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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튀르키예, 그리스

고린도-소나무를 스치는 바람

고린도-소나무를 스치는 바람

우리 순례단이 하룻밤을 묵은 곳은 고린도 고대 유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래서 유적지에 우리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순례단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현장학습(field trip)을 온 현지 학생들로 유적지가 붐볐다.

그 아이들의 호기심 그득한  눈과 마주칠 때면

나도 내 손주를 바라보듯 그렇게 부드러운 시선을 건네며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내 손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 아이들의 아름답고 맑은 눈을 보며

앞으로의 세상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

 

초대 교회의 흔적을 돌아보며 그래도 내 마음의 추가 제일 많이 기운 곳이 고린도였다.

그것은 '사랑의 장'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고린도 전서 13 장 때문이었다.

고린도 전서 13장은 성가로 만들어져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뜻도 자세히 살피지 않고 열심히 불렀다.

그 덕에 다른 어느 곳보다도 고린도는 나에게 아주 친근한(?) 곳이 되었다.

다른 어떤 유적지보다도 고린도는 마음속에 설렘을 가지고 발을 디뎠다.

 

 

바오로에게 고린도는 아픈 손가락 같은 곳이었다.

사랑과 열정으로 신앙의 밭을 일구었음에도

고린도 교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이상한 언어로 말하고 예언을 하는 등 여러 은사를 가지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끼리 분열과 다툼이 만연했던 곳이 바로 고린도 교회였다.

고린도 교회에 대해 피를 토하는 마음을 담아

고린도 전서 13 장의 내용을 편지로 써서 교회의 구성원들에게 전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나는 열심히 고린도 전서 13장을 열심히, 수도 없이 읽고 노래를 불러서

내용도 다 외우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 안에 담긴 진정한 사랑을 별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성가를 불렀음에도

사랑이 담기지 않은 고린도 전서 13장은 그저 소음일 뿐 기도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13:1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13: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13:3 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 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13:4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13:5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13:6 사랑은 불의에 기뻐하지 않고 진실을 두고 함께 기뻐합니다. 
13:7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13:8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 예언도 없어지고 신령한 언어도 그치고 지식도 없어집니다. 
13:9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합니다. 
13:10 그러나 온전한 것이 오면 부분적인 것은 없어집니다. 
13:11 내가 아이였을 때에는 아이처럼 말하고 아이처럼 생각하고 아이처럼 헤아렸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아이 적의 것들을 그만두었습니다. 
13:12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어렴풋이 보지만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볼 것입니다. 내가 지금은 부분적으로 알지만 그때에는 하느님께서 나를 온전히 아시듯 나도 온전히 알게 될 것입니다. 
13:13 그러므로 이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내가 부모가 되어서야 바오로의 그 마음 한 자락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자식들이 사랑으로 일치해서 서로 잘 지내는 것이야 말로 

부모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그러나 자식들 사이에 다툼과 미움이 스며들면 부모의 마음은 아프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바오로 사도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 같다.

 

우리 순례단은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미사를 드렸다.

특별히 성체와 성혈을 영할 때, 요한복음 6장 53절을 마음을 담아 묵상을 했다.

죽음을 앞두고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그저 천진난만한(?) 제자들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진실로 진실로"라고 두 번이나 말씀하실 때의

예수님의 심정도 내 마음에 받아 모시려고 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사도 바오로의 마음도 예수님의 유언처럼 그렇게 절실했던 것은 아닐까.

사도 바오로의 마음까지도 느껴볼 수 있었던 고린도에서의 미사를 마쳤다.

우리가 미사를 드렸던 아름드리 소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손길 같은 바람이 불어와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Corinth

 

The place where our pilgrimage group stayed for the night was not far from the ancient ruins of Corinth.
As a result, we were able to arrive at the site relatively early.
There weren’t many pilgrimage groups that had arrived before us,

but the ruins were bustling with local students who had come on a field trip.
When I met their curious eyes,
I exchanged gentle glances with them, as if I were looking at my own grandchildren.
Seeing the beautiful, clear eyes of these children, not so different from my own grandchildren,
I felt a vague hope that the future world would be beautiful.

