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 혹은 기억 - *피시디아 안티오키아
피시디아 안티오키아의 바오로 교회로 오르는 언덕길을 오를 때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순례하는 곳이 얼마나 규모가 컸었던 곳인가를.
바오로 교회로 가는 도로가 제법 넓었다.
도로 옆 상점터에서는 상인들이 행인을 부르는 솔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낮은 고개를 넘어가는 순간 너른 평야가 보였다.
고대에는 규모가 큰 도시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해 주었다.
유대인 회당 위에 지었다는 교회터로 가는 길은 지금은 온통 무릎 높이의 풀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그 사이사이로 노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우리 순례단은 교회 안에서 바오로가 썼던 편지를 낭독하고
그의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건성건성 듣거나 읽던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그가 설교를 했던 장소에서 듣게 되니
그 감동이 적지 않았다.
피시디아 안티오키아에서 사도 바오로가 행한 설교는 사도행전 13장에 기록되어 있다.
바오로는 바르나바와 함께 피시디아 안티오키아의 유대 회당에서 설교를 했으며,
이 설교는 그의 선교 활동 중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동안 교회 안에 있는 제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제대가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제대 다리 한쪽에 금이 가 있었다.
사도 바오로의 열정 덕으로 그리스도교가 이방 여러 나라로 퍼지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우리 순례단도 그 가르침을 따르고,
또 그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그곳까지 우리의 발길을 향했던 것이다.
금이 간 제대.
나의 모습, 현재 우리 교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풀밭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부드러운 바람결이 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2천 년 전 사도 바오로가 했던 열정적인 설교가 들리는 듯했다.
"너는 금이 간 제대를 복원하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오래전 이곳에 불었던 바람이 세상 곳곳을 긴 시간 떠돌다가
그날, 길가의 풀잎과 노란 꽃 사이를 지나가며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었을까.
2천 년을 지워지지 않고 세상을 떠도는 바람의 노래가----------
아주 노래된 바람의 노래가.
The Song of the Wind, or a Memory - Pisidian Antioch
I could sense it as I ascended the hill toward the Church of St. Paul in Pisidian Antioch.
The road was rather wide.
From the remnants of the shops along the roadside, it seemed I could hear the voices of merchants calling out to passersby.
As we passed over a low ridge, a vast plain came into view.
It gave me a sense of the large city that must have once stood there in ancient times.
The path to the church, said to have been built on top of a Jewish synagogue, was now filled with knee-high grasses swaying gently in the wind, with yellow flowers blooming between them.
Our pilgrimage group gathered inside the church to read aloud Paul's letters and spend time reflecting on his words.
Hearing the words of the Apostle Paul, words I had often listened to or read rather indifferently, in the very place where he had once preached, was deeply moving.
The sermon that Paul gave in Pisidian Antioch is recorded in Acts chapter 13.
Paul, along with Barnabas, preached in the synagogue of Pisidian Antioch, and this sermon is considered a significant moment in his missionary work.
As I meditated on Paul's message, my eyes were drawn to the altar inside the church.
I don’t know how long that altar has stood there, but one of its legs had a crack.
Thanks to the passion of the Apostle Paul, Christianity spread to many nations, and because of that influence, our pilgrimage group had followed his teachings and made our way to this place to feel his presence.
The cracked altar.
It felt like I was looking at myself and at the current state of our church.
On the way back, I walked slowly through the grass.
A soft breeze brushed past my ears.
It was as if I could hear the passionate sermon Paul had preached here two thousand years ago.
“What will you do to restore the cracked altar?”
The wind that had once blown here long ago seemed to have wandered the world for ages and returned that day, passing through the grass and yellow flowers by the roadside, singing its song.
It felt as though I could hear the song of the wind from two thousand years ago.
The song of a very old wind.
* 피시디아 안티오키아(Antioch of Pisidia)는 고대 로마 제국 시절 소아시아(현대 터키)의 피시디아(Pisidia) 지역에 위치한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이 도시는 헬레니즘 시대와 로마 시대에 번성하였고, 전략적 위치 덕분에 군사적, 상업적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피시디아 안티오키아는 특히 사도 바오로의 선교 활동과 관련하여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로 기록되었습니다. 사도행전 13장에 따르면, 바오로와 바르나바가 이 도시에 와서 유대 회당에서 복음을 전한 기록이 있으며, 이후 바오로의 전도 여행 중 중요한 거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도시는 초기 그리스교가 확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고대 피시디아 안티오키아는 로마 제국의 식민지로도 발전했고, 도시 구조는 전형적인 로마식 도시 계획을 따랐습니다. 주요 유적지로는 로마식 극장, 신전,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기리는 아우구스투스 신전, 그리고 잘 보존된 도로와 수로 시설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터키의 얄바치(Yalvaç)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고고학적 발굴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관광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도시는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중요성 덕분에 오늘날에도 많은 학자들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바오로의 설교는 크게 세 가지 중요한 주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이스라엘의 역사와 하는님의 구속 사역
바오로는 설교를 시작하면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언급합니다. 그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원하시고, 가나안 땅을 주신 후 다윗을 왕으로 세우신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 역사적 배경을 통해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신실하게 다가오셨음을 강조합니다.
2.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성취
바오로는 다윗의 후손 중에서 구세주가 오실 것을 예언한 구약 성경의 예언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예수께서 메시아로서 이 땅에 오셨고,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죽은 후 부활하신 사건이 구원의 결정적인 순간임을 설교합니다. 그는 특히 예수의 부활이 구약의 예언을 완성한 사건이라고 강조합니다.
3. 회개와 죄 사함의 필요성
바오로는 청중에게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죄 사함을 받을 것을 촉구합니다. 그는 모세의 율법으로는 온전한 의를 얻을 수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는 믿음으로 구원이 가능하다고 설파합니다. 그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 앞에서 의롭다 함을 얻는 것이 새로운 구원의 길임을 강조합니다.
설교의 결과
바오로의 설교에 많은 유대인과 이방인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그들 중 일부는 복음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일부 유대 지도자들은 바오로의 가르침에 반발했고, 그로 인해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박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초기 교회가 유대인뿐만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줍니다.
이 설교는 초기 기독교가 유대교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열려 있음을 강조하는 중요한 메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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