of exclamations.
This is one of the reasons I love morning walks.
Thankfully, I was able to stay immersed in the splendor of the dawn.

To remember the moments of life,
I think I must make sure not to forget to equip the memory card of my mind and spirit.

When meeting my precious family or friends,
how often have I forgotten this mental memory card, living absentmindedly?

"Oh no!"

To truly cherish the precious memories of life,
I must never forget this life’s memory card when meeting someone.
How wonderful it would be if I could erase the exclamation of regret,
"Oh no," from my dictionary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