 

As I walked through the traces of the early church, the place that most touched my heart was Corinth.
It was because of 1 Corinthians 13, known as the "Chapter of Love."
This chapter had been made into a hymn,
and from the time I was in middle and high school, I sang it fervently without deeply considering its meaning.
Because of that, more than any other place, Corinth became a very familiar place for me.
More than any other historical site, I stepped into Corinth with a sense of excitement in my heart.
For Paul, Corinth was a place that brought him pain.
Despite cultivating the field of faith with love and passion,
the Corinthian church had many issues.
There were many people with various gifts, such as speaking in strange tongues and prophesying,
but the Corinthian church was filled with division and strife instead of unity through love.

He must have written 1 Corinthians 13 with a heart bleeding with sorrow,
sending it as a letter to the members of the church.
In my youth, I sang 1 Corinthians 13 countless times,
and though I memorized it, I rarely thought about the true love contained within it.
No matter how passionately I sang the hymn,
without love, 1 Corinthians 13 was merely noise and could not become a prayer.
Only when I became a parent could I touch a small part of Paul's heart.
Seeing one's children live together in harmony and love is the ultimate happiness for a parent.
But when strife and hatred seep into the relationship among one’s children, a parent's heart aches and suffers.
Perhaps the Apostle Paul felt the same way.
Our pilgrimage group held Mass under the shade of pine trees.
Especially when receiving the Body and Blood of Christ, I meditated with my heart on John 6:53.
While establishing the Eucharist just before his death, to the innocent disciples,
Jesus repeated, "Truly, truly," with a heart that must have felt like it was pouring out blood.
I tried to welcome Jesus' heart into mine at that moment.
“I tell you the truth, unless you eat the flesh of the Son of Man and drink his blood, you have no life in you.”
Perhaps the heart of the Apostle Paul was as urgent as the last words of Jesus.
Having completed Mass in Corinth, where I could also feel Paul's heart,
a gentle, comforting breeze came through the pine trees where we held our Mass.

 

 

 

 

고대 코린토(Corinth)

 

*고대 코린토(Corinth)는 그리스의 역사적,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지로, 그리스 본토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연결하는 좁은 지협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코린토는 고대부터 중요한 상업 중심지이자 해상 교역의 요충지로서 번성했으며, 많은 역사적 건축물과 유물이 남아 있습니다.


1. 코린토 운하
고대 코린토는 두 바다(에게 해와 이오니아 해)를 잇는 지협에 위치해 있어, 코린토 운하가 뚫리기 전까지는 중요한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고대에는 선박을 코린토 지협을 통해 육로로 운반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이후 코린토 운하가 건설되어 이곳을 직접 연결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코린토 운하는 19세기에 건설된 것으로, 고대 코린토의 유적지와 현대의 운하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2. 고대 아고라
코린토 아고라는 도시의 중심지로, 상업과 정치, 종교 활동의 중심지였습니다. 이곳에는 시장, 행정 건물, 성소 등이 위치해 있었으며, 지금도 잘 보존된 유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유적 중 하나는 아폴론 신전으로, 기원전 6세기에 건설되었으며 도리스 양식의 기둥들이 특징적입니다.

