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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11/22/23 일기 - solidarity

11/22/23 일기 - solidarity

 

우리 동네 Rockaway 3 마일 달리기 모임에 가입한 이후,

별 일이 없는 한 화요일 아침 6 시 반부터 81 스트릿에 모여 출발을 하는

아침 행사(?)에 빠진 적이 없었다.

목요일엔 오후 6 시부터 달리기 시작하는데

내가 시간 계산을 잘 못 해서 빠진 적이 있지만

딱히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는 집에 있을 때는

아침 달리기 모임엔 꼭 참석을 한다.

 

그런데 어제는 사정이 좀 복잡하게 꼬였다.

아침 기온도 낮은데 바람까지 불어서

체감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것같이 느껴졌다.

밖으로 나가는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데 주저함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이런 주저함 전에

또 하나 더 커다란 유혹이 내 안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달리는 동안 한국과 중국의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손흥민이며 이강인 , 황희찬과 김민재 같은

한국 축구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흥분은

달리는 시간과 경기 전반과 겹친다는 사실 때문에

아주 무심하게 사그라들었다.

 

뛸 것인가, 말 것인가? - 그것이 문제로다.

 

마음속에 갈등이 생겼다.

날도 추우니 다른 멤버보다 나이가 비교적 많은 내가 안 간다고 해서

윤리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누구나 밖으로 나오기 꺼려하는 날이니

달리기 위해 주저하지 않고

추위가 기다리고 있는 밖으로 나올 사람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바닷바람이 세차게 내 얼굴을 때렸다.

윈드브레이커에 달린 후드를 머리에 쓰고

거기에 달린 고무줄을 꼭 죄었다.

그리고 우리가 모이기로 한 81 스트릿까지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이 되니 Barry가 나타났다.

아침이면 늘 tea와 과일을 준비해서 달리기를 마치고

멤버들과 나누는 Barry의 따뜻한 마음이

어제 아침 같이 나를 가로막았던 유혹을 물리치는 힘이 되었다.

 

"SOLIDARITY"

 

연대, 결속이라는 'solidarity'라는 단어를 나는 사랑한다.

혼자서 가기 어려운 길을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가는 사람과 마음을 겹치는 것이 바로 'solidarity'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독교의 사랑도,

불교의 자비도

다 이웃과 사회에 대한 연대의식을 뜻하는 것이리라.

 

추운 바람을 뚫고서

Barry와 나는 3 마일을 달렸다

그리고 Barry가 준비해 온 따뜻한 Tea를 마셨다.

그의 마음을 마셨다.

 

추운 날씨에 함께 달리고

함께 차를 마신 Barry는 나의 'running mate'가 아닐까?

Barry는 함께 달리는 running mate일 뿐 아니라

삶의 달리기도 함께 할 수 있는 

life running mate로 삼고 싶다.

 

집에 돌아오니 한국과 중국의 축구 경기는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전에 2 대 0의 점수 차이로 이기고 있다는 소식이

tv에서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Attached are Photo by B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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