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nza 일기 - 길에서 만난 프랑스청년
어느 날 아침이었던가, 혼자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샛별이 또렷하게 빛날 때 집을 나섰는데
흙, 자갈길을 걷다 보니 날이 밝기 시작했다.
그런데 차 한 대가 지나가면
다른 편에서 오는 차는 길 옆으로 비켜서 있어야 할 좁은 길 한쪽에
작은 공터가 있는데
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아주 작은 차였다.
물론 먼지를 뒤집어써서
몰골이 더 이상 꿰제제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나가면서 누군가가 차 안에서 잡을 자고 있을 거라고 추측을 했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인적은 더더욱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면서 노루와 꿩도 만나며
들꽃들과 눈도 맞추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분명히 누군가가 거기 있었다.
그 차가 있던 곳을 보니
멀리서도 트렁크가 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한 청년이 유치원 생이 앉을 것 같은
아주 작은 접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본조르노!"
내가 인사를 건넸다.
그 청년도 "본조르노"라고 하며 답을 했다.
그런데 이탈리어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그 청년은 영어를 아주 잘했다.
그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자기 차를 운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다.
조나단이 그의 이름이었다.
조나단은 차에서 잠을 자며 이탈리아 여행 중이라고 했다.
열려 있는 트렁크 문을 통해 차 안을 들여다보니
차 한 편에 이불이 깔려 있고(조수석의 등받이가 앞으로 접혀 있었다.)
다른 한쪽엔 소꿉놀이 수준의 살림살이가 있었고
마시고 남아 있는 물병들도 수북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조나단은 이탈리어를 공부하기 위해
여덟 시간이나 운전을 해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학원을 다니며 편하게 공부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이탈리아까지 온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여행도 함께 하며 살아 있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인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이탈리어 공부는 유튜브를 통해서 하고
실습은 커피숍 같은 곳에서
이탈리어를 쓰는 사람들과 사귀며 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에 온 지 8일이 되었다고 하는데
일상 용어 중 거의 80 퍼센트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단다.
물론 말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나의 청년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어린 왕자'와
알퐁스 도데, 그리고 사르트르에 관해 살짝 이야기를 했다.
조나단은 내게 커피 한 잔 하겠냐는 제안을 했다.
나는 그러고 싶지만
아침 커피는 아내와 함께 마시겠다며
조나단과 이별읋 했다.
Pienza 마을에서 만나면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겠다는 마음을 간직한 채.
그러나 나는 그 후로 조나단을 만나지 못했다.
조나단을 만났던 그 언덕길을 바라볼 때마다
응원하는 마음을 띄워 보내는 일은 오늘도 계속하고 있음을
그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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