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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나의 해방일지

나의 해방일지

미국에 살면서 귀찮고 골치 아픈 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juror duty(배심원)를 위해 법정에 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은퇴한 후에는 문제가 없는데

비즈니스를 할 때에는 꼬박 하루 내 자리를 비워야 하니

지출해야 할 시간과 비용의 무게가 여간 만만한 게 아니다.

 

종업원이 배심원으로 법정에 가야 할 경우

업주는 급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지불해야 하는 돈은 그렇다 치더라도

꼭 필요한 사람이 없으면

우리 세탁소 같은 경우 가게 운영이 여간 삐걱거리는 것이 아니어서

누구든 배심원으로 오라는 통보를 받을 때면

속이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작년 9 월 초에 우리가 살고 있는

퀸즈 카운티로부터 jury summon을 받았다.

일정한 날 오후 다섯 시 이후에 전화를 해서 법정에 출석해야 할 날짜를 배정받는 

전화대기 방식이었다.

정해진 날짜에 퀸즈 불르바드에 있는 법정으로 갔다.

그런데 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사실 인터넷을 통해서 출두 날짜를 연기할 수 있었음에도

이런 절차에 어리바리하기만 한 나는 제법 먼 거리에 있는 법정으로 가서

법정 직원에게 여행일정이 잡혀 있다고 사정을 이야기하고 

배심원 임무 연기를 요청했다.

 

직원은 아무 말 없이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말투로 "Go home."이라는 말들 듣고

나는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까맣게 잊고 있던 jury summon이 2주 전에 내게 배달이 되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사실 배심원으로 참가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 중 하나이나

법원까지 가는데 두어 시간이나 걸리니

왕복 네 시간에 대기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하루를 흘려보내야 하기에 

솔직히 짜증이 났다.

 

법원에서 내게 배달된 summon에는 배심원 인증 카드와,

투표용지 등, 여러 가지 안내 사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3월 22일, 금요일 오후 다섯 시 이후에  전화를 해서

출석할 날짜와 장소를 배정받으라는 안내문이 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잊고 전화를 하지 않으면

이미 한 번 연기했던 전력이 있어서

자칫 벌금을 내야 하는 불상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summon을 컴퓨터 화면에 붙여두었다.

 

매일 아침마다 전화하는 걸 잊지 말자고 다짐을 하면서

전화해야 하는 날을 확인하고 또 확인을 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금요일 아침,

아내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워싱톤으로 벚꽃구경을 가자고 해서

이 모든 일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다음날 집에 돌아와서 전화를 했더니

내 순서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월요일 오후 다섯 시 이후에 다시 전화하라는 메시지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월요일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화요일 오후 다섯 시 이후에 다시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들었다.

이 지루하고 귀찮은 일을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그리고 오늘까지 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배심원의 의무에서 해방( release)되었다는

메시지를 듣게 되었다.

거의 3주일 동안 내 맘 속에 자리했던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어두운 기분으로부터 해방이 된 것이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구석도 있었다.

 

-왜 그럴까?-

 

아, 그렇다.

배심원으로 참석을 하면 일당 40달러가 지급된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백수인 내가 40 달러를 어떻게 벌 수 있단 말인가.

해방의 기쁨도 잠깐, 

날아간 40달러 때문에 헛입맛만 다시고 있는 중이다.

 

My Liberation Journal

Living in the United States, there's one bothersome and headache-inducing task among many: jury duty. It's not an issue now that I'm retired, but during my business days, having to leave my post for a whole day incurs significant time and cost.

When an employee is called for jury duty, the employer has to pay their wages. Even though it's justifiable, in businesses like ours, where staffing shortages can cause disruptions, receiving a jury duty notice always brought about a sense of frustration.

However, last September, we received a jury summons from Queens County, where we reside. It was a phone call-in system where you had to call after five in the afternoon to receive the date for attending court. On the designated date, I went to the court in Queens Boulevard. However, I had an upcoming trip to Italy. Although I could have postponed my appearance date via the internet, being somewhat clueless about the process, I ended up going to the court quite a distance away, explained my travel plans to the court staff, and requested a postponement of my jury duty.

The staff accepted my request without a word. Hearing the words "Go home" in an emotionless tone, I returned home feeling somewhat defeated.

Almost forgotten, the jury summons was delivered to me two weeks ago. It felt suffocating. While serving as a juror is a civic duty, the prospect of spending nearly a whole day, including four hours of commuting time, irked me.

The summons received from the court contained a juror certification card, ballot papers, and various instructions.

Then, on March 22nd, a Friday, instructions to call after 5 p.m. to receive the date and location for attendance caught my eye. Forgetting to make this call might result in a penalty, as I had already postponed once. So, I stuck the summons on my computer screen, reminding myself every morning to make the call and checked and rechecked the dates to call.

But come the fateful Friday morning, my wife suggested we go see the cherry blossoms in Washington as soon as she woke up, and I completely forgot about everything. When I called back the next day, I was told my turn hadn't come yet, and I was instructed to call again after 5 p.m. on Monday. On Monday, upon calling again, I was told to call after 5 p.m. on Tuesday. This tedious and annoying process continued from Saturday to Monday, Tuesday, Wednesday, and today. And today, I finally received the message that I was liberated from my jury duty obligation. A feeling of relief washed over me, lifting the weight that had been sitting in my chest for almost three weeks. But there was also a sense of emptiness somewhere.

  • Why is that? -

Oh, yes. I had forgotten about it. I had forgotten that serving as a juror would earn me $40 a day. As an unemployed person, how could I overlook earning $40? The joy of liberation is fleeting, and I am now lamenting the lost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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