3. 아폴론 신전
코린토에서 가장 인상적인 유적 중 하나는 바로 아폴론 신전입니다. 이 신전은 기원전 6세기경에 지어졌으며, 도리스 양식의 기둥 7개가 아직도 남아 있어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폴론 신전은 코린토의 번영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코린토가 고대 그리스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4. 아크로코린토
아크로코린토는 코린토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언덕 요새로, 이곳에서 코린토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이곳에 여러 신전들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중 하나가 아프로디테 신전입니다. 아크로코린토는 전략적인 방어 역할을 했으며, 나중에는 성벽이 추가되어 코린토를 방어하는 요새로 기능했습니다. 현재 아크로코린토는 트레킹 장소로 인기가 있으며, 정상에 오르면 코린토와 인근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5. 로마 시대의 유적
고대 코린토는 로마에 의해 점령되면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로마 시대에 지어진 유적들 중에는 로마식 온천, 분수, 극장 등이 있으며, 특히 **페이리네 분수(Peirene Fountain)**가 유명합니다. 이 분수는 고대 로마 시대의 중요한 물 공급원으로 사용되었으며, 전설에 따르면 물의 신 페이리네가 이곳에서 눈물을 흘려 분수를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6. 고대 경기장
코린토에는 고대 경기장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체육 경기가 열렸습니다. 고대 코린토는 다양한 경기를 개최하는 장소로 유명했으며, 특히 "이스미안 경기(Isthmian Games)"라는 경기가 주목할 만합니다. 이스미안 경기는 올림픽과 같은 고대 그리스의 4대 경기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매 2년마다 코린토에서 열렸습니다.

고대 코린토는 고대 그리스뿐만 아니라 로마 제국, 그리고 이후 비잔틴 제국의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품고 있는 유적지입니다. 현재도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여 이곳의 고대 건축물과 유적을 감상하며, 고대 그리스의 유산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와 코린토

 

고대 코린토는 사도 바오로(성 바울)가 여러 차례 방문하고 중요한 사역을 펼친 곳으로,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입니다. 바오로는 코린토에서 약 1년 6개월 정도 머물며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이후 코린토 교회에 두 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이는 신약성경에 수록된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입니다.

1. 바오로의 첫 방문
바오로는 그의 두 번째 선교 여행 중에 코린토를 방문했습니다(약 서기 50-52년 경). 당시 코린토는 로마 제국 내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매우 번영한 도시였으며,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바오로는 이러한 배경에서 코린토의 유대인 회당에서 설교를 시작했고,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습니다.

이 시기 바오로는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와 함께 지냈습니다. 그들은 바오로와 함께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바오로는 코린토에 있는 동안 텐트 제조업에 종사하여 스스로 생활비를 벌며 전도 활동을 했습니다.

2. 고린도 교회의 설립
코린토에서 바오로는 복음을 전하며 첫 기독교 공동체, 즉 고린도 교회를 설립했습니다. 이 공동체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며, 로마 제국 내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바오로는 코린토에 있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고, 신앙 생활의 기초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3.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
바오로는 코린토를 떠난 후에도 고린도 교회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오로는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라는 편지를 작성하여 그들의 신앙 문제를 지도하고 격려했습니다. 이 편지들은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고린도전서
고린도전서는 교회의 분열, 성도 간의 소송, 결혼과 독신, 우상 숭배, 성찬식, 그리고 부활 신앙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룹니다. 바오로는 성도들 사이의 불화와 논쟁을 해결하고, 기독교의 핵심 신앙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이 편지에서 바오로는 **사랑 장(13장)**으로 유명한 구절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고린도후서
고린도후서는 바오로가 코린토 교회를 다시 격려하고 위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그는 자신의 사도직과 고난을 언급하며 신앙의 여정을 함께 나누고, 성도들에게 신앙을 지키고 성장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고린도후서에는 바오로가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맞서 자신이 진정한 사도임을 변호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4. 바오로와 코린토의 영향
코린토에서의 바오로의 사역은 기독교가 그리스와 로마 전역으로 퍼지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코린토는 당시 지리적으로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그곳에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복음을 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고린도전서와 고린도후서는 신약성경의 중요한 일부로, 오늘날까지도 많은 신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바오로의 코린토 사역은 초기 교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 특히 이방 문화와 기독교 신앙의 갈등, 그리고 신자들 간의 갈등 해결 방법 등을 보여 주며, 기독교 역사와 신학에 중요한 가르침